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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오해 4가지

최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수 타개를 위한 대안으로, 기업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기업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를 통해 소비․투자를 확대하자는 것이 방안의 골자입니다.


하지만 사내유보 과세는 내수를 증대시키기는 커녕 장기적으로 기업투자를 위축시키고 소비확대에도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사내유보금 과세에 어떤 문제가 예상되고, 이에 대한 대안은 없는지를 살펴 보겠습니다.

 

사내유보금, 오해

 

Q1) 사내유보금, 투자하지 않고 회사에 쟁여둔 현금 아닙니까?


아닙니다. 이름에 분명히 '금(金)'이라고 붙어 있지만 사내유보금이 현금 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단어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생활용어가 아니라 회계 용어라서 많은 이의 오해를 받습니다. '사내유보금'이란 말을 들었을 때 흔히 머릿속에 '비밀 금고 속에 가득 쌓여있는 지폐 뭉치'를 떠올리기 쉬운 것도 이 때문이죠.

 

사내유보금의 정의는 당기 이익금 중에서 세금, 배당금, 상여금 등으로 사외로 유출된 금액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말합니다. 원래는 경영 활동 결과로 발생된 이익은 주주에게 배당해야만 하지만, 상법에서는 자본충실의 원칙에 입각해 그 일부를 반드시 사내에 유보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사내유보금입니다. 간단히 말해 기업에서 번 돈 가운데 주주에게 배당하고 남은 돈을 말합니다. 


자- 그렇다면, 이 사내 유보금은 어디에 쓰이는 돈일까요? 여기서 법적으로 강제로 적립해야 하는 사내유보금과 임의로 적립 가능한 사내 유보금으로 나뉩니다. 강제 사내 유보금은 자본 전입 및 결손 보전에만 사용해야 하는 돈입니다.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임의적 사내 유보금은 사용에 제약이 없습니다. 


사용에 제약이 없다면, 기업을 위해 써야죠. 그래서 대부분의 사내유보금은 공장․기계설비․토지 등에 투자되게 됩니다. 그 비중은 일반적으로 사내유보금의 80% 이상. 일부 현금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그 정도는 차입금 상환, 설비 운영,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비상금과도 같습니다. 이름엔 '금'이 붙어 있지만 그건 명목상 이름일 뿐, 꺼내란다고 맘대로 꺼낼 수 있는 지갑이 아닙니다.

 

Q2)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과도한 사내유보를 하고 있다고 하던데....

 

사실과 다릅니다. 위에서 보았듯이 사내유보금은 대부분 투자 목적으로 사용되며, 순이익을 초과하여 배당하지 않는 한, 수익성 있는 기업 활동이 지속된다면 사내유보금과 유보율은 매년 축적되어 증가하게 됩니다. 실제로 2001년 이후 사내유보금 증가는 대부분 이익잉여금(순이익에서 배당 등을 제외한 비용)의 증가로 이뤄져 왔습니다. 또한 유보율과 함께 투자 증가율도 계속 상승하였고, 유보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매출 대비 투자 수준이 높습니다. 

 

투자, 기업, 사내유보

 

따라서 사내유보금이 많다는 것은 오히려 기업의 수익성이 높고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이고, 이는 건전한 기업 경영의 지표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또한 여기서 '적정한' 사내유보금을 일률적인 기준으로 산출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입장은 기업 내부의 발전 방향과 산업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기업 경영의 자의성을 해칠 우려마저 있습니다.


Q3) 그럼 해외에서는 왜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하고 있나요?

 

몇몇 나라에서 탈세 등 세금 회피 방지를 위해 운영되는 사례는 있습니다. 미국, 일본, 대만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는 세금 회피 방지 목적이고, 투자 촉진 목적으로 사내 유보금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것은 국내외에 유례가 없습니다. 예전에 국내에 있었던 '적정유보초과소득에 대한 법인세 과세' 역시 개인 소득세 회피 방지 수단으로 도입되었던 경우입니다.


혹자는 조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도입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하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왜 이 제도가 없어져야 했는지를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요? 간단히 말하자면 효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입법 취지인 배당 촉진에는 효과가 없으면서, 기업에 대한 일괄적인 정부 개입으로 인해 재무 구조가 악화되고, 일률적인 기준으로 인해 과세의 불공평성이 나타나고, 법인과 주주에 대해 각각 과세하는 이중과세가 됐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증명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결국 국민의 정부에서 폐지되고만 법안입니다. 실제 법을 도입했을 때 별다른 소득 없이 심각한 문제점만 드러나 폐지된 법안을 다시 도입하겠다면, 이젠 확실히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요?


Q4) 그래도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하면 내수가 살아난다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앞에도 말했지만, 사내유보금은 현금이 아닙니다. 이미 공장이나 기계 설비등에 재투자된 금액입니다. 그래서 과세를 한다고 해도 과세를 피하기 위해 주주 배당등을 높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또한 국내 기업에 대한 높은 외국인, 기관 및 대주주 지분율을 고려할 때 배당 증가가 일반 개인의 소비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낮습니다.


 * A기업 주주구성(‘13말) : 외국인 54%, 기관 15%, 최대주주등 15%, 자사주 11%, 개인 4%
 * 상장사 지분현황(‘13말) : 외국인 32.9%, 기관 16.1%, 정부 3.3%, 일반법인 24.1%, 개인 23.6%(이 중 대주주 보유분을 제외하면 일반 개인 지분율은 낮음)

 

반면 내수 확대를 위한 사내유보 과세는 결국 추가적인 법인세 증가 효과를 초래하여, 실질적인 법인세 비용 증가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되면 결국 장기적인 투자규모 축소가 예상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거기에다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추세 속에서, 실질적인 법인세 인상효과는 기업의 해외 이전을 촉진하는 결과까지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규제 개혁과 투자 활성화 정책

 

정부가 내수 시장을 활성화 시키려는 취지에는 모든 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내유보금에 과세한다고 해서 그 목적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내유보금이 곧 '남아 있는 현금'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사내유보금율이 높은 기업들도 그 돈을 이미 대부분 투자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외국인 주주의 주식 비중이 높아 배당을 높이면 국부 유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기업 재무구조 악화까지 초래할 소지가 있습니다.

 

사내유보금, 정부, 전경련, 건의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감한 투자저해 규제완화, 기업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등입니다. 이런 것들이 내수 회복의 필수조건임을 인식하고 이에 합당한 제도가 마련되기를 희망합니다.

 

아래는 관련 업종별 기업들의 의견입니다. 사내유보 과세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 지를 보면서 기업·가계 동반 성장과 내수활성화의 두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를 고민해볼까요?

 

 


* 본 포스팅은 전경련 금융조세팀 이재수 과장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