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밀(Happy Meal)이란 맥도날드에서 7세 이하의 어린이를 위해 만든 전용 메뉴입니다. 미국의 빅맥 같은 중대형 버거(한국 빅맥은 미국 것에 비해선 엄청 작습니다. 미국 제품은 사람 얼굴 크기 정도 하죠^^;;;)가 아닌 치즈버거, 맥 머핀 등의 소형 햄버거와 우유, 오렌지 주스 등의 간식으로 만들어진 세트지요.
하지만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해피밀 토이(Happy Meal Toy)라는 전용 장난감을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의외로 이슈가 안되어 마리오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만 해피밀이 처음 나온 시기는 1979년입니다. 역사가 꽤 오래되었지요. 해피밀이 생긴 이후로 여러 장난감 피규어가 함께 제공되었습니다. 이는 장난감이 미술품상에 의해 거래되는 해외 시장에서 해피밀 토이가 거래되는 계기가 됐고, 미국에는 아예 해피밀 토이만을 전문으로 거래하는 업자가 생길 정도였습니다.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가시나요?
하지만 이는 해피밀 토이의 빙산의 일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풀 세트 가격은 차 한 대 값이 거뜬히 나갈 정도거든요.
여기서 맥도날드의 콘텐츠 정책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디즈니 계열 상품은 라이센스 문제상 쉽게 구하기 힘든 편인데요. 스퀘어에닉스가 킹덤하츠라는 디즈니 IP를 활용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들였던 온갖 노력과 엄청난 규제, 규약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워낙 자사 브랜드 파워가 막강하다 보니 이런 계약도 쉽게 따냅니다.
미국 이외에 다른 나라의 콘텐츠 산업도 잘 알고 있고, 이에 준한 현지화도 잘하는 편입니다. 미국 콘텐츠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콘텐츠 중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콘텐츠, 혹은 수출한 국가 내의 유명한 아동용 콘텐츠들도 받아들여 자국 맥도날드 매장의 해피밀로 판매합니다. 일본 소년 점프에서 연재하는 인기 만화 나루토나 원피스 피규어들도 이미 해피밀로 출시돼 해외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끌기도 했고요. 이 정도니 아마 뽀로로도 파리바게트가 먼저 내놓지 않았다면 해피밀로 나왔을 거에요.
왜 이제 와서 해피밀이 화제가 되었나
2014년 5월 30일, 한국 맥도날드는 어린이용 세트인 해피밀의 장난감으로 슈퍼마리오 피규어를 제공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브랜드인 데다 한국닌텐도의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지라 (그래서 소개팅 등에서 마리오 열쇠고리 같은 걸 선물로 주면 아주 효과가 좋습니다, 속는 셈 치고 한번 해보세요) 대번에 수많은 넥타이부대, 제복 부대, 흰머리 부대가 몰려들어 해피밀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해피밀 장난감이 품절되는 희대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2014년 6월 16일, 마리오 출시 전 자정에 촬영된 사진 (출처:DVD프라임, tigger9님)
사실 마리오의 인기야 워낙 계층이 방대하고 수가 많아서 별로 신기한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런 장대한 행렬을 보는 게 디아블로3 이후 얼마 만인가요?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일화. 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의 한 유저가 소장하던 마리오 옷을 입고 해피밀을 사러 간 것입니다. 이렇게 축제를 즐겨주는 문화, 개인적으로는 너무 반갑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SNS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관심이 없던 일반인들도 몰려드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혼란한 분위기 속에 맥도날드가 다음날인 31일(토), 9시 이후에 매장에 방문한 아이 중 선착순 100명에게 해피밀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전국 맥도날드는 인산인해가 되고 맙니다.
이쯤에서 그쳤으면 다행이련만 의외의 문제가 또 발생합니다. 이를 사재기한 사람들이 중고 전문 카페 및 사이트에 마리오 장난감을 대량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 열풍은 계속 이어져 한 번에 20개씩 구매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터졌습니다. 일부 24시간 맥도날드 매장에서는 16일 자정에 물건을 판매하기 시작했거든요.
중고 전문 카페에 해피밀 마리오라고 검색해봤더니 저런 페이지가 100개도 넘게 뜨네요. 개당 5천~1만 원 선에서 거래되는데 특정 번호 제품은 2만 원에 거래된 적도 있었죠. 이 논란이 계속되자 해당 사이트는 해피밀 제품의 거래를 중지해버렸습니다.
당연히 반나절 만에 해피밀은 판매중단 되었고 중고장터에서의 거래가 이어집니다. 더 나아가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직접 구입해 아이와 연인의 한을 풀어주는 사람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가?
예전에 모 카드 RPG 게임의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1일 400만 원을 쓰는 40대 중년이 속출, 40대의 게임유입이 시작되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싶어서 아이템을 구매한 게 아니라 그 회사 주식 상장을 노린 작전세력의 행동이었던 겁니다. 결국 회사의 가치는 크게 올랐고, 복지도 올랐고 작전세력도 돈을 벌었으니 이는 Win-Win……이라고 봐야 할까요?
하지만 중요한 건 콘텐츠를 즐기기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 있다면 콘텐츠의 가치를 활용한 투기세력도 존재하고 이것이 의외로 일상적이라는 겁니다. 전술했듯이 미국에서는 해피밀을 미술품 전문업자가 거래하는 판이니까요. (물론 이단 취급을 받긴 합니다만) 한국에서도 이 해피밀 광풍에 돈 냄새를 맡은 사람들이 생긴 겁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이 광풍 속에서 '희소성(Scarcity)'이 발생했고 이것이 가치를 만들었습니다. 전자가 만든 돈인 비트코인이 뜨는 이유도, 금값이 오르는 이유도, 다이아몬드가 비싼 이유도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고 이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다만 이번 사태가 눈에 띄는 것은 한국에서 게임 아이템만이 아니라 다른 콘텐츠도 희소성이 있다면 전문적인 시장이 형성될 기반이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이죠. 그리고 자원에 대한 욕망이 가치를 높인다는 경제학적 법칙이 마리오에도 뻗쳤다는 점일 겁니다.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해피밀을 사랑하는 고객이 있는 반면, 투기를 위해 구매하는 고객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결코 생소한 일이 아니며 전 세계 언제 어디에나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 맥도날드는 다음에 이런 이벤트를 할 때, 1인 제한판매수량을 정해서 많은 사람이 해피밀 토이를 즐길 수 있도록, 사재기를 방지할 수 있는 정책을 세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재기 때문에 해피밀을 못 가져서 우는 아이가 없었으면 하네요.
그러고 보니 이게 만약 타요 버스 해피밀이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맥도날드 코리아 담당자분께서는 한번 고려해 보시길! ^^
원본 포스팅 바로가기 ▶ http://goo.gl/MRjF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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