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MBC FM의 이주연의 영화음악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선정한 영화 사상 가장 뛰어난 롱테이크 명장면 TOP12를 소개 했습니다. 롱테이크 장면이란 쇼트를 끊지 않고 길게 촬영하는 영화 기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한 장면을 길고 오래 촬영하는 기법인데요. 이 롱테이크 기법은 명감독들이 아주 즐겨 사용하는 기법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임권택 감독을 비롯해 알폰소 쿠아론, 장뉙 고다르, 로버트 알트만 등이 롱테이크 기법을 훌륭하게 활용했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같은 경우는 영화 전체를 롱테이크 기법으로만 채우기도 했습니다.
2009년에 롱테이크 기법이 훌륭한 영화를 제 블로그에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 글과 비교해서 보시면 좋을 듯 하네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선정한 가장 뛰어난 롱테이크 명장면 TOP12
제가 선정한 롱테이크 명장면은 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시기 즉 내가 본 영화 들 중에서 뽑은 것이라서 주로 80년대 이후 영화 중에서 골랐습니다. 그런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이하 EW)는 1948년부터 담고 있습니다.
1948년 올가미(Rope) (10분 6초) :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
1948년작 올가미는 아주 독특한 형식미를 가진 작품입니다. 히치콕 특유의 살인 사건을 묘사한 스릴러인데 80분짜리 이 영화의 전체 쇼트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약 쇼트(장면)를 무려 10분씩 보여주는 롱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했습니다. 이는 기술적인 문제인데요. 당시는 영화를 길게 촬영할 수가 없었고 최대로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10분이었습니다. 그러나 히치콕은 이 10분을 다 활용하면서 영화를 완성합니다.
1957년 영광의 길 (1분 20초) : 스탠리 큐브릭 감독
영광의 길은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출세욕에 눈이 먼 미로장군이 뻔히 큰 희생을 치룰 것을 알면서도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그 결과 많은 부하 병사들이 죽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작전 실패는 인정하지 않고 무능한 병사들 때문에 작전이 실패 했다면서 자신의 책임을 병사들에게 떠넘기려고 하는데요. 이에 주인공 닥스 대령은 병사들을 변호합니다. 스탠리 큐브릭의 초기작인데 EW의 링크가 깨져서 어떤 장면인지 몰라서 올리지는 못하고 대신 가장 인상 깊었던 전투씬 장면을 소개합니다.
1958년 악의 손길 (3분 22초) : 오손 웰즈 감독
오손 웰즈 감독의 악의 손길의 첫 오프닝 씬은 영화 사상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기도 합니다. 저도 이 장면은 한 영화 강의에서 봤는데 놀랍고도 놀라운 장면입니다. 스릴러 범죄 영화인데 첫 장면에서 이 영화의 주요한 이야기를 다 담고 있습니다. 한 사내가 오픈카에 몰래 폭탄을 설치하고 그 자동차는 거리를 주행합니다.
카메라는 이 자동차를 계속 비추면서 상하로 움직이면서 주인공 부부를 촬영합니다. 정말 다시 봐도 최고의 롱테이크씬입니다.
1967년 주말 (7분 31초) : 장뉙 고다르 감독
누벨 바그의 기수인 장뉙 고다르 감독은 이전의 영화 스타일과 판이 하게 다른 영화들을 촬영합니다. 별 의미도 없는 것 같은 일상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영화 주말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이는데 이 장면도 상당히 놀라운 장면입니다. 줌날에 차를 몰고 교외로 여행을 가는 듯한 사람들의 짜증스러움을 꽉 막힌 도로 위에서 경적만 울려되는 모습을 무려 7분 31초나 되는 롱테이크로 담고 있습니다.
한폭의 현대를 그린 초상화 같다고 할까요? 아주 흥미로운 장면이자 평생 기억에 남을 장면입니다. 15분 15초부터 시작합니다.
1975년 여행자(6분 32초) :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
1960년 영화 정사로 세상을 크게 놀라게 했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작품입니다. 영화 정사가 세상을 놀라게 한 이유는 너무나 지루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어디를 향해 가는 장면이라면 그냥 짧게 담는 것이 미덕이죠. 길게 담아봐야 별 내용도 없고 지루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영화 정사는 그 가는 과정도 영화에 담았고 그런 지루함의 연속이 우리의 일상이라고 주장 했습니다. 또한, 기승전결 식의 뻔한 틀의 이야기를 담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시선은 고전 영화와 현대 영화의 갈림이 됩니다. 즉 모더니즘 영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이후, 1966년작 영화 욕망에서는 사진을 통해서 현대인들의 습속을 잘 담아 냈습니다. 영화 여행자는 1975년 작품인데 이 작품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위 롱테이크 씬은 처음에는 지루하다가 뛰어난 기술적 테크닉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촬영했을지가 궁금할 정도네요. 영화는 한 남자가 있는 방에서 시작해서 방의 철장 속을 서서히 다가가더니 놀랍게도 철장을 지나서 방 밖의 광장으로 나갔다가 다시 밖에서 안에 쓰러져 있는 남자가 있는 방을 보여줍니다.
1990년 좋은 친구들 (3분 5초) : 마틴 스콜세지 감독
영화 좋은 친구들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 롱테이크 씬은 다른 영화와 달리 상당히 역동적이네요. 갱 영화 잘 만드는 감독으로 유명한 마틴 스콜세지가 롱 테이크 기법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한숨에 담아냅니다.
1992년 플레이어 (7분 49초) : 로버트 알트만 감독
어떻게 보면 롱테이크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동시에 그걸 롱테이크로 담은 롱테이크 예찬 같은 장면이 영화 플레이어 오프닝 시퀀스에 나옵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영화 제작 스튜디오 주변과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대사를 담고 있습니다.흥미롭게도 영화 올가미나 악의 손길의 롱테이크 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대사로 나옵니다.
아쉽게도 이 장면은 유튜브에서 블럭 처리 되어서 소개하지 못하네요.
1999년 매그놀리아 (2분 3초) : 폴 토마스 엔더슨 감독
아! 매그놀리아도 말만 많이 들었지 보지 못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가슴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복잡한 주인공의 심정을 나타내는 듯한 방송국 스튜디오 복도를 스테디 캠을 사용해 롱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합니다.
2003년 올드보이 25대 1 장면 (2분 40초) : 박찬욱 감독
수 많은 롱테이크 장면이 있지만 최고 중의 최고가 아닐까 합니다. 25대 1로 싸우는 액션 장면을 놀랍게도 롱테이크로 촬영을 했는데 다른 장면도 촬영이 힘들었겠지만 이 장도리 장면 만큼 강렬하면서도 촬영 과정의 어려움을 담지는 못할 것입니다.
오대수가 장도리 하나로 25명의 조폭과 싸우는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장면입니다. 이런 영상적인 미학을 넘어 배경 음악도 아주 좋았던 영화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명장면을 이제 한국 영화에서 기대하기는 힘들어진 듯 하네요
2006년 칠드런 오브 맨(6분 18초) : 알폰소 쿠아론 감독
(영상 출처:Children of Men - every shot 45 seconds or longer from Refocused Media on Vimeo)
위 영상에서 24분 24초 지점부터 약 6분 간 롱테이크 장면이 나옵니다. 아기를 낳지 못하는 근 미래의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은 헐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감독 중 한 명이 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재능을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EW에서 2013년 4월에 작성된 글이라서 알폰소 쿠아론의 최신작품인 2013년 10월에 개봉한 그래비티의 오프닝 씬을 봤다면 그래피티 오프닝 씬도 넣었을 것입니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에는 이 롱테이크 말고 차량에서의 롱테이크도 있습니다.
2007년 어톤먼트 (5분 5초) : 조 라이트 감독
(영상 출처:Focus Features Staff Pick from Atonement from Focus Features on Vimeo.)
영화 자체는 좀 지루한 영화입니다. 이 장면만 보면 액션 전쟁 영화 혹은 전쟁 드라마 같이 느껴졌지만 실제 내용은 질투심에 눈이 먼 여동생의 오해로 사랑하는 연인이 헤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어톤먼트 자체는 추천하긴 힘들지만 파란 눈이 매력적인 제임스 맥어보이의 눈빛과 해변가에 가득한 철군을 기다리는 영국군을 담은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8년 헝거(16분 32초) : 스티브 맥퀸 감독
올해 '노예 12년'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스티브 맥퀸 감독의 영화입니다
무조건 길게 찍는다고 그 장면이 좋은 장면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롱 테이크 기법은 서서히 감정을 끌어 올리면서 그 감정을 식지 않게 길게 끌고 가는데 효과적인 영화 연출 작법입니다. 또한, 롱 테이크 기법은 중간에 NG를 내면 처음부터 다시 촬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걸 담아내면 이렇게 훌륭한 명장면을 담아내죠.
롱 테이크 장면들을 다시 보니 몰랐던 장면도 많네요. 그리고 다시 보면서 감탄하는 장면도 많습니다. 특히, 장뤽 고다르 감독의 주말이라는 영화의 장면은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포스팅 내용 관련 출처:http://www.ew.com/ew/special/0,,20483133_20694174,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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