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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포스트 오일시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중동의 노력은?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은 사우드 씨족이 아라비아 반도에 첫번째 국가를 세운 1744년 이후, 아라비아 반도에 세워진 세번째 국가입니다. 현재, 아랍국가 중 사우디가 가장 경제적으로 풍요로운데요, 이는 무엇보다 석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야드 박물관에 전시 중인 석유드럼 운반 트럭(좌)과 채굴 당시 기록(우)


1939년 5월 1일, 국내 정유회사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의 전신 캘리포니아 아라비안 스탠다드 오일(CASOC)은 사우디 동부지역의 라아스 타누라에서 압둘아지즈 국왕과 주요 귀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D.G.Scofield호에 9만 배럴의 석유를 선적하면서 석유 수출을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75년이 지난 지금, 당시 석유수출 현장을 지켜봤을지 모를 당시 15살의 한 어린 왕자는 현재의 압둘라 국왕이 되었고, 사우디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석유 수출 국가입니다.

 

   

   ▲ 석유수출 개시(1939년 5월 1일) 당시 영상

 

그 후 30여년이 지난 70~80년 대에는  제1차 오일 쇼크로 고유가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당시 걸프지역 산유국들은 석유 수출을 통해 엄청난 부와 굳건한 통치기반을 얻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다른 산업이 취약한 상황에서 석유의존도만 높아지게 돼 오히려 경제 기반이 약해집니다.

따라서 90년 대 저유가 시대 중동 산유국들은 나라 경제가 흔들리는 위기에 처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산업 다각화를 통해 석유 의존도를 낮춰야만 한다는 현실 인식하게 됩니다. 채굴기술의 발달로 석유자원의 고갈시기가 예상보다 한참 더 연장되었지만, 언젠가 없어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탈석유화 정책을 실행에 옮긴 건 상대적으로 매장량이 적었던 UAE의 두바이였습니다. 일찌감치 무역에 눈을 돌렸던 두바이는 1979년, 당시로서는 무모했던 제벨 알리항을 세워 기반을 닦습니다. 그리고 1990년 걸프전 이후에는 쿠웨이트가 가지고 있던 무역 허브의 기능을 가져오면서 금융, 관광, 상업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산업 다각화에 성공합니다. 그덕에 지금은 석유에서 완전히 벗어난 경제구조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반면, 사우디와 UAE의 아부다비는 두바이보다는 늦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다양한 비전과 프로젝트를 세우며 산업 다각화와 사회발전에 힘쓰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2005년 12월부터 킹 압둘라 경제도시 (KAEC)를 비롯한 '5대 경제 신도시 개발계획' 잇달아 발표했으며, 아부다비는 2006년 '아부다비 비전 2030' 발표해 균형적인 지역발전과 산업 다변화를 통한 경제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습니다. 이들이 산업 다각화와 함께 사회의 수준을 높이는 것을 공통 목표로 두고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경제를 일궈왔던 외국인들에 대한 의존도와 다양한 정부 보조금을 낮춰, 자국민들의 경제 능력을 높여야 하는 현실적 과제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2011년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을 강타했던 아랍의 봄을 거치면서 이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사우디와 UAE는 향후 3년간 GCC 지역 내 주요 프로젝트의 7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UAE는 건설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며, 사우디는 전력과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UAE는 2009년 경제위기에서 살아난 뒤 총력을 기울였던 2020년 두바이 엑스포 유치 성공하면서 그동안 보류했던 건설 프로젝트와 엑스포에 맞는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최근에는 두바이에 비해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아부다비도 다양한 메가 쇼핑몰 건설 등 본격적인 신규 건물 건축으로 경제를 부흥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금융, 무역, 관광 등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UAE는 이미 1년 전부터 인터넷 기반을 넘어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전자정부 구축에 나서며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업체와의 기술제휴로 인공위성 제작을 통한 우주산업으로의 진출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리야드와 젯다 메트로 건설 등 대중 교통망 구축 프로젝트로 전체 전력의 70%를 에어컨 가동에 사용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산업화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점차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 사우디는 다른 걸프국가들과 비교해 랜드로버, 포드 등과의 제휴를 통한 자동차 제조업 유치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는 사우디가 다른 GCC 국가의 모든 인구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3천만 명에 달하는 인구수로 내수시장 기반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데다가, 충분한 부지 역시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육로를 통해 이웃 국가로의 수출이 용이하다는 지리적 이점도 사우디가 자동차 제조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 두바이의 탄소배출 저감 캠페인


한편, 사우디와 UAE는 현재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및 원자로 개발과는 또 별개로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환경적인 장점을 살려 2023년까지 현재 태양 에너지 선진국 독일이 생산하고 있는 22기가와트의 두 배에 해당하는 41기가와트의 전력을 태양에너지로 생산하거나, 최대 30%의 전력을 태양 에너지로 공급하고 쿠웨이트 인근 카프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 에너지 담수화 플랜트 건설 등 야심찬 계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UAE의 아부다비는 지난 2006년부터 아직 확정되지 않은 신재생 에너지기술의 개발과 탄소배출이 없는 친환경 신도시 마스다르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신재생 에너지의 새로운 선두주자로 나선 것입니다.

 

우리가 이들을 산유국 졸부라고 무시하는 동안에도 이처럼 아랍 국가들은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보다 훨씬 앞서 탈석유화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