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이야기를 하다보면 빼놓지 않고 나오는 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대기업입니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점이 된 경제양극화에는 대기업의 책임이 크다는 것입니다. 또한 대기업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걸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대기업 규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과연 이것이 옳은 생각일까요?
1. 대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
대기업 또는 대기업집단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고 영향력이 과도하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검증해보면 사실과 다릅니다. 예를 들어 30대 그룹의 비금융권 자산과 매출이 전체 비금융업 자산과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떨까요?
위의 도표처럼 최근 10년동안 우리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락했습니다.(매출액 기준)
국제적인 비교를 통해 보아도 우리나라 경제력집중의 수준이 유난히 높은 것이 아닙니다. 2009년 기준으로 상위 20대 기업의 매출이 경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보면 우리나라는 17.5퍼센트입니다. 스웨덴(33.5%), 프랑스(24.9%), 영국(19.9%)등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점은 대기업 경제력집중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조업 분야에서 인구 1만명당 중소기업의 비중은 9.6개입니다. 이것은 중소기업이 많다고 알려진 일본의 수치인 5.8개에 비해서 훨씬 많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인구 1만명당 대기업의 수는 0.07개입니다. 일본의 2분의 1, 독일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오히려 더 많은 대기업이 필요합니다.
2. 대기업이 경제양극화의 원인이다?
대기업이 양극화의 원인이라는 인식도 통계적 사실과 많이 다릅니다. 대기업의 성장은 관련 있는 1차 협력기업의 매출성장률 및 투자율에 긍정적 영향을 줍니다. 이른바 ‘낙수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표를 보십시오.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001~2010년 기간 중 위탁대기업과 1차 협력기업의 영업이익률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조선산업의 경우 협력 중소기업의 이익률이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협력중소기업의 이익률이 일반 중소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변화 패턴을 나타냈는데요. 위탁대기업과 협력중소기업간에 위험공유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감안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온 대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대기업의 투자도 줄어들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기 어렵게 됩니다. 협력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도 함께 줄어들어 결국 다 함께 못사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사진출처: 이미지투데이)
따라서 바람직한 정책방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양극화를 줄이는 일은 재정정책을 통해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대기업이 경제양극화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처럼 대기업에 대해 잘못된 오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좀더 깊은 지식과 분석을 통한다면 오해를 없애고 더 나은 대처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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