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시장’ 이라는 질서 속에서 이기심을 추구하면서 살아갑니다. 시장에 모인 개인의 욕구들은 다양한 화음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경쟁이라고 부릅니다. 경쟁은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정이면서 시장 질서를 만들어낸 핵심요소입니다.
어떤 사람은 경쟁을 비인간적인 본능이라고 해석합니다. 경쟁이란 ‘누군가를 짓밟는 과정’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인식하는 건 경쟁의 한쪽 단면만 본 것입니다. 인류는 경쟁을 통해서 발전해 왔습니다. 따라서 경쟁은 예찬 받아야 하는 인간적 본능입니다. 경쟁이 언제나 완벽한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경쟁에는 삶의 진정한 의미가 숨어있습니다.
(사진출처:이미지투데이)
하이에크는 경쟁을 발견적 절차라고 정의했습니다. 예를 들어 운동 경기에서 경쟁은 선수들로 하여금 새로운 기록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만듭니다. 시장에서도 이와 같습니다. 경제 주체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고 지식과 정보를 적극적으로 동원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적으로는 더 나은 과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하우들이 쌓이게 됩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새로운 신기록이 생기면, 기록 경신을 위한 기술이 전수되는 현상과도 같습니다. 새로운 기술들이 탄생되기도 하지요. 그렇게 스포츠는 계속 발전해 갑니다.
하이에크는 경쟁의 결과에 대해서 이렇게 비유합니다.
과학 실험에서 그 절차가 제대로 되었는지를 문제 삼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절차에 하자가 없으면 그 결과를 문제 삼는 것은 무의미하다. 마찬가지로 시장경쟁에서도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그 결과를 어떤 기준에 비추어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경쟁은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자식과 정보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결과로 나오는 현상들은 최적의 결과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경쟁 결과만 가지고 도덕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경쟁 절차가 문제인지, 아니면 경쟁 자체가 문제인지는 반드시 구분되어야 합니다. 경쟁은 가장 효율적인 생산자가 누구인가를 드러내주는 절차입니다. 또한 어떤 생산방식이 생산비를 줄이면서 소비자에게 선택 받는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경쟁이 매정하게 느껴지는 것은 진면목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경쟁은 기존 지식과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을 찾도록 합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방법을 발견해 내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지금껏 인류에 존재하는 지식과 기술은 경쟁 속에서 찾아낸 보석입니다. 효율적 방법, 바람직한 결과라는 것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것을 찾는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하이에크는 ‘경쟁 없이 사회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 고 말했습니다. 경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이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이에크는 이와 같은 생각에 반대합니다.
경쟁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행위에 상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경제주체들은 합리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행위를 스스로 습득해 나가야 한다.
하이에크의 관점에서는 합리적인 사람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이 합리적인 사람입니다.
(사진출처:이미지투데이)
요즘은 기업가 정신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기업가 정신이 있어야만 기업의 성공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이에크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가 정신은 경쟁을 통해서 길러지는 것일 뿐입니다. 미리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기업이 커다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기업가 정신이 투철했던 개인이 많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경쟁을 통해서 기업가들이 길러졌기 때문입니다.
하이에크는 독점이라는 현상도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봅니다. 모든 기업은 독점적 이윤을 얻고 싶어 합니다. 이런 독점적 이윤에 대한 기대 때문에 위험부담을 지고 혁신을 하거나, 불투명한 미래와 싸웁니다. 하이에크는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독점적 이윤을 나쁜 것이라고 한다면 기업가들의 의욕을 감소시키는 결과가 된다.
효율적인 방법을 발견한 결과로 주어지는 독점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거나, 경쟁 자체를 위협해서 생긴 독점은 허용해서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경쟁을 일부러 억제했다는 것은 효율적인 방법이 발견되는 절차를 억제한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비효율만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와 시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독점에 성공한 사람만 웃는 셈입니다. 멋진 연기를 통한 금메달이 아니라 심판 매수를 통한 금메달은 관중들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경쟁의 이런 진면목을 빠르게 깨달은 사회는 앞서 나갈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습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경제 문제들이 이런 경쟁을 너무 좁게 바라보는 건 아닐까요? 경쟁은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아닙니다. 다 함께 잘 살기 위한 발견의 과정입니다.
변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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