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한국경제연구원 황인학 박사에게 길을 묻다"
2013년, 박근혜정부가 출범하고 대선 기간 내내 들려오던 ‘경제민주화’의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 여러 언론이나 매체 등에서는 경제민주화의 바람이 ‘대기업 때리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이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새 정부의 기업정책에 대한 여야의 합의 또한 불분명한 상황 속에서 정부가 나아가야할 방향 그리고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상생을 위한 기업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한국경제연구원의 기업정책연구실 실장을 맡고 있는 ‘황인학’ 박사님께 인터뷰를 청하였다.
· 기업 규모에 따라 차별적인 규제보다는 모든 기업에게 적용되는 정책 툴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
·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하여 서로 상생하고 협력하는 문화가 정착해야…
- 한국경제연구원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어떤 일은 하는 곳인지 그리고, 특히 황인학 박사님께서 계시는 기업정책연구실은 무엇을 하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981년 4월 1일 설립되었어요. 설립 취지는 바로 ‘자유시장원리에 기반을 둔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특히나 기업정책연구실은 한국경제연구원의 목적에 가장 부합되는 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기업 활동 규제에 관한 연구들을 주로 하며, 다른 나라에는 없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개선하는 정책을 건의하거나 타국에서 기업 활동을 돕는 제도는 도입하도록 건의하는 역할을 합니다.”
- 기업정책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경제민주화’를 표방한 기업정책에 관하여 궁금합니다. 박근혜대통령은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하며 대기업 규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근혜 정부는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정립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현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들어가는 데 과거 정책이 부족한 면이 있었기 때문에 보완하겠다는 의지가 규제로 비치는 것 같습니다. 기업과 소비자들을 위하여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한국경제연구원의 취지와도 잘 맞습니다. 하지만,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 질서를 만드는 데 있어서 여전히 다른 나라에서는 하지 않는 규제, 피하고자 하는 규제 등을 뒤늦게 채택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가 됩니다.”
- 경제계에서 지나친 규제를 걱정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기업정책에 공감했기 때문에 새 정부를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과 재계의 정서는 왜 다른가요?
“국민들이 대기업규제를 동감하는 데에는 반기업정서가 자리 잡고 있어요. 대기업에 대해서는 한 쪽으로는 칭찬을 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반감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죠. 반재벌 정서가 생겨나는 원인을 보면 첫째로 국민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예를 들어, 대다수의 국민들은 삼성전자가 배부른 기업이라 생각할 있겠지만 삼성전자의 이익은 해외에서 나오는 것이 90%정도입니다. 해외에서는 애플 등의 다른 대기업들과 경쟁하며 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에요. 그런데도 국민들은 협력업체를 쥐어짜는 등의 행동에서 이익이 나온다고 오해하는 거죠, 사실관계를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또 다른 원인은 큰 것에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에요. 경제학에서도 ‘inhospitality tradition(비우호/적대감 전통)’이라는 게 있어요. 바로 큰 것에 대해서는 적대적으로 느끼는 거죠. 큰 것, 또는 새로운 형태에 대한 적대적 전통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겁니다.
만약 기업들이 국민들이 무지하기 때문에 반기업정서가 생겼다고 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반기업 정서의 본질을 정서적, 경제적 그리고 역사·문화적으로 살피고 똑똑하게 대응을 해야 반감을 완화시킬 수 있죠.”
- 개인적으로 반기업정서가 정서적 측면만 아니라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한다고도 생각합니다. 최근의 언론기사에서 공정위에서 대기업을 규제했다는 것이 보도되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저도 기사를 보았는데요, 대기업이 협력업체와의 거래관계에서 일명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하면 집단소송제를 도입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집단소송제는 사실 미국을 제외하고는 널리 퍼져있는 제도가 아니고 문제제기가 많은 제도이죠. 새 정부가 자유로운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에는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것은 피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또 정부가 자칫 너무 깊이 개입하게 되면 경제문제를 정치원리로 풀려는 경제의 정치화 현상을 부추기게 될 수 있어요. 정부가 법을 통하여 특정한 조건을 강제하게 되면 거래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되고, 결국에는 경제 전체의 생산성과 발전 속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스갯소리로, 데이트비용이 많이 들면 데이트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웃음).
가장 좋은 것은 누가 더 소비자에게 많은 이익을 주었느냐, 더 큰 만족을 주었느냐의 관점에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하는 거예요. 기업규모에 차별을 둔 정책규제보다는 모든 기업에게 적용되는 정책 툴을 만드는 것이 좋겠네요.”
집단 소송제란?
한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
- 앞에서 모든 기업이라고 하신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하도급기업까지 모두 포괄하는 개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두 기업 모두에게 적용되는 일률적인 정책 툴을 만드는 것이죠.”
- 대·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을 위해서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교량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9988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숫자를 헤아리면 그 중 99.8%는 중소기업 규모이고 나머지 0.2%만이 대기업 규모에 속합니다. 그리고 근로자들 중 직장에 다니는 88%가 중소기업 규모에서 일을 하고 있죠. 9988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 경제의 중심은 중소기업이구나, 일자리도 중소기업이 창출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하죠. 중소기업이 잘 성장을 해서 중견기업으로 가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가는 선 순환적 성장을 하게 되면 경제가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순리이니까요.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산업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노력에는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행여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에 집착하게 되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많이, 대기업에는 규제를 많이 하게 될 수 있어요. 중소기업의 범위를 벗어나면 혜택을 많이 받다가 규제를 받게 됩니다. 당연히 중소기업은 성장하려는 유인이 없어지게 되죠. 때문에 오히려 중소기업 비중을 줄여야 하는데 늘리는 쪽으로 제도와 정책이 집중되는 것은 걱정이 되네요.”
- 정부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규제를 하는 사이에서 영세 사업자들과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둘 사이의 소통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업자가 누구든지 간에 보다 좋은 제품을 싸고 편리하게 주면서 A/S까지 좋은 쪽으로 갈 수 밖에 없어요. 대자본 기업들이 물류비용을 많이 줄여서 각 지역의 소상인들보다 체계적으로 관리를 할 수 있으니 소비자들을 더 유인하겠죠. 안타깝지만 이러한 흐름은 되돌릴 수가 없는 추세입니다.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는 사태를 되돌리지 못하는 데에 미온적인 처방일 뿐이에요. 정부는 기존의 상인들을 어떻게든 다른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은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질문 드리겠습니다. 규제를 통해 대기업의 규모와 범위를 줄이려하기보다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데 일정 부분 공감합니다. 그렇다면 정부와 기업은 동반성장을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하나요?
“기업들이 특정 지역에 입점하는 경우에 사회공헌활동, 즉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일을 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해당 지역에서의 중소상인들이 납품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대기업이 납품을 받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겠네요.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발전하는 반면에, 중소기업의 경우는 내수 시장에만 머물고 있는 현실이에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협력업체 또한 강소기업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대기업들도 협력해서 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동반성장의 가장 큰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저마다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겠지요. 서로 상생하는 문화,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고 정부는 제 3자적 관점에서 공권력을 이용하여 획일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이해 당사자 간의 상생문화, 동반성장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 본 게시물은 자유광장 서포터즈 학생들의 제작물로 전경련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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