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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칼럼노트

경제민주화를 넘어서 법치주의로 가는 길은?

신석훈 박사, 경제민주화 특강, 한국경제연구원


2012년 우리사회의 최대 화두는‘경제민주화’였습니다. 경제민주화 개념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시장에서의 불공정행위와 경쟁훼손행위를 철저히 막아 건전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데는 모두 공감합니다. 최근 대통령직인위수원회가 제안한 국정과제에서‘경제민주화’라는 용어 대신‘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러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경제적 약자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실질적 피해구제를 위해 공정거래법 집행체계를 개선하며,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사익편취행위를 근절하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해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들입니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제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입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기업이나 사람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까지 정당화 될 수는 없습니다.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모든 수단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제도를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바로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 못지않게 강조하는‘법치주의’에 있습니다. 


법치주의, 신석훈 박사, 경제민주화 특강, 한국경제연구원(사진출처: 조선비즈)


박근혜 정부는‘법에 의한 통치’를 의미하는‘법치주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역시'힘이 아닌 공정한 법이 실현되는 사회'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법치주의가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통치원리임이 분명합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마땅히 그래야만 합니다. 경제민주화와 법치주의는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고 법치주의 원칙하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경제민주화 정책은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법치주의란 뭘까요? 일반적으로‘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법치주의와 가장 상반되는 해악으로 여깁니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법의 적용을 받아야만 하는 원칙으로 이해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법치주의는 만들어진 법을 평등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법의 내용 자체도 공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당연히 포함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정책은 공정한‘법’이라는 그릇에 담겨져야만 하고 이러한‘법’은 공정하게 집행되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다수의 국민들이 원한다는 명분으로 소수 국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책이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에 국가권력을‘법’이라는 형태로 묶어 두기 위함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드는 것이 공정한 법일까요? 정책의 목적이 분명하고 구체적이어야만 합니다.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공익을 위한다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목적이 분명하더라도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정당해야 합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이나 국민들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이들의 경제적 자유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수단이어야만 합니다(헌법 제37조 2항, 제12조, 제13조 등).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 달성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신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공정거래법상 계열사간 거래규제 강화, 공정거래법 집행 강화,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하도급법 규제강화, 중소기업적합업종 확대와 사업조정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모두 경제민주화 달성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 정책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법치주의원칙에 가장 부합하는 최선의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이러한 정책들에 대한 취지와 개념정도만 알고 있을 경우에는 모두 정당한 수단처럼 보이고 당연히 실행되어야 할 정책으로 판단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정책에 대한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정책들에 숨어있는 경제논리를 파악해야만 합니다. 더 나아가 정책들을 법이라는 그릇에 담아내고 이것을 꺼내 현실에 적용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의 법논리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합니다. 기업과 경쟁의 본질, 금융과 자본시장의 본질, 헌법·회사법·공정거래법의 기본구조 등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경제민주화 정책들을 바라보아야만 합니다. 


이렇게 해도 경제민주화 정책들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양할 것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경제민주화 논쟁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정의란 무엇인가? 자유와 평등, 효율성과 형평성은 어떻게 조화시켜 하는가? 와 같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항상 부딪치는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논쟁의 축소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 제도들을 도입할지 말지에 대한 논의를 떠나 적어도 제도 자체에 대한 오해는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앞으로 정치권에서 논의될 경제민주화 실현 정책들을 균형된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법치주의,신석훈 박사, 경제민주화 특강, 한국경제연구원


‘경제민주화’라는 추상적 개념이‘법치주의’라고 하는 틀 속에서 재탄생하기 위한 진통이 지금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우리사회에서 또 한 번의 뜨거운 논쟁이 있을 것입니다. 이때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한‘방법’에 대한 견해차이가 마치 경제민주화‘목적’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오해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럴 경우 경제민주화 논쟁은 소모적인 정치논쟁으로 흐를 우려가 있습니다. 경제민주화를 할지 말지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할지에 관한 문제가 중요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이러한 기회가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희망을 구체적으로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경제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바로‘경제민주화’입니다. 그리고 지금 많은 경제민주화 정책들이 제시되어 있고‘법’이라는 그릇에 담겨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경제민주화’를 넘어‘법치주의’로 가는 길목에서 기본적인 법과 경제논리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이러한 정책들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과연 그대로 법제화 되어야 할지, 수정되어야 할지,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만 할지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신석훈 박사(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박사, 경제민주화 특강, 한국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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