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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레밀리터리블, 우리나라 장발장은 제설작업중?


우리나라에서 남자끼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여자에게는 거의 공감받을 수 없는 화제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바로 '군대 이야기'입니다. 여자쪽이 여군이라도 나왔다면 몰라도 사실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낯선 집단의 이야기로 들릴 수 밖에 없죠.


레밀리터리블

남자에게도 사실 군대는 가보기 전에는 매우 낯선 곳입니다. 예를 들어 입대하기 전에는 그렇게 눈을 좋아하던 사람이 군대에 가면 반대로 눈을 저주하게 된다고 하네요. 왜일까요? 눈이 내리면 그 눈을 치우기 위해 제설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잠시동안 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하루종일 눈이 내린다면 하루종일 제설작업을 해야하는 것인데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연인에게는 낭만적이지만 군인에게는 정말 싫은 이벤트입니다. 크리스마스라서 쉬고 싶지만 눈을 치워야하니까요.


레밀리터리블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재미있는 영상이 나왔습니다. 한국 공군에서 만든 '레밀리터리블' 이란 패러디 영상입니다. 얼마전 극장가에서 히트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한 작품이지요. 레미제라블이 본래 '불쌍한 사람들'이란 뜻이니 '불쌍한 군인들' 정도의 뜻이 되려나요?


단순한 패러디 영상으로 보기에 이 영상은 매우 훌륭합니다. 영상도 극장 영상과 비슷한 데다가 나오는 성악의 수준만 봐도 장난이 아닙니다. 더구나 이 모든 것이 100만원 예산으로 가능했다고 하네요.


공군본부 미디어영상팀이 만든 '레밀리터리블' 영상은 유튜브에 오른 지 하루 만에 조회 수 40만회를 넘기며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더구나 원작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러셀 크로(레 미제라블의 자베르 경감)이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며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레밀리터리블은 지난달 초 기획에 들어가 노래 가사를 바꾸고, 군악대와 함께 음악을 만드는 데 한 달이 걸렸습니다. 촬영과 노래 녹음에는 2주가 걸렸습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대구·청주·진주·오산 사령부 각 군악대에 소속된 성악병들이 대본 연습을 했다고 하네요.


동영상 첫 장면에서는 공군 장병이 활주로에서 눈을 치우며 "제설, 제설, 넉가래를 들어. 제설, 제설, 넌 2년 남았어"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마치 원작 영화에서 장발장을 비롯한 죄수들이 파도가 치는 작업장에서 큰 범선을 밧줄로 당기며 노래 부르는 장면과 비슷합니다. '군번 24601'로 장발장을 부르며 괴롭히는 이는 당직사관 '자베르 중위'입니다. 자베르 중위는 영화의 자베르 경감이 쓴 것과 비슷하게 생긴 파란색 게리슨 모자를 썼습니다. 공군이 작년 초부터 새로 보급한 장교용 모자라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제설'을 주제로 패러디하게 된 것은 지난달 초 눈이 내리던 날 한 병사가 눈을 치우러 나가며 흥얼거린 노래 때문이었습니다. 원작 뮤지컬의 'Look Down' 노래 음정에 맞춰 "제설, 제설"을 흥얼거리자 부대원들은 한바탕 웃었습니다. 그러자 누군가가 "이걸로 동영상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군대 밖 가족, 여자 친구들은 '레 미제라블'을 보며 겨울을 즐기지만 군인들은 눈을 치우며 겨울을 느낀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걸로 조금은 군대와 바깥이 느끼는 감정의 차이가 좁혀졌을까요?


레밀리터리블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모두 놀랍니다. 군인들이 만들었다고 믿을 수 없는 높은 수준에 놀라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출연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당연합니다. 장발장 역할을 맡은 이현재 병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과 1학년에 다니다 입대했습니다. 자베르 역할의 김건 병장도 독일 쾰른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군인1 역할의 류성수 상병은 독일 하노버 국립극장 최연소 솔리스트로 뽑혔던 경력이 있습니다.


촬영감독, 오케스트라, 음향·녹음, 화장 스태프까지 사회에서 경력이 있는 100여명의 스태프가 지원했습니다. 한동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영상학과에 재학 중이던 2011년 9월 공군 학사장교로 입대한 정 중위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레밀리터리블

이렇듯 진정한 예술에는 군대라는 장소나 제작비용 같은 것도 지장이 되지 않습니다. 서로가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만든 이 영상은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러셀 크로우도 흥미를 느낀 것인지 모릅니다. 다가오는 설 연휴를 맞아 레밀리터리블을 보면서 우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누군가를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원문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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