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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토크/대학생경제읽기

이상적 동반성장보다 필요한 것은?

이종욱교수









서울여자대학교 경제학과 이종욱 교수

現 상생협력연구회 회장 인터뷰


 
 


상공론 정책인 동반성장.

현실의 시장논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이상적인 개념일 뿐입니다.


- 정치적 목적으로 생겨난 동반성장.. 현실 산업구조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 기업간 존재하는 역량차이를 인정해야.. 차별적인 지원을 통한 상생협력이 필요해




몇 년 전부터 동반성장이라는 주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어느 누구도 패배하지 않는 게임. 동반성장.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반성장이라는 달콤한 말뜻에 감추어진, 차가운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기업간의 상생협력에 대해 연구해온 경제학 전문가인 서울여대 이종욱 교수를 만나 동반성장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대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 생협력연구회 회장직을 맡고 계시군요. 상생협력연구회는 무엇을 연구하는 단체인가요?


상생협력연구회는 기업들간의 거래를 어떻게 경쟁력 있게 만들 것인지, 더 나아가서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실례를 들어서 설명을 해볼게요. 자동차 완제품 1대에는 부품이 2만여 개 이상이 필요합니다. 또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1대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10만개 이상의 부품이 필요해요. 심지어 여러분이 많이 사용하는 모나미 볼펜만해도 20번 이상의 단위공정을 거쳐야 만들어 낼 수가 있어요. 즉, 어떤 하나의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간재를 생산하는 기업들간의 적절한 거래가 필요합니다. 좋은 부품이 나와야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상생협력연구회에서는 기업간 거래를 하는 중소기업들에게 이론적인 체계를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이론만 알아서는 안되기 때문에 직접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방문하여, 한국제품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떤 프레임이 필요할지, 중소기업에 대학생들을 유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기업에는 어떤 역할을 요구해야할지 등을 연구합니다. 대기업 중소기업간의 거래뿐만 아니라 2차, 3차협력업체에 관해서도 조사를 합니다. 실제로 수십 개의 기업을 직접 방문해서 경제이론과 현실의 간극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생협력연구회에서 하는 일을 통해 제품이 글로벌경쟁력을 갖게 되고, 이는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에는 고용창출에 이바지 하고 국민복지향상을 통해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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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생협력 연구회가 기업간의 거래에 대해서 연구한다면, 최근에 화두가 된 동반성장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동반성장에 대해서는 알고 계신가요?


상생협력이라는 말은 2005년 노무현정부 때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그 때부터 약 2년 반 동안 상생협력을 추진했는데, 이명박정부 들어서면서는 상생협력이 없어졌습니다. 그 뒤로는 국가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연구모임으로 이끌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대패를 하면서, 민심을 얻기 위한 방책으로 동반성장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지방선거 이전부터 상생협력은 계속 연구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동반성장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거예요. 상생협력은 연구를 통해서 이론과 모델을 만들어 왔어요. 그런데 동반성장은 듣기는 좋은데, 개념이 불명확한 거예요.


제가 역으로 묻고 싶어요. 대학생들은 동반성장을 무엇이라고 생각 하나요. 중소기업들은 또 어떤 식으로 동반성장을 인식하고 있나요.동반성장이라는 것이 거래에 있어서 불공정과 불합리를 없애는 것인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일하게 성장하고 이익을 균등하게 나눠야 한다는 것인지 개념이 모호합니다.


● 경제학 용어라면 백과사전에 정확히 등재 되어있어야 하는데, 동반성장의 개념이 정확히 검색이 되지 않더군요.
 

제 생각에 동반성장은 모두가 수혜를 받는다라는 생각이 전제 되어 있어요. 패자가 없는 게임인 것이지요. 그러나 나는 다르게 생각해요. 현실에서는 패자없는 게임은 존재하지 않아요. 라면을 사먹어도, 오늘은 A집, 내일은 B집, 다음날은 C집하면서 돌아다니지 않아요. 소비자들이 A집이 맛있다라고 생각하면 그 집이 맛집이 되고 손님들이 많이 찾게 되는 것입니다.당연히 맛 좋은 집이 매출이 많겠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경쟁의 숙명을 안고 태어납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개념이 바로 동반성장이라고 생각해요. 매력적이지만 이상일 뿐이고 현실과는 맞지 않는 것이지요. 동반성장은 정치적으로는 의미가 있을지라도, 경제학으로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이라는 것인가요?


제가 말하는 것은, 현실을 지배하는 규칙을 고려한 경제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제품이라는 것은 전적으로 소비자 선택에 의해서 운명이 좌우됩니다. 빵집이 문을 닫는 것은 맛이 없거나, 위생이 안 좋기 때문인데 왜 누가 나서서책임 져야 하나요? 능력이 좋고 경쟁력 있는 사람이 더 좋은 직장을 얻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추진하는 사안으로 대표적인 것이 초과이익 공유제, 동반성장지수평가, 그리고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 이 3가지 입니다. 우선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성과공유제라는 것을 정운찬 전 총리가 이야기 하셨었지요. 제가 알기로는 이 때 초과이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는데, 이 개념을 현실에서 적용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초과이익을 정하기 위해서는 완전경쟁가격을 알아야 하는데, 이 가격기준을 정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실은 이론적인 완전경쟁과는 차이가 존재해요. 아무래도 정운찬 전 총리가 현장을 안 다녀보셔서, 이론이 현실에 적용되기 힘들다는 것을 간과하신 것 같아요. 또한 이 성과공유제는 정치적으로 대중들에게 매력적인 개념입니다. 특히, 대기업에 대해서 피해의식이 있는 사람들에게 초과이익이라는 말은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해주는 훌륭한 단어인 것이지요.


● 두 번째로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반성장위원회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가장 좋은 방법은 대기업에게 압박을 가해서 중소기업에게 혜택이 돌리는 것입니다. 그동안 대기업에게 피해의식이 있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과연 이 부분이 올바른지는 의문입니다.

협력업체라고 해서 다 같은 협력업체가 아닙니다. 분명한 능력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기술집약적인 핵심부품을 만드는 협력업체가 있는 반면에, 기술력이 낮아도 만들 수 있는 범용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협력사의 역량과 대기업에서 생산한 완제품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서 차별이 존재해야 하는데, 동반성장지수는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못합니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간에도 협력관계가 존재합니다. 바로 2,3차협력업체인데, 진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이 기업들입니다. 동반성장지수평가제는 1차협력업체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2차 3차 협력업체에 대한 고민은 존재하지 않아요.

다시말해, 동반성장지수를 통해서 협력사와 대기업간의 관계를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 세 번째로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중소기업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면, 대기업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럼 이 때 대기업이 된 중소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품을 그만 팔아야 할까요? 그렇다면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안 되는 것인가요?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또 한가지, 중소기업적합업종선정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합니다. 풀무원에서 나온 두부를 살 것인지 시장에서 파는 두부를 살 것인지는 소비자에게 맡겨야지, 개인의 소비행위를 정부가 제한하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입니다.


● 그렇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협력 할 수 있는 다른 방안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민간부분에서 협력을 통하면, 협력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전체 얻는 이익이 커져야 합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가 협력을 통해 발전해야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상생협력을 통해서 전체 파이값이 커지려면 기업역량에 따른 차별대우가 필요합니다.


현장에 나가보니 중소기업들이 가장 거부감을 갖는 말이 이 “차별”이란 말인데, 현실에서는 역량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범용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와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역량 차이는 분명합니다. 핵심부품이라는 것은 높은 기술력을 요하고 연구개발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반면에 범용부품은 높은 기술력보다는 생산효율을 통해서 납품단가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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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는 대기업이 원가 경쟁력을 강조하여, 연구개발에 투입할 여력이 없다는 중소기업들이 있는데 핵심부품과 범용부품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군요?

앞서 말했듯이, 범용성 부품은 생산성 또는 생산효율이 가장 중요해요. 범용부품은 납품단가를 낮추는 것이 바로 경쟁력인 것이지요. 더군다나 대한민국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른 선진국들처럼 고급제품으로 팔리지는 못해요.


예를 들어 독일의 BMW 또는 일본의 렉서스는 고급차라는 인식이 있어서 제품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어요. 반면에 현대차는 이런 프리미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완제품 판매시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판매요인으로 작용하구요. 독일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과 한국의 현실이 다른 데 독일수준의 납품단가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 대기업이 중소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상생에 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 이라고 보시나요?

저는 신뢰라고 생각을 해요. 핵심부품 같은 경우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가요. 개발기간도 오래걸립니다. 따라서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정보공유를 통해서 협력하면 연구개발에 있어서 시너지 효과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신뢰가 쌓여있지 않다면, 미래유망기술에 대한 핵심정보가 중국이나 타 경쟁사로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이유 때문에, 상생협력을 강제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협력사는 대기업으로부터 핵심연구개발 정보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신뢰관계가 있다면 5년 그리고 10년을 내다보는 정보를 공유하겠지만, 신뢰가 없는 협력업체에게는 1년, 2년의 단기적인 정보를 제공하겠죠.정보가 새나가면 대기업 입장에서도 굉장한 손해를 보는데, 모든 협력업체와 핵심정보를 공유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합니다.

결국에는 중소기업이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대기업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 상생협력을 하더라도 대기업의 자본이 연구개발에 들어가면, 나중에 지적재산권을 대기업이 독식한다는 말이 들립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쁘게만 생각할 것이 아닐 수도 있어요. 대기업은 글로벌 판매를 하기 때문에, 특허권을 지킬 수 이는 범위가 굉장히 넓어요. 다른 기업에서 대기업 특허권을 침해하기가 쉽지 않지요. 또한 특허는 관리비용 그리고 갱신비용이 들어가는데, 중소기업이 이 부분을 감당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지요. 따라서 대기업이 특허권을 보유하고, 일정한 권리를 중소기업이 얻는 것이 서로에게 이득일 수 있지요. 일본 같은 경우는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서 특허권을 관리해준다고 고마워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중소기업들도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허라는 것도 시효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데, 몇몇 중소기업사장들은 하나의 특허개발로 평생 먹고 살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혁신이 없는 기업은 상생협력 파트너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중소기업 지원시 선정기준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보시나요?

역량에 맞는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능력차이가 현실에서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서 현재 핸드폰 산업을 보면, 자판이 없어지고 전부 터치 스크린으로 기술이 변했잖아요. 핵심기술, 핵심부품이 나오면 과거의 협력업체는 경쟁력이 없어지게 되죠.


스마트폰으로 핸드폰산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자판 만드는 중소기업들은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어요. 시대가 변하고 기술의 혁신이 이루어져서 생기는 것에 대해서도 대기업이 책임을 질 수는 없어요. 각각의 중소기업이 흐름을 예측하고 대비를 해야 하는 부분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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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질문입니다. 대기업 협력사를 지정하여 지원을 하면, 다른 중소기업들에게는 진입장벽을 키워 시장진입을 힘들게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젊은이들이 열심히 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품을 개발해도 시장에 들어오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지요. 열린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기업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내가 현장에서 살펴보니, 대기업들이 오히려 협력업체를 찾아 다니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중소기업은 아크릴 도금 기술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갖고 있는데 이런 기업들은 대기업이 먼저 와서 손을 내밀고 협력을 요청하게 됩니다.

 


 



 


 

? 본 게시물은 자유광장 소셜네트워킹 서포터즈 학생들의 제작물로 전경련의 공식입장과는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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