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힘들 때면 누군가 잘 하는 사람을 보고 열광하며 싶어집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역경을 딛고 노력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지 나도 그렇게 힘든 현실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이 IMF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투수 한 명이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아직 이름도 별로 없고 주목하는 사람도 적던 그는 LA다저스의 유니폼을 입고는 미국의 내노라하는 타자들을 제압하며 강한 인상을 심어줍니다. 바로 투수 박찬호입니다.
박찬호는 특유의 노력과 성실함으로 메이저리그에 오래 머물면서 꾸준히 등판과 승수를 쌓았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박찬호는 언제나 선발투수로서 팀에 승리를 가져다주던 위대한 한국 투수였습니다.
그런 박찬호 선수가 드디어 은퇴합니다. 지난 29일에 한화 구단을 통해 은퇴의사를 밝힌 박찬호는 30일 오전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날 박찬호는오전 11시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현역 은퇴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사진출처: MK뉴스)
박찬호는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은퇴 심경을 밝혔습니다. 스스로의 야구 인생을 돌아보며 그동안 받은 팬들의 사랑과 환호에 감사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다음은 박찬호가 홈페이지에 남긴 은퇴 심경 전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7년 전 오늘은 제가 결혼을 하며 인생에있어서 큰 축복을 받았던 날이었습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같은날 오늘, 저는 인생의 새로운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11월 29일.. 날짜가 주는 의미가 마음을 좀 무겁게 하네요..
은퇴...
은퇴를 결정하려는 마음속에는 너무 많은 기억들이 발목을 잡곤 했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을 함께했던 후배들과의 시간과 그들의 마음들.
젊은 시절 겁 없이 마운드에 오르던 그 나날들.
시간이 흘러 부상과 슬럼프 속에 하루하루 힘들던 날조차도..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프로에서만 19년의 세월을 보냈네요...
저는 참 운이 좋은 녀석입니다.
시골에서 태어나 너무 큰 행운을 얻고 우연히 마주치게 된 야구.. 그리고 야구를 했던 시간들.
초등학교 시절부터면 정말 오랜 시간이었는데.. 지금 제 기억에서는 짧게 느껴지네요..
그동안 야구를 하면서.. 이런저런 말들을 많이 들었는데..
제 이름 앞에 노장.. 베테랑.. 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에도..
크게 동하지 않았던 제 마음이..
은퇴라는 단어 앞에서는 울컥해지기도 하고 울렁울렁하네요....
왠지 은퇴라는 끝을 말하기 보다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지금 서울의 밤은 깊어 가는데...
수많았던 경기들..
많은 환호를 보내주었던 교민여러분..
저보다 더 몰입해서 경기를 지켜봐주신 팬들..
경기장 안에서나 밖에서 겪었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
경기가 끝난 후 저를 응원해주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을 보고 있자면..
나는 참 행복한 녀석이구나..
그런 생각들과 함께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마음 따듯해짐을 느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네요..
지금 머릿속의 많은 생각들을 다 적기도 힘들 만큼....
그런 생각들 속에서 역시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은 팬들입니다.....
한때 거만하기도 했었고..
젊은 시절에 고마운 줄 모르고 당연하듯 지나간 일들도 많았지만..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속에 느껴지는 감정이란 참.....
저의 곁을 지켜주신.. 모든 분들..그리고 한시즌만 더 제 투구를 간절히 보고싶어하셨던 많은 분들....
정말 미안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여러분들의 마음과 영혼들을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비록 선수로는 은퇴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닙니다. 앞으로 박찬호는 코치와 감독으로 계속 우리 곁에 남을 것입니다. 프로야구나 국가대표 감독 박찬호를 박수와 환호로 기대해보면 어떨까요? (참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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