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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출총제(출자총액제한), 경제 만병통치약?


안녕하세요?
최근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입법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순작용보다 부작용이 더 많은 법안이 많습니다. 이번에는 출자총액제한제(이하 출총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지난 7월에 정치권에서 출자총액제한제 도입을 위한 입법안이 제출되었습니다.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을 지정하고, 여기 속하는 회사는 순자산액에 100분의 25를 곱한 금액을 넘어서 다른 국내회사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담고 있습니다.


출총제



순자산이란?

Max(자본총계, 자본금)* - 계열회사 출자금액**

   * Max(자본총계, 자본금) : 총자산 - 부채에 해당

  **계열회사 출자금액 : 소유주식수에 1주당 액면금액을 곱한 금액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지정 기준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한 국내회사들의 자산총액 합계액이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2009년)


출총제를 통해서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계열사간 거래, 문어발식 확장, 경제력집중 등 다양한 이슈를 한 번에 해결하겠다는 입법 취지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출총제는 우리 경제를 살리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까요?


1. 출총제를 시행하면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및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할 수 있을까요? 


우선 ‘재벌기업이 골목상권에 진출했나’, ‘계열사간 거래는 근절되어야 하는 구태인가’를 라는 점부터 검증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단 이 전제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과연 출총제를 시행하면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계열사간 거래가 근절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출총제와 골목상권, 계열사간 거래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빵, 떡볶이 등 골목상권이나 중소업종은 소규모 자본으로도 충분히 사업을 벌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총제는 몇 조원 규모의 기업에 대한 규제입니다.  골목상권과는 규모가 다릅니다. 게다가 출자제한의 한도 기준인 순자산이 매년 늘어납니다.



일감몰아주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열사에 출자할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한다고 현재 계열사간 상품, 서비스를 거래하는 규모가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역시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나라가 법을 만들고 정부가 정책을 집행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은 무엇일까요? 선택한 정책수단이 과연 목표한 바를 실현시킬 수 있는 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2. 출총제를 시행하면 대기업의 계열사 증가를 막을 수 있을까요?


다음 문제를 살펴 보겠습니다. 출총제를 시행하면 대기업의 계열사 증가를 막을 수 있을까요?

맞습니다. 계열사에 자금을 댈 수 있는 한도가 제한되므로 자연히 계열사를 늘리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데 대기업의 계열사 증가가 골목상권 진출, 중소업종 사업 등 소위 ‘문어발’일까요? 


흔히 대기업 계열사 수 증가를 둘러싸고 문어발 확장이라고 비하합니다. 대기업이 주력업종과 상관없는 생뚱맞은 분야로 확장해 간다는 비난입니다. 이 말은 진실일까요?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그룹의 최근 5년간  늘어난 신규계열사를 살펴보겠습니다.


상위 10대그룹 수직계열화 비율 (최근 5년간)


이처럼 신규 계열사의 업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85%가 수직계열화에 해당합니다.이 비율을 각 그룹별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개별 그룹 수직계열화 비율 (최근 5년간)


그리고 나머지 15퍼센트에 해당하는 비수직계열화 회사의 면면을 살펴보도록 하지요.


보시는 바와 같이 수직계열화가 아닌 업종들의 경우는 첨단산업, 금융업, 사회적 기업, 자원개발 등입니다. 골목상권 업종과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3. 출총제, 우리나라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제도입니다.


경제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법안은 우리 기업을 그만큼 구속하게 됩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때 족쇄가 된다는 뜻입니다. 타회사 출자는 지배구조나 금융기능의 문제이며,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은 관련법에 의해 금지되고 있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은 타회사 출자를 규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에 대한 출자를 지배구조나 금융기능의 문제로 보며,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의 경우에는 법률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외적으로 일본에서 이와 유사한 규제를 도입하였다가 폐지한 사례가 있습니다. 일본의 정책은 어땠을까요?




일본에도 대규모회사의 주식보유총액제한제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2년에 사전 규제 완화 차원에서 폐지했습니다. 또한 일본의 주식보유총액제한제도는 출자한도가 순자산의 100%입니다. 우리나라보다 4배가 크면서 예외규정이 넓어 기업에 규제로 거의 작용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에만 해당하는 규제가 어째서 문제일까요? 국내에서 기업집단을 형성하지 않는 외국기업은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외국기업은 출자가 자유로우므로 경쟁해야하는 국내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되어 버립니다. 또한 국내에서 규모가 작은 현지법인이나 지사를 설립하여 운영할 경우 실질적인 기업규모가 기준을 훨씬 초과해도 규제 대상이 아니게 됩니다. 이것은 누가 보아도 불합리한 상황입니다.


외국기업 GE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GE의 지배구조


2000년도 GE의 총자산규모는 4,370억 달러로 국내 30대그룹 624개 계열사 전체자산 총액인 3,480억원 달러를 넘습니다. 또한 GE는 자회사가 82개사에 달하며 국내에서도 GE가전서비스,GE캐피탈,GE라이팅,OWS(항공엔진서비스),GE헬스케어바이오 사이언스 등이 활발하게 사업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출자총제한제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출총제(출자총액제한제) 아래서 우리 기업이 과연 이런 외국기업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까요?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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