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TV 규제, 풀리고 난 뒤 변화는?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주위에는 필요 없는 규제가 상당히 많다. 분명히 애초에는 나름대로의 좋은 목적과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건이 변화하면서도 그 존재이유가 없어진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규제 그 자체는 여건 변화와 상관없이 버티고 서서 자유를 제약한다.
이런 규제 가운데 우리 생활에 아주 밀접한 지상파 텔레비전의 방송시간이 있다. 이번에 이 방송시간을 둘러싼 규제가 풀렸다는 소식이다.
방통위는 9월 7일, 지상파TV의 일일 방송 허용 시간을 19시간에서 24시간으로 변경키로 했다. 방통위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지상파TV 방송운용시간 규제 완화안'을 의결했다.
이제까지 방통위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TV에 대해 오전 6시에서 다음날 새벽 1시까지 하루 19시간만 방송을 허용했다. 허가받지 않은 시간에 스포츠 중계 등을 방송하려면 일일이 방통위의 별도 허가를 받아야 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방송과의 규제 불균형 해소와 심야시간 취약계층에 대한 시청권을 내세우며 규제 폐지를 요구해왔다. 반대로 신문사나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은 광고의 지상파 독점과 재방송으로 인한 전파 낭비와 청소년 유해프로그램 증가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그동안은 신문사와 케이블TV의 목소리가 강하게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점점 규제를 풀고 글로벌 경쟁을 대비하는 상황에서 계속 이런 규제를 유지할 수는 없다. 이미 선진국 가운데는 24시간 방송을 하는 곳이 적지 않다.
방통위는 방송 시간을 각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했다. 다만 심야시새벽 1시~오전 6시대의 재방송 비율이 매 달 전체 방송시간대의 40%를 넘지 않도록 권고했다.
본래 이런 방송시간 규제의 목표는 에너지 절감이었다. 지난 1961년 TV방송이 국내에서 시작된 이후 하루 4시간 방송을 시작으로 방송 시간이 계속 늘어났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전력 사용량 절감을 위해 아침 방송을 없앴다. 이후 정부는 1981년에 아침방송을 허용하고, 2005년에 낮방송을 각각 허용했다.
이렇게 지상파TV 방송시간의 규제를 푼 결과는 무엇일까? 방송시간의 연장과 함께 보다 시청자의 볼 권리와 선택권 확대로 나타난다.
KBS 1TV는 10월 이후 24시간 방송을, KBS 2TV는 11월 이후 21시간 방송을 할 계획이다. MBC는 10월 이후에, SBS는 12월 이전 각각 21시간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렇듯 시간이 연장되면서 이 시간은 보다 풍성한 방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KBS는 클래식 음악·스포츠·다큐멘터리를, MBC는 시사보도·문화예술·지역사 프로그램을, SBS는 보도·다큐멘터리·스포츠 프로그램을 각각 심야 시간대에 편성할 계획이다.
이유없는 규제는 풀고 보다 많은 자유를 주는 것이 발전을 가져온다. 지상파 텔레비전이 앞으로 24시간 방송을 하면서 보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더 좋은 방송을 보여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