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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곡물 가격 상승, 쌀값도 폭등할까?

FKI자유광장 2012. 8. 16. 15:34


우리나라 식탁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곡식은 무엇일까?
그렇게 묻는다면 아마도 대부분은 쌀이라고 답할 것이다. 아무리 급격한 산업화와 서구화를 거쳤다고 해도 여전히 쌀이란 곡식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매우 상징적인 의미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빵과 라면을 비롯한 밀가루 음식이 널리 보급된 지금도 여전히 하얀 쌀밥은 매끼 식사의 기준이 되고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주식은 쌀로 만든 밥이다.


(사진출처: 조선닷컴)


최근 몇 년동안 쌀은 남아도는 곡식이었다. 해마다 기록적인 풍작으로 생산량은 늘어난 반면,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해 소비량은 꾸준히 감소했다. 남는 쌀 재고량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쌀소비를 권장하는 캠페인까지 벌였다. 하지만 쌀은 여전히 풍족한 주식이었다. 얼마전  세계적으로 주식이 되는 곡식가격이 올랐을 때조차 쌀값은 아주 약간 올랐다가 다시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좀 심각하다. 세계적인 이상기후가 식량 생산량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국내의 생필품과 농산물 가격까지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곡물 수출국 미국이 1960년 이후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면서 미 곡창지대의 곡물이 심각하게 말라 세계적 곡물 가격 상승을 초래하자, 주요 20개국(G20)은 이달 안에 긴급 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옥수수 가격의 상승은 사료와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미 식품업체들의 원료 값 상승에 따른 완제품 가격 상승도 불가피하다.

(사진출처: 아시아경제)


콩과 밀을 주 원료로 하는 국내 제품 가격도 덩달아 뛰어 찌개용 국산 콩 두부는 7월 1일에 비해 8.3%, 국산 콩 무농약 콩나물도 10.0% 올랐다. 즉석밥인 햇반은 10년 만에 7.6%, 시금치(1kg)는 평년보다 19.2%, 삼양식품의 라면 6종류는 5~8.6% 올랐다.

한편 국내에서는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며 고랭지 배추 수확량이 10% 감소해 배추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업계는 고랭지 배추에 이어 가을과 겨울 배추 생산량도 평년보다 줄어 올해도 '배추 파동'이 닥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새우젓, 고추, 마늘, 생각 등 김치에 들어가는 양념류 가격도 올라 김치 담그기가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다. (출처)


가장 많은 곡식을 생산하는 미국의 가뭄이 전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단순히 몇몇 종류만 오르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전세계의 곡물은 강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옥수수값이 오르면 그 대용으로 쓸 수 있는 곡식도 같이 오른다. 밀 역시 전세계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곡물이다. 따라서 대신 먹을 수 있는 보리나 콩의 가격도 오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즐겨먹는 곡식인 쌀은 어떨까? 쌀 역시  세계적 추세에 맞춰 폭등할까? 만일 그렇게 된다면 서민들의 장바구니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남아시아의 쌀값은 벌써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태국을 비롯해 인도의 쌀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쌀값 안정에 기여했던 인도의 쌀 수확량도 가뭄 탓에 상당히 감소했다. 이런 쌀값 상승의 여파가 우리나라까지 밀어닥쳐 쌀값 폭등으로 이어질까?


(사진출처: 네이버)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선 우리나라의 쌀은 전세계적으로 소비하는 지역이 그리 많지 않다. 자포니카라고도 불리는 끈기있고 짧은 단립종 쌀은 한국과 일본, 중국 일부에서 즐겨먹는 주식이다. 나머지 동남아시아 지역은 인디카라고 하는 장립종으로 끈기가 없고 길쭉한 쌀을 먹는다. 또한 세계적으로는 쌀보다 밀과 옥수수가 주식이다.


두번째로 그동안의 풍작으로 인해 우리나라에게는 충분한 쌀재고량이 있다. 적정 재고량을 넘는 이런 쌀 보유분은 쌀값이 급격히 오르게 되면 즉시 정부가 시중에 방출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해외 수출물량도 적은 쌀값은 금방 영향을 받아 떨어지기 마련이다.


세번째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쌀 소비는 그리 많지 않다. 주식이라고 해도 꾸준히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기에 값이 지나치게 오르면 소비를 더욱 줄이게 될 것이다. 가격폭등은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아야 가능하다.


결국 많은 곳에서 우려하는 애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쌀값 만큼은 안심해도 될 듯 싶다. 오히려 다른 곡식이 비싸질수록 쌀은 유용한 대체재로 각광받을 수도 있다. 그나마 쌀이 서민들의 장바구니를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가 될 것 같아서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