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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리포트> 오바마 미 대통령, 세계은행 차기 총재로 한국계 미국인을 지명하다

FKI자유광장 2012. 4. 19. 15:18

 

 

오바마 미 대통령, 세계은행 차기 총재로 한국계 미국인을 지명하다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세계 3대 국제기구 중 하나로 66년 역사를 지닌 세계은행(WB, 공식 명칭은 국제부흥개발은행, IBRD)의 차기 총재로 버 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김용(Jim Yong KIM)을 지명한 것이다.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이 지명한 만큼 4월 20~21일 열리는 WB·IMF 연례총회에서 그의 총재 선임은 거의 결정적이다.

 

 무엇보다 그가 한국 태생으로 5살 때 이민 온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한국민들도 환호하 고 있다.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는 66년 만의 첫 아시아계 총재라는 점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첫 비(非)경제계 인사

 

 

 미국 은행가 출신의 유진 메이어 초대 총장 이후 11명의 총재를 배출한 WB에서 김 총장은 첫 아시아계 총재다. 또 역대 총재는 기업 금융인이나 미 관료 또는 의원 출신이었는데 처음으로 생 소한 의학분야의 학자가 지명됐다.

 

 WB는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1944년에 전후(戰後) 세계경제의 골격을 짠 브레튼우즈협정 의 결과로 탄생한 국제경제 및 금융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는 양대 국제기구다. WB, IMF와 함께 세계 3대 국제기구 중 하나인 유엔이 실질적인 정책도구가 없는 데 비해 WB와 IMF는‘ 돈’을 갖 고 있어 어찌 보면 한 국가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IMF가 금융위기에 빠진 국가들을 상대로 한 긴급자금 지원을 주요 설립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세계은행은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 지원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번 총재 지명은 WB의 역할이 서서히 변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IBRD 차관’으로 불리는 WB의 장기차관은 한국 등에서 도로 등 국가 인프라와 생산공장을 짓는 데 사용돼 왔다. 따라서 총재는 경제와 어떤 형태로든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 차기 총재 지명자는 이와 아 무 관련이 없는 이력을 갖고 있다. 하버드대 의대 교수 출신이며 국제기구인 국제보건기구(WHO)에서 에이즈 담당국장을 지낸 게 그나마 그의 외도다.

 

 김 총장의 지명으로 앞으로 세계은행이 그동안의 자금 지 원과 함께 의료 지원, 생활환경 개선 등의 사회시스템 개선 에도 적극 나설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0년 서울 주 요 20개국(G20) 회의에서 개발도상국의 지원을 위한‘ 서울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던 주최국 한국도 이 같은 WB의 역할 변화를 주문했다. 다만, WB가 여전히 국제경제시스템의 중 요한 국제기구 중 한 축인 만큼 김 총재 지명자가 경제부문 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수행해 낼 수 있을지는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번 총재 지명은 국제기구 지배구조의 변화에도 촉발점 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세계은행은 미국인이, IMF는 유럽인이 총재를 맡는 게 관행으로 돼 있어 이번에도 미국인 이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미국인 독식에 대해 신흥국 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아프리카와 남미의 후보도 이번에 총 재 후보로 지명됐다. 이런 가운데 5살 때 한국에서 미국으 로 이민 와 미국 국적을 지니면서도 첫 비(非)백인계인 김 총 장의 지명은 신흥국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묘수’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차기 WB, IMF 총재 선임과정에서 미국과 유럽의 나눠먹기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캐스팅 보트를 쥔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의 입김이 더욱 커 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지분구조에서 미국(15.85%), 일본(6.84%)에 이어 3번째인 중국(4.42%)을 비롯해 인도 (2.91%·7위), 러시아(2.77%·8위) 등의 브릭스 국가들이 다 음 WB 총재 때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최근 IMF 총재 선임 때도 브릭스 국가들이 강력하게 항의해 결국 중국이 IMF 부총재를 맡게 되었다. 외신들은 4월 20일경 열릴 세계은 행 연례총회에서 결정될 총재 선임에서 중국이 가장 큰 변수 였지만 중국이 IMF 부총재직을 맡으면서 이번에는 미국의 결정을 용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워싱턴에 본부가 있는 세계은행의 직원 수는 2011년 기준 약 1만 2,000명이며 한국인은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에서 파 견된 20명을 포함해 총 6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다트머스대를 가보니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을 만나기 위해 3월 25일 뉴햄프셔 주 하노버시를 찾았다. 이날 김 총장은 미 아이비리그(미 동 부 8개 명문대) 가운데 하나인 다트머스대 총장 집무실로 일찍 출근해 학교 관계자들과‘ 포스트 김용’ 체제를 논의 했다. 2009년 9월 22일 아시아계 최초로 아이비리그 총장에 취임했던 그는 이날 2년 6개월 동안의 총장 업무를 정리했 다. 김 총장은 뉴욕특파원단의 인터뷰 요청을 고사한 것은 물론 총장 공관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을 따돌리고 2시간 가량의 업무를 마친 뒤 오전 10시 반경 공관 후문을 통해 서 둘러 빠져나갔다. 미리 대기해 있던 대학 순찰차에 탑승하 면서도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지 않아 순방에 따른 준비사 항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총장 관저의 비서도“ 총장은 여행 중이며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 총장을 떠나보내는 다트머스대 학교 관계자들과 학생 들은 환영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김 총장 을 대신해 브리핑에 나선 저스틴 앤더스 다트머스대 대변인 은 “우리 학교와 학생들은 김 총장의 총재 지명을 학교의 영광으로 생각하면서도 안타깝다. 영감 있고 카리스마와 비 전을 갖춘 리더를 잃게 된다는 사실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김 총장은 도전이 닥쳤을 때 주눅 들지 않는 스타일 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총장이 그의 댄스와 랩을 유튜 브 동영상으로 띄운 것과 관련해“ 그는 아주 전통적인 아이 비리그 이미지와는 다른 유형의 총장이었다. 세계은행 총재 로서도 기존의 전통적인 총재상과는 다른 모습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캠퍼스에서 만난 대부분의 학생은 그의 총재 취임을 반겼 지만 일부 학생은 블로그 등을 통해“ 총장이 학교를 끝까지 책임지지 않았으며, WB 총재 취임을 위해 아이비리그 총장 자리를 이용했다”는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일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는 최근 김 총장이 2000년 조이스 밀렌 미 윌라멧대 교수 등 과 함께 펴낸 ‘성장을 위한 죽음(Dying for Growing)’이 신자유주의와 기업주도의 성장을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뉴욕대 윌리엄 이스털리 교수(경제학)의 발언을 인 용해 WB 총재는 개발도상국의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데, 반 (反)성장 노선을 가진 첫 WB 총재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 했다. 한편, 김 총장은 3월 27일부터 11일 동안 에티오피아를 시 작으로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 7개국 순 방에 들어갔다. 이번 방문에서 김 총장은 각국 재무장관 등 을 만나 향후 세계은행의 정책방향과 운영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미 재무부는 이번 방문을 ‘경청 투어(Listening Tour)’라고 설명했다. 3월 23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으로 부터 지명을 받은 지 4일 만에 차기 총재 수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것이다.            

                   

                                                                                          

(granblue20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