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스토리/칼럼노트

소비자를 들러리 취급하는 SSM규제 (김진국 배재대 아펜젤로국제학부 교수)

FKI자유광장 2012. 2. 28. 14:36



누구를 위한 입법인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골목상권 보호 차원에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중소도시 진입을 5년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즉,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일정 수준의 인구를 가진 도시에 한해 원칙적으로 대형 유통업체들의 진입을 막기로 의견을 모아 '잠정적으로 30만명 미만의 도시를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50개 도시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82개 도시 중 50개와 거기에 포함된 전체 군이 대상이 되며 이들 지역의 인구가 전국의 약 2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전국 상권의 1/4에 해당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다만 소비자들이 원할 경우 예외적으로 유통업체의 입점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라지만 소비자가 얼마나 결집된 힘을 보일지는 매우 의문이다.
 
업계 의견으로는 모든 출점 계획이 사실상 5년간 보류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대형유통사의 입점으로 발생하는 높은 고용창출 효과도 사라지고 중소도시에서도 대형마트에서 누릴 수 있는 낮은 가격, 다양한 상품군, 각종 편의시설 등의 이점을 중소도시에서 더 이상 얻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에게 감동은 못 줄지언정 자신이 사러가고 싶은 상점에 못 가게 막는 정부나 시의회, 정당의 정책에 대해 소비자들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소수의 응집된 힘을 보이는 집단에게 표를 구걸하는 식의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을 막기란 쉽지 않다.
 
소비자는 언제까지 들러리 취급 받아야 하나
 
그 동안 우리 시장에서는 급속한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던 공급자 혹은 생산자 위주로 경제를 인식해왔고, 공급자들의 공급대상인 소비자의 이익은 인식대상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늘 대기업에 비해 절대적 약자인 중소기업 혹은 영세상인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정책으로서의 큰 성역이 존재해 왔을 뿐이다. 이렇게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이 보호되어 왔던 경제현실에서 우리네 소비자는 늘 그저 그런 제품을 비싸게 사는 책임을 떠 맡아왔던 것이다. 이러한 공급자간 대립구도에서 약자로 인식되는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은 자기 몫을 챙겼지만 정작 힘없는 서민소비자들은 자기 몫도 못 챙긴채 시장의 들러리에 불과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영세상인, 골목상권의 보호는 소비자 권익 보호보다 반드시 앞서야 할까? 반드시 그럴 수만은 없는 일이다. 문제의 본질은 정부와 정치권이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으로 소비자의 권익을 늘 뒷전에 두고 있는 점이다. 소비자는 가격, 품질, 브랜드,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구입처를 선택하는 만큼 인위적인 영업제한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음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당장 응집된 힘을 보이는 사업자 보호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소비자 후생 증대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복지는 정부가 부족한 세금으로 유권자에게 무엇을 더 주려고 할 때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상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시장기능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 1차적인 복지혜택임에도 정치권은 애써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구조 선진화를 위해 진입규제 철회해야

서민의 경제생활과 가장 관계가 깊은 경제구조는 유통구조가 우선이다. 그런데 우리의 유통구조는 서민과 밀접한 채소 및 한우의 경우 여러 경로의 유통단계로 인해 최종소비자 구매 가격이 산지가격의 적게는 4-5배에서 많게는 7-8배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음을 볼 때, 유통구조의 선진화는 우리경제의 물가수준을 내리고 안정적으로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일을 담당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10여 년 동안 온라인쇼핑몰 및 대형마트 등은 산지직접구매 등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어 치열한 가격경쟁 등으로 가히 유통혁명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형슈퍼마켓의 등장으로 특히 주부들의 장바구니 가격을 낮추는데 톡톡히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기존의 골목상인이나 재래시장 측에서 볼 때 대기업을 등에 업은 대형마트나 SSM은 매우 달갑지 않은 경쟁상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자신의 이익 보전을 위해 대형마트나 SSM에 대한 출점 규제가 이루어질 경우, 자신의 이익은 보호받겠지만 그 대가는 결국 소비자가 높은 가격으로 지불할 수밖에 없다. 경쟁의 압력이 있을 경우에만 비로소 경쟁력은 얻어진다. 경쟁으로 인해 자신의 이익이 사라진다고 진입자체를 막아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산업이 경쟁력을 갖기는 요원하다. 결국 그 대가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짊어지게 되는 매우 반시장적인 결과를 낳을 뿐이다. 시장의 순기능을 왜곡시키는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중소도시 진입을 5년간 금지하는 방안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김진국 / 배재대학교 아펜젤로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