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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ry> 실험경제학
FKI자유광장
2012. 2. 22. 18:31
만약에 여러분이 물건을 판매하려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단 인터넷에서 팔려고 결정했다면 어떤 쇼핑사이트로 갈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또 보통 회원으로 가입된 사이트나 판매했던 경험이 있는 사이트로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판매하는 방식에는 단순히 내가 가격을 결정하고 판매하는 방식 이외에 입찰을 붙여 최고가에 낙찰시키는 방식도 있습니다. 미국 같으면 이베이(ebay.com)와 아마존(amazon.com)을 통해 인터넷 입찰을 실시하려 할 것입니다. 그럼 어느 사이트에 판매하는 것이 유리할까요? 두 사이트 모두 입찰방식은 거의 유사합니다. 다만, 아마존은 입찰만료시간 직전에 입찰이 들어오면 만료시간을 10분 늦추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이베이는 만료시간에 맞추어 종료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이베이 구매자들의 입찰이 만료시간 직전으로 몰리게 만들었던 한편, 아마존 구매자의 대부분은 만료시간 훨씬 이전에 입찰을 끝내도록 하는 차이로 이어졌습니다. 아마존에서는 만료기간이 연기되기 때문에 구매자들은 자신의 최종 구매의사 가격을 만료시간보다 미리 제시하는 성향이 나타난 것이죠. 이베이 구매자들은 자신의 최종 의사가격을 기재하지 않고 있다가 종료시간에 임박해서야 제공하기 때문에 입찰이 만료시간에 몰리게 된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여러분들은 어느 사이트에 판매하는 것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지 대충 짐작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죠. 이베이에 판매하면 종료시간에 임박하여 입찰수가 급속히 증가하기 때문에 구매의사 가격이 높아집니다. 이베이에서 입찰판매하는 것이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경우보다 평균적으로 3% 매출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소한 차이가 기업의 이윤과 중요한 연관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밝히는데 기존 경제학은 그리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습니다. 시장 기능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면서 이러한 연구분야는 성공적 결과를 제시하기 시작했는데, 컴퓨터의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자료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급속히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소개하고자 하는 저서 『실험경제학』은 전술한 실험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낸 경제학적 공헌들을 정리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 중 한 사람인 버논 스미스(Vernon L. Smith)는 실험경제학의 대부로서 2002년에 이 분야에 대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가 있습니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 박사과정 시절 챔벌린(Chamberlain) 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격결정 메카니즘의 기이한 현상을 실험했던 경험에 관심을 두면서 이 분야의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27년생인 85세의 노장 경제학자 버논 스미스는 여전히 조지메이슨 대학교의 연구교수로서, 그리고 케이토연구원(Cato Institute)의 선임연구위원으로서 왕성한 연구와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버논 스미스의 저서가 번역되어 출간됐다는 소식을 듣고 구매하여 읽어 보았습니다. 내용적으로는 버논 스미스의 실험경제학 연구성과가 쉽게 설명되어 있지만, 책의 대부분은 버논 스미스보다는 공동저자이자 제자격인 로스 밀러(Ross M. Miller)에 의해 집필된 것으로 보입니다. 여타 경제현상보다 밀러의 전문분야인 금융시장에 대한 실험경제학적 연구내용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서 실험경제학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최근의 경제상황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금융시장에 대한 실험경제학 연구성과 사례가 더 적절한 예시가 된다고 판단됩니다.
실험경제학이라고 하면 경제현상에 대해 컴퓨팅 기법을 이용해 분석한다는 특징 때문에 본의 아니게 오해를 일으키는 부분도 있습니다. 복잡한 시장기능을 단순화시킨 실험과 계산으로 인해 잘못된 결과를 세상에 제시할 수 있다는 선입견이 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정부가 이러한 계산방식을 이용하여 시장을 통제하고 가격기능에 개입하려 하게 하는 동기를 유발하게 한다는 우려를 일으키게도 합니다. 한 예로 하이에크는 보이지 않는 손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며 그 존재는 어떤 과학적인 방법으로도 파악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과학적 방법론을 반대한 이유는 당시 파시스트와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과학의 남용을 기피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실험경제학이 추구하는 연구방향은 수학을 차용하여 경제현상을 살펴봐왔던 기존 경제학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학적 분석방법을 통해 기존 경제학이 제시한 결과와 상이한 경제현상이 유발되는 원인을 검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실험경제학이 제공해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기업이나 헐값에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나타나는 현상이 정부개입자가 주장하듯이 시장경제 기능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정보의 공개부족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설명을 제시해 줍니다. 가격기능의 일시적 정보의 공유부족은 또 다른 시장기능 역할자의 등장으로 해결됩니다. 즉 부동산 정보회사, 중고차 거래 사이트 등은 이러한 역할이 등장하는 이유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복잡한 시장경제의 기능을 과학적 분석기법을 차용하고 있는 현대경제학이 모두 설명한다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복잡한 기능을 하나씩 하나씩 밝혀 가는 과정이 경제학자들의 역할이고 실험경제학도 그러한 대상 중 하나가 됩니다. 레몬(lemmon) 시장, 비커리(Vickery) 옥션 등은 실험경제학이 밝혀낸 당대의 업적이었지만, 이제는 현대 미시경제학에서는 기본적인 일반적 지식으로 가르쳐지는 학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학술적 분야로서 이외에도 그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 저서를 비전공자로서 실험경제학에 관심이 있거나 이러한 현상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