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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한국경제 주요변수 점검 3>최근 이란 사태, 그 경제적 영향과 과제

FKI자유광장 2012. 2. 8. 14:21
불투명한 글로벌 경제기상도 속에 새해 들어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불안합니다. 대외적으로는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핵개발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인한 국제유가의 급등 초래 가능성은 가뜩이나 불안한 현 국면을 더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과 신흥국 성장률의 하락, 그리고 가계발 금융불안 우려와 총선·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정국은 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일 게 확실합니다. 이에  ‘2012년 한국경제 주요 변수 점검’을 특집 주제로 삼아 세계경제 화약고로서 유로존의 위기, 미국경제 침체 장기화 및 중국경제 경착륙 등 현단계 G2 경제의 문제점, 이란 리스크, 그리고 가계부채 뇌관 등 한국경제를 둘러싼 주요 변수들을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국제유가는 올해 첫날 큰 폭으로 상승하며 출발하였다. 지난해 12월 31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의 석유수출 봉쇄를 겨냥한 국방수권법(The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서명하였다. 이에 대응하여 이란은 1월 1 일과 2일에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위협하며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실시하였다. 중동산 두바이유를 비롯한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유(WTI) 등 주요 원유의 가격은 연초 일제히 배럴당 5달러 내지 7달러 상승하여 지난 1월 내내 상승된 가격이 지속되었다.
 
최근의 이란 사태는 지난해 1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미국은 이란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추가 제재조치로서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모든 경제주체에 대해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국방수권법에 담은 것이다. 이란 중앙은행이 석유수출 대금을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의 이란 석유에 대한 금수조치이다. 국방수권법의 발효시점은 서명일로부터 6개월 후인 6월 말이다.
 
미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 국가에게 이란 원유의 금수에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EU 국가들은 지난 1월 23일 외무장관회의를 통해 이란산 원유수입을 7월부터 중단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란은 하루 245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는 세계 3위의 석유수출국으로 국제 석유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란 영해의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교역량의 35%에 해당하는 하루 1,7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고 있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호르무즈해협은 실제 선박이 통과할 수 있는 너비가 3.2km에 불과하여 세계 8대 병목지점(choke point)의 하나로 꼽히는 취약한 해상 수송로이다.
 
이란 사태는 국제 석유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나아가 세계경제와 우리나라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앞으로 이란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사태의 전개는 서방국가들이 미국의 제재안에 동참하여 이란산 원유수입을 중단하는 경우, 이란이 제재에 반발하면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경우, 그리고 핵시설 공습 등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군사적 충돌이나 호르무즈해협 봉쇄의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은 이란의 핵개발 의지를 저지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이란의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고 미-이란 관계가 미-중국 G2 대결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낮은 것은 이란 자신도 이 해협을 통해 석유를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석유판매수입에 대한 국가재정의 의존도가 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중국도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면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중동산 원유도입 물량이 전체 수입원유의 40%를 넘고 있다. 한편,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를 시도하는 경우에도 미국과 서방국가가 곧바로 군사적 대응에 나서서 봉쇄기간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보다 실제적인 시나리오는 서방국가들의 이란 원유에 대한 금수와 그에 대응한 이란의 계속되는 위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란의 원유수출량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를 반대하는 중국과 인도의 수입량을 뺀 나머지 물량은 하루 약 170만 배럴이다. 그렇다면 서방국가들의 이란 원유 금수가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이란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미 국제유가를 5% 이상 상승시켰다. 미국은 이란산 원유 금수가 석유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외(exception)’를 인정하고 있다. 즉, ‘예외’는 법 발효 후 90일 이내에 이란산 원유수입을 상당한(significant) 수준으로 감축한다고 결정할 경우, 법 적용에 180일의 유예기간을 둔다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안정된 가운데 금수조치가 이루어져야 이란의 원유판매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국가와 우리나라, 일본이 이란산 원유수입을 일정량 감축하고 대체수입선을 찾기 위해 나서면 국제유가의 추가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유량을 늘릴 수 있는 여유생산능력은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유하고 있고 일부를 여타 중동 산유국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적으로 하루 300~400만 배럴에 불과한 규모이다.
 
이란 원유의 대체가 본격화되면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가격 기준으로 지난해 리비아 내전 당시의 수준인 배럴당 12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 국제유가가 단기적으로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배럴당 150~18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올해 국제유가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셰일오일과 오일샌드 등 비전통원유의 공급이 증가하고 내전으로 중단되었던 리비아의 원유생산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수급상황의 개선이 가격하락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두바이유의 연평균 가격은 지난해 수준인 배럴당 106달러 내외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속되는 고유가에서 비롯된 고물가 부담은 소비와 투자를 억제하고 결국에는 성장률의 둔화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제적인 물가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과제의 하나가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는 원유수입량의 10%를 이란에서 수입하고 원유수입량의 85%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이어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과 협의를 거쳐 이란산 원유의 감축규모가 결정되면 석유수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체수입선을 조속히 확보해야 한다. 또한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 대비하여 비축유를 방출하는 대책과 석유수급조정명령 발동을 통해 생산과 소비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이달석 /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정책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