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국제경영원은 1월 20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김인규 KBS 사장을 초청한 가운데 ‘한류 열풍, 기업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조찬경연을 개최했습니다. 이날 강연에서 김 사장은 “한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고 있는 한류를 적극 활용한다면 한국의 G7 진입 또한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이날 강연내용을 요약·정리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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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韓流)’ 열풍의 시초는 1991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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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국내 시청률 65%를 기록하기도 한 이 드라마는 1999년에 중국에서 방영된 이후, 중국신문에 ‘한류’라는 단어를 처음 등장시켰다. 드라마 열풍과 함께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HOT, SES, 클론 등의 가수들이 진출하면서 K-Pop 또한 인기를 얻기 시작하였다.
한류의 터닝포인트 : 겨울연가 열풍, 최대 수혜자는?
하지만 한류열풍의 결정타를 제공한 것은 바로 드라마 ‘겨울연가’였다. 2002년에 KBS에서 방송되었던 이 드라마는 일본열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드라마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최지우와 배용준의 눈사람 키스신이 일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NHK는 이 드라마를 세 차례나 방영하였다. ‘겨울연가’는 밤 11시 방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2%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NHK방송문화연구소가 ‘겨울연가’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조사하였는데, 이 드라마를 시청한 후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고 답한 응답자가 26%에 달했다. 겨울연가의 배경이 된 남이섬은 방송되기 전인 2000년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약 3만 명 수준이었지만 2010년에는 약 33만 명이 방문하였고, LA타임즈는 배용준의 경제효과가 약 4조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일본뿐만 아니라 동남아에서도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굉장했는데, 2004년에 KBS에서 방송된 풀하우스는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지에서 최고 시청률인 50%를 넘기도 하였다. 더불어 드라마의 주인공인 송혜교와 비는 세계적 스타로 급부상했다.
이처럼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별 드라마의 특징을 비교·분석해 보면, 미국 드라마는 도시 중산층의 젊은 남성을 타깃으로 삼고 의학수사 등을 드라마 소재로 사용한다. 그리고 일본 드라마는 전문 직업인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이 강점인데, 한국 드라마는 헐리우드 포맷에 아시아적 감성을 반영해 멜로요소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은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해내는 것이다. 겨울연가의 경우, 배용준·최지우의 키스신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대본과 배경음악을 잘 매치시켜 감정을 극대화시켰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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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진화 : K-Pop, 한류 3세대를 열다
그러면 한류의 현 위치는 어디쯤인가? 한류가 시작된 90년대를 1세대라고 보면, 2세대는 ‘겨울연가’ , ‘풀하우스’ , ‘대장금’ 등으로 한류 드라마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된 시기이다. 그리고 K-Pop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지금은 3세대이다.
현재 한류 3세대의 주류는 K-Pop이다. 과거 60년대에는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 영국인의 침공)이라 하여 비틀즈·롤링스톤즈 등의 가수들이 전 세계를 휩쓸었는데,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K-Pop 열풍을 ‘코리아 인베이전’이라 부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 6월 10일 7 ,000명의 유럽 각국 팬이 모인 SM 파리공연이었다.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최근 KOTRA 구주본부에서 유럽의 젊은이들을 상대로 1,20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한국’하면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느냐는 질문이었는데, 1위 북한, 2위 K-Pop, 3위가 서울이었다. 서울이 3위로 밀렸다는 것은 상당히 큰 변화이다. 참고로 일본은 1위가 스시, 중국은 1위가 인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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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비결 1. 우수한 콘텐츠 기획 및 제작 능력
한류의 성공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첫 번째, 바로 우수한 콘텐츠 제작 능력이다. 지금 국내 방송 3사들은 숨막히는 경쟁을 하고 있다. 시청률이 떨어지면 광고가 안 팔리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통해 품질향상을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드라마들로 ‘대장금’ , ‘주몽’ , ‘시크릿가든’ 등이 있 다. 그리고 K-Pop의 경우 KBS의 ‘뮤직뱅크’ , MBC의 ‘나는 가수다’ , SBS의 ‘K-Pop스타’ 등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외주제작인 것 같지만 실제로 방송내용은 방송국에서 주도하고 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의 콘텐츠 제작 능력 또한 뛰어난데, 월드스타 ‘보아’의 경우 이미 오래 전에 ‘30억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을 걸고 2년간 영어· 일본어 교육을 포함하여 혹독한 훈련을 시켜 현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즉, 글로벌 스타를 발굴하는 기업형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더불어 JYP에서는 ‘비’를, YG에서는 ‘세븐’을 발굴했다. 이러한 글로벌 스타 육성이 한류에 큰 도움이 되었다.
성공비결 2. 파이프라인, ‘KBS월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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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YOUTUBE)’
두 번째 요인은 파이프라인을 통한 확산이다. KBS는 2003년에 채널 KBS월드를 개국하여 KBS1, 2의 프로그램과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365일 24시간 방송하고 있다. 현재 가입자는 유료회원 수만 73개국에 5,062만 가구로 약 2억 명에 달한다. 2005년에는 450만 가구 정도였는데 불과 6년 사이에 11배나 성장하였고, 일본에서는 최대 케이블 방송 54개의 채널 중 3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특히 뮤직뱅크의 경우 매주 금요일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다.
IT와 뉴미디어의 경로를 통한 한류 확산도 큰 요인 중 하나이다. 소셜미디어 대표 사이트인 페이스북은 가입자가 8억 명, 트위터는 4억 명이고, 유튜브는 월 방문자가 5억 명에 달한다.
국내 걸그룹인 f(x) 영상의 경우 유튜브에서 2010년 조회수가 1년에 400만 건 정도였는데, 작년 4월에 발표한 뮤직비디오는 한 달 만에 500만 건을 기록했다. 이렇듯 뉴미디어의 유통경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의 경우에는 작년 6월 24일에 발매된 앨범인데, 유투브에서 2일 만에 170만 건, 누적건수 1억 건을 돌파했다. 또한 발표 한 달 만에 독일에서 온라인 차트 1위, 작년 8월엔 빌보드 차트 4위를 차지했다. K-Pop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후진국들은 KBS월드를 통해 한류를 접하고 선진국들은 유튜브를 통한 IT기술로 접하기 때문에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가 함께 한류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 11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방한하였는데,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유튜브에 K-pop 전용채널을 따로 만들겠다고 약속하였고, 실제로 채널이 신설되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구글에서 K-Pop을 하나의 국가브랜드로 인정한 좋은 사례다.
프로그램 수출이 2,6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한류의 경제효과 또한 어마어마하다. SM의 파리공연은 20억 원을 벌어들였고, 그 외 음반판매 매출 등도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롯데백화점이 한류스타 팬미팅 이벤트를 개최하여 300억 원 매출을 올렸다는 것이다. 어떻게 마케팅과 한류를 연결시키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서 아시아 지역 1,173명을 대상으로 리서치한 결과, ‘한류가 상품구입에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약 84%가 ‘그렇다’고 답했고 ‘한류를 접한 후 한국상품 구매를 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75%가 ‘있다’고 답했다. 한류와 한국상품 구매력의 연계성이 굉장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그동안 알리기에만 급급했던 음식, 패션 등의 문화상품도 제3의 한류로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특히 음식은 급속도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작년 한 업체가 막걸리 상표에 겨울연가 상표를 넣어서 수출하고 싶다는 제의를 했고 출시되었는데, 이 상품은 작년 상반기에 일본에서 30만 병이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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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우리나라 경제 선순환 구조의 핵심역할
이제는 수출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어가고 있다. 과거 삼성, LG를 통해 하드웨어 상품이 국가브랜드를 끌어올려주었다면 이제는 한류를 통한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류가 국가브랜드를 한 단계 높여주는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한국경제의 선순환 구조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한류효과를 적극 활용한다면 한국의 G7 진입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류를 최대한 활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