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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법령 선진화 방안 3> 낡은 경제규제 개선방안

FKI자유광장 2011. 12. 22. 13:14

 
지난 11월 23일 전경련과 법제처는 공동으로 ‘경제법령 선진화 방안’ 세미나가 개최하였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중복·모순 규제, 낡은 규제, 갈라파고스 규제(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규제)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제활동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고 글로벌 경쟁시대에 국내기업들을 역차별하기 때문에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된 한상우 법제처 법제도선진화담당관을 비롯하여 전경련 관계자의 주제발표 내용을 정리, 재구성해 특집으로 소개합니다.
 
①법•제도 선진화와 향후 과제
②중복•모순 경제규제 개선방안
③낡은 경제규제 개선방안
④갈라파고스 경제규제 개선방안
 
 

 
낡은 규제는 시대와 경제상황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제도가 오래도록 개선되지 않아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를 의미한다. 이는 법•제도가 현실과 괴리되어 있기 때문에 국민 불편과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발빠르게 신기술을 개발해도 규제 때문에 세계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은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며 사회 다른 부문의 변혁을 주도하는 반면에 정부와 관료조직, 정책과 법•제도는 30마일도 안 되는 속도로 거북걸음을 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그의 저서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에서 지적한 말이다.
 
오늘날 우리 경제는 눈부신 속도의 발전을 이루었다. 건국 당시 최빈국에서 2010년 세계 15위 국가로 급성장 하였으며, GDP는 780배, 수출은 2만 1,246배로 급증하였다. 산업구조도 농산품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으로 급변하였다. 기술개발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IT를 중심으로 모든 산업의 융복합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민소득의 상승, 주5일제 실시, 인터넷 생활화 등 생활환경이 변화하면서 레저, 스포츠,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국민의 수요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기술과 경제의 발전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경제의 기본 인프라인 법•제도는 앨빈토플러의 지적대로 경제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도적으로도 정부가 법률을 개정하려면 법안마련→ 관계기관 협의 → 입법예고 → 규제심사 → 국무회의 → 국회 송부 → 상임위 → 본회의 의결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신속한 법률 개정에 한계가 있다. 더욱이 법률 개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로 법률 개정이 좌초되는 경우도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기술과 경제발전, 국민생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낡은 규제 총 28건 발굴
 
낡은 규제는 발생원인에 따라 기술발전을 반영하지 못한 경우, 경제성장 및 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경우, 국민소득 상승과 수요 다양화를 반영하지 못한 경우 등 3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본회가 회원사 건의 과제와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 등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이와 같은 낡은 규제는 총 28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기술발전과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낡은 규제가 각각 9건, 국민 생활 패턴 변화에 따른 낡은 규제가 10건으로 조사되었다.
 
기업의 창의 제한, 예측가능성 훼손, 국민 불편 초래 등 부작용 초래
 
낡은 규제는 법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를 초래한다고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기술개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신제품 출시 지연 등 기업의 창의와 활력을 제한한다.
 
예를 들어 과도한 게임물 규제(게임법상 게임물 등급위원회 심의를 거치토록 하는 규제)로 우리나라에서만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가 없다가 최근에서야 신설되기도 하였다.
 
둘째,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마저 초래할 우려가 있다. 실제 A사는 스마트폰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였으나, 예상치 못한 의료법 등의 규제로 시장의 출시가 지연되고 사업 포기마저 고려 중에 있다. 또한 본의 아니게 위법행위를 할 수도 있다. B장관은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는 아이패드가 우리나라에서는 전파법 인증을 받지 않아 불법 방송통신기기라는 사실을 모르고 사용했다가 사회적 논란을 유발하는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셋째, 국민들로 하여금 불편을 초래한다. 기술의 개발로 많은 국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적•산업적 환경이 조성되었음에도 규제 때문에 이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늦게 제공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넷째,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된다. 법•제도의 현실 적합성이 떨어지다 보니 국민들의 규제 순응 부담이 높아지거나 본의 아닌 불법행위 초래로 법에 대한 국민 신뢰가 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특히 법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아지는 경우 향후 제도 개선에 있어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필요한 정책 추진도 어려워지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IT 기기를 활용한 원격진료 허용, 면세한도 현실화 등 개선해야
 
이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신속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낡은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우선, 기술발전에 따른 낡은 규제의 대표적인 과제로 IT기기를 활용한 원격진료 허용을 들 수 있다. 현행법상 의료인과 환자 간에는 대면진료만 가능하다 보니 우리의 발달된 IT기술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교통비나 시간 소요 등 국민 불편만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섬이나 오지와 같은 의료 사각지대에 거주하는 주민과 만성질환자 등에게는 상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국민 복지에도 역행하고 있다. 미국, EU,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허용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인 만큼 우리도 적극적으로 허용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하수•하천수 온도차 에너지의 신재생 에너지 추가지정, 철강슬래그의 해양활용 허용, 기간통신 사업자의 융복합 사업 용이화, 기술개발에 따른 통신시설 유휴부지 활용도 제고 등의 과제가 있다.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낡은 규제 과제로는 11년 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대규모 상장법인 기준(자산 2조원 이상) 규제, 5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는 건설사의 건축설계 진입제한 규제, 2005년 당시 주택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되었던 주택 분양가 상한제 및 재건축 부담금 규제, 주변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40년 동안이나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소음규제 등을 들 수 있다. 국민 생활패턴 변화에 따른 낡은 규제 사례로는 1996년 이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해외 여행객 면세한도(400달러) 규제를 들 수 있다. 1996년 이후 국민소득은 66%, 소비자 물가는 58%나 급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면세한도에는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A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최신 손목(정장)시계 60종 중 판매가가 400달러 이하인 제품은 6개(10%)에 불과(인터넷 기준)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면세한도 기준을 지키면서 면세점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규제가 많은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이외에도 주5일 근무제를 고려하지 않고 과거처럼 토요일을 평일로 간주하여 전기요금을 산정하는 제도, 매년 택배물량이 20%씩 증가함에도 택배차량 증차는 금지되고 있는 규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선(先)조치 후(後)개선원칙 등 도입해야
 
법•제도를 아무리 개선하더라도 기술과 경제 발전에 따른 낡은 규제는 논리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낡은 규제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노력과 함께 낡은 규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우선, 선(先)조치 후(後)개선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어차피 신기술의 개발이나 산업의 변화 등을 법•제도가 미리 인식하여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사후적으로 개선을 추진하는 경우에도 오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민과 기업에 체감되는 개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신기술 개발에 따른 관련산업의 육성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점을 위해 규제가 정비될 때까지 사업추진을 보류하기보다 미리 신제품의 사용을 허용해 주고, 사후 보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명한 외국기관의 품질 및 안전 인증을 받았거나 해외에서 무리없이 사용했던 사례가 있다면 비록 관련규정에 흠결이 있더라도 기업에게 해당기술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정부부처와 기업 간 자발적 규제협약을 통해 유연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규제연동제나 규제일몰제 활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규제대상 기준을 획일적으로 규정(예를 들어 자산 5조 원)하기보다 경제규모 변화에 따라 자동적으로 기준이 변경되는(예를 들어 GDP 2배 증가 시 기업규모 기준의 2배 상향) 규제연동제를 도입하고, 규제의 정기적인 규제점검을 위해 전체 규제의 5%에 불과한 규제일몰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규제가 많으면 민간의 창의와 자율을 저해하고 환경변화에 따른 대응력이 떨어지는 만큼 규제총량을 제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신설 등 계속되는 규제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규제총량은 오히려 증가(2009년 대비 2011년 규개위 등록규제 약 20% 증가)하고 있는데, 규제신설 시 이에 상응하는 과거 규제를 폐기하는 영국의 One In One Out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신속한 법령정비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에서 365일 법률 개정이 가능하도록 미국, 영국의 사례에서와 같이 상시국회 제도를 도입하거나 긴급한 경제법안에 대해 신속하게 법률이 심사될 수 있는 장치(예를 들면 자동상정제) 마련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 월간전경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