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 전성시대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경제적 의미는?
7, 8월엔 여름방학과 휴가를 맞아 많은 사람이 해외로 떠납니다. 부랴부랴 여행 계획을 세워 뒤늦게 2주 후의 비행기표를 찾아보면 가격이 너무 비싸 화들짝 놀라기 일쑤인데요. 물론, 가장 싸게 산 사람보다 훨씬 비싼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아마 많게는 2배 이상을 주어야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으니 망설이게 됩니다.
사실 비행기표를 예매하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요구됩니다. 출발일이 주중인지 주말인지, 직항 또는 경유인지 등의 요인에 따라 비행기표 값이 크게 달라지며 예매 시점도 영향을 줍니다. 항공 예약 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가 3년간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권은 여행 19주 전에 예약해야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예전엔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과 같이 두 개의 국적기 중에서 고르고, 가격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왜 이렇게 항공권 가격이 다를까요? 그 이유는 바로 저가항공의 등장입니다.
가격경쟁력 앞세운 저가항공의 등장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인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 LCC)’는 2005년에 출범한 제주항공인데요. 저가항공사는 기내 서비스를 최소화하고, 항공기 기종 통일과 최신 항공기의 대량 주문으로 유지 관리비를 절약합니다. 또, 인터넷을 통해 표를 판매하며, 대도시 근교의 작은 공항을 이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해 기존 대형 항공사(Full Service Carrier, FSC)에 비해 70% 이하로 운임을 낮춘 것이죠.
국내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대형 국적기에 속하고,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이 저가항공에 속하는데요. 2016년 3월 항공사별 국내 여객을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저가항공사가 57.9%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시장점유율을 앞서고 있습니다. 국제선 여객 운송에서 우리나라의 저비용항공사의 분담률은 지난 2012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저가항공사들은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한 여행 비용의 절감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더 나아가 중장거리 노선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항공사와의 공동운항 노선을 늘리며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 장거리보다 근거리 운항에 적합한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한계점을 극복하려는 방안으로 보입니다.
불편해도 괜찮아, 저가항공을 선호하는 소비자
저가항공은 기본 가격이 낮은 대신 기내에서 제공하는 식음료 가격이나 화물운임 수수료가 높습니다. 때문에 저가항공은 편안하고 높은 서비스 수준을 원하는 사람들보단 학생과 같이 낮은 가격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죠.
항공권 수요는 ‘가격탄력성’이 강합니다. 가격과 수요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가격탄력성이 높으면 가격이 같은 폭으로 하락할 때 수요량은 더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예를 들면, 보통 생활필수품은 가격탄력성이 낮은 재화, 사치재는 가격탄력성이 높은 재화로 보는데요. 생활에 꼭 필요한 생활필수품은 가격이 상승해도 소비자들이 구매를 멈추지 않아 상대적으로 수요량이 적게 감소합니다. 하지만 굳이 구입할 필요가 없는 사치재는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들은 수요량을 확 줄이게 됩니다. 따라서 생활필수품보다는 사치재에 더 가까운 항공권은 탄력성이 높은데요. 소비자들은 저가항공의 등장으로 더 낮은 가격으로 해외여행을 하게 되었고, 탄력적인 항공권 수요로 항공시장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수요량 역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싼 가격으로 항공권 구매를 하는 것이 효용성이 더 큽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내국인 출국 증가율은 2010년을 기준으로 2015년까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2014년부터 대학생이 포함된 21~30세 출국 증가율이 전체 증가율을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즉, 저가항공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해외 여행을 갈 수 있게 됐고, 더 많은 소비자가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싼 게 비지떡? 불편한 서비스와 안전 문제
저가항공이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들은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며 엄격한 수하물 무게 책정과 추가요금 징수, 물품의 별도구매, 운항지연, 저렴한 상품의 티켓 환불 어려움 등을 불편 요인으로 지적했는데요. 지난해 소비자문제연구소인 컨슈머리서치에 접수된 LCC 피해신고를 살펴보면, 항공권 환불과 지연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았습니다.
특히, 대다수 사람은 싼 가격으로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대신 안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국내 저가항공기 가동률은 하루 평균 12시간 안팎으로 미국이나 유럽 저가항공사의 평균 13시간 안팎보단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 저가항공사들은 조종사 수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어서 기장이나 부기장의 비행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고 피로도가 높다는 점인데요.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가항공사들에서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대형항공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무환경과 부족한 안전관리, 정비능력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저가항공, 지나친 가격 경쟁보다 안전에 중점을!
저가항공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은 다양한 가격대의 항공권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탄력적인 항공시장의 특성상 가격이 낮아짐으로써 여객 실적 역시 증가했는데요. 하지만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안전’과 직결된 요소가 영향을 받는다면, 소비자들은 더 이상 ‘낮은 가격’을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가격을 제시하여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소비자 효용과 생산자 효용을 합친 전체적인 사회적 효용을 높여나가는 것, 바람직한 저가항공산업의 청사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