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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쉬는 대형마트, 평일 휴업이 더 합리적인 이유는?

FKI자유광장 2015. 10. 15. 14:44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시행된 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효과와 실효성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거운데요. 이러한 가운데 의무휴업일 제도는 유지하되 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평일이나 장날 등 특정 날짜에 의무휴업을 하고 있는 지역의 시장 상인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형마트가 일요일이 아닌 평일 의무휴업에 상당수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인데요. 그럼, 대형마트의 평일휴업에 대한 소비자와 시장 상인들의 생각을 들어볼까요?


소비자 10명 중 8명이 평일 의무휴업 찬성


“맞벌이 주부의 주말은 평일보다 더 바쁩니다. 빨래나 청소 등 쌓인 집안일은 물론이고, 일주일 식단까지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요일이면 꼬박꼬박 대형마트를 찾게 되는데요. 이젠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일요일 의무휴업일이 시행되면서 안 그래도 바쁜 토요일에 장까지 보느라 즐겁기는커녕 기진맥진이에요. 그래서 꼭 필요한 생필품들은 이미 평일에 가까운 시장이나 슈퍼를 이용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일요일엔 대형마트에서 추가 구매를 하고 있는데요. 이럴 바엔 차라리 대형마트의 휴업을 주말이 아닌 평일로 변경하는 것이 더 편리할 것 같습니다.”


대형마트의 일요일 휴무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의 81.4%는 평일 의무휴업에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의무휴업 제도의 개선방향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이 평일휴업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응답해 대다수 소비자들은 평일 의무휴업 변경에 찬성했는데요. 이러한 의견은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이후 소비자의 전통시장 방문횟수 변화를 조사한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소비자 10명 중 8명 이상이 평일휴업으로 변경되어도 방문횟수에는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전통시장 매출, 일요일이나 평일이나 큰 변화 없어


전통시장은 대부분 평일에 이용 고객들이 많습니다. 멀리 있는 마트에 갈 시간이 없는 소비자들이 근처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계산대에서 줄도 오래 서야 하고 물건 사는 동선도 긴 대형마트보다 훨씬 빠르고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대형마트에 갈 수 있는 시간 여유가 많은 일요일엔 굳이 인근 전통시장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시장 상인들 역시 종교적인 이유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요일에 쉬고 싶어 하기도 하고요. 특히, 평일이나 일요일에도 방문객의 변화가 거의 없고, 오히려 일부 늘어난 경우도 있어 지역이나 상황에 따라 유연한 운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요일에 소비가 많아서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의 일요일 휴무를 더 반길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대형마트 평일 의무휴업 지역의 시장 상인의 69%가 평일 휴무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해도 매출이 줄거나 고객 수가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평일 의무휴업 실시 이후 시장 상인 10명 중 7명이 매출액이나 시장 고객 수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전통시장으로 대체되지 않는 주말 쇼핑문화

그렇다면, 일요일에 대형마트 방문객이 가장 많은데도 불구하고 전통시장 상인이 평일 의무휴업에 만족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그 이유는 평일과 주말에 달라지는 소비자들의 행동패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는 이제 단순히 물품만 구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쇼핑과 외식, 문화소비를 함께할 수 있는 나들이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주말에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도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기 쉽지 않은 것이죠. 오히려 평일에 소량의 생필품만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 대형마트가 휴업하면 전통시장이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무엇보다 지역별 여건과 소비자 의견을 반영하여 의무휴업일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여 소비자와 시장 상인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전통시장과 소비자, 납품 농어민 등 여러 이해 주체에 대한 구체적 분석 없이 일률적으로 일요일에 쉬도록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보다 합리적인 제도 마련으로 모두 함께 어우러져 상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본 포스팅은 전경련 미래산업팀 권병훈 연구원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