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독점규제는 필요, 투명한 규제 제도 개선은 필수!
결과만 보면 마치 담합 행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담합이 아닙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담합을 관리하는 기관 역시 ‘정황’이 아닌 ‘구체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규제한다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기업들은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올렸다고 해서, 혹은 구체적인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정황만으로 담합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경우가 많다고 항변합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법원에서 패소한 담합 관련 사건 패소율이 44%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와 같은 공정위의 패소율은 일반적인 행정사건의 정부기관 패소율인 27.7%보다 높은 수준으로 담합 규제 제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입니다.
공정위의 높은 대법원 패소율, 담합 규제 제도개선 절실
전경련은 약 10년간의 공정거래법상 담합 사건 관련 대법원 판결 197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패소한 사건은 모두 87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조사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담합을 추정했다가 증거부족으로 패소한 경우를 비롯하여 타 정부기관의 행정지도에 따른 결과를 담합으로 처벌한 경우, 담합은 인정됐으나 규정보다 지나치게 과도한 과징금이 산정된 경우 등이 주된 패소 이유로 나타났습니다.
공정거래법상의 담합 규제의 3가지 문제점
1) 충분한 담합 증거가 없어도 처벌? 아니면 말고!
주요 패소이유 중의 하나는 담합행위에 대한 증거 부족이었습니다.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자의 합의 사실을 추정해 처벌했던 것이죠. 공정위가 최근 10년간 담합 증거 부족으로 대법원에서 패소한 사건은 전체 패소 사건 중 ¼을 차지했으며, 취소된 과징금도 약 3,450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공정거래법상의 담합추정 제도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담합추정 제도에 의하면, 담합을 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사업자들의 제품 가격이 일정 기간 비슷하게 유지되고 실무자간 연락 사실 등의 간접적인 정황만으로도 사업자들의 합의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만일 사실과 다르다 해도 기업 스스로 담합을 모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특히, 충분한 증거가 없어도 공정위의 조사권이 발동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측면에서 기업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행정지도를 따랐음에도 담합 처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정부기관의 행정지도에 따른 기업에 담합 처벌을 했다가 패소한 사례도 13건이나 됩니다. 취소된 과징금만도 약 730억 원인데요. 공정위는 행정청의 행정지도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업이 행정청의 지도에 따라 기업 경영을 했더라도 담합에 해당한다면 담합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행정청의 비공식적 행정지도를 사실상 거부하기 어렵고, 이를 적법한 것으로 신뢰해 따르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공정위가 담합으로 처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3) 들쑥날쑥 과징금 산정기준? 재량권 남용이 문제!
과징금은 담합 기간동안 관련 상품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하게 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공정위는 담합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상품 매출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담합 시기가 아닌 때도 기간에 포함하고, 과징금 감면사유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등 다수의 사건에서 과징금 산정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10년간 담합 관련 패소 사건의 절반이 넘는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부과된 관련 과징금 총액은 약 5,200억 원에 이릅니다.
특히, 담합으로 처벌될 경우 기업들은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는 등 큰 손실을 입게 됩니다. 하지만, 현행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기준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모호해 규정보다 과다하게 부과되어도 기업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납부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으며, 불복소송을 제기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담합 규제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에 힘써야 할 때
기업이 담합으로 적발되면 관련 상품 매출 총액의 최대 10%의 과징금 부과 및 3년 이하의 징역 등의 형사처벌 뿐만 아니라 일부 업종은 공공입찰 참가자격까지 박탈되는 만큼 담합 규제와 관련된 집행은 보다 신중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공정거래법상의 담합추정 규정 삭제를 비롯해 공정위의 재량권 남용을 막기 위한 명확하고 객관적인 과징금 산정기준을 시행령에 명시하고, 정부기관이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정지도를 할 때는 공정위와 협의하는 등 구체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지나친 담합 규제는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에게까지 손해를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독과점 기업에 대한 원천적 규제로 이어져 오히려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들을 처벌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보다 신중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으로 투명하고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합시다!
* 본 포스팅은 전경련 기업정책팀 왕정규 조사역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