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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R&D 투자는 세계 최고, 그런데 성과는 왜?

FKI자유광장 2015. 5. 1. 10:30
“(연구)원장보다 무서운 건 부처 사무관입니다. 연구 예산을 받으려면 사무관에게 잘 보여야 합니다.”

- 출연연구소 A연구위원


“ICT 정부 지원은 점점 줄고 있어, ICT 강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평가 기준도 논문 배점이 너무 높다 보니, 산학협력은 아무래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공대 B교수


지식을 축적하고 그 활용성을 높이는 창조적인 활동, 연구개발(R&D). 기술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충분한 연구개발을 통해 지적 자산이 축적돼야 하는데요. 하지만 대부분의 R&D는 성과를 내기까지 많은 시간과 자금이 요구돼, 적정 수준에 이르려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가 관여하는 ‘공공 R&D’가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정부의 역할이 큰데요. 최근 이 공공 R&D에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공공 R&D 연구과제가 다름 아닌 산업 현장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인데요. 자유광장이 지금의 비효율적인 공공 R&D의 문제는 무엇인지 그 개선방안을 알아봤습니다!


기술무역수지 OECD 꼴찌, 성과가 미미한 이유는?


현재 공공 R&D의 문제는 해마다 많은 자금이 들어가는데 뚜렷한 성과를 찾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2013년 기준 정부는 출연연구소(이하 ‘출연연’) 5.6조 원, 대학 4.5조 원 등 11조 원 이상을 투자했는데요. 가구당 연간 63만 원이 넘는 큰 금액을 투자한 셈이지만, 성과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위 차트에서처럼, 기술무역수지는 OECD 29개국 중 최하위인 29위로, 공공 R&D를 통해 개발된 기술 19만 건 중 15.4만 건 이상이 휴면 상태죠. 기술료 수입이나 사업화 성공률도 미국, 일본 등 주요국 대비 절반 수준입니다.

투자 규모는 세계적인데 성과가 미미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정부 주도로 연구 과제, 평가 기준을 설정하는 ‘Top down 방식’이 공공 R&D의 주류를 이루는 것도 한 요인인데요. 이 방식은 과거 추격형 산업 구조에 맞을지 몰라도, 선도형 산업 기술이 필요한 오늘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응용분야 출연연이 민간보다 정부수탁과제 중심으로 연구하는 상황과 대학이 국내 산업 구조에 맞는 연구보다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논문 작성에만 집중하는 상황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기술 수출국 독일의 R&D시스템을 벤치마킹해야


우리나라만 이런 걸까요? 독일은 연간 기술무역수지가 15조 원 이상으로, 대표적인 기술 수출국입니다. 이런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정부가 아닌 출연연과 기업이 스스로 연구과제를 결정하는 전형적인 ‘Bottom up 방식’의 R&D시스템에 답이 있습니다. 응용분야 출연연과 공과대학의 경우,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율권을 주되 시장이 필요로 하는 연구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출연연, 대학 등 공공 R&D 전반에서 독일의 사례를 참조해 기술 수출국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정부 주도의 공공 R&D 실패 사례

- 에쿠스 자전거 : 2009년 정부는 한국형 공공자전거 개발 및 글로벌 자전거 브랜드 육성을 위해 자전거 R&D 단지를 조성하고, 다수의 출연연이 참여했으나, 특별한 성과 없이 사업이 종료돼 100억 원의 손실 발생
- 헤엄 못 치는 로봇 물고기 : 4대강 수질 개선을 위해 공공연구기관 4곳이 2010년부터 3년간 로봇 물고기를 개발했으나, 사업계획서 대비 훨씬 낮은 속도 및 거리로 도입을 포기해 57억 원의 손실 발생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가 달린 공공 R&D 개혁


우리나라 출연연 예산 중 41.1%는 정부 출연금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정부수탁인데요. 민간수탁 비중은 7.6%로 정부수탁 45.4%의 1/6에 불과합니다. 이는 공공 R&D가 시장 연구보다 정부 과제를 중심으로 함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반면 독일 최대 응용연구기관 프라운호퍼는 전체 예산 중 약 1/3을 민간수탁으로 조달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는데요. 민간수탁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 민간수탁 예산 및 출연금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공공 R&D 개혁은 효율성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

대표적인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는 전자, 자동차, 화학 비중이 높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수행한 R&D 중 보건의료분야 및 생명과학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는데요. 대학 R&D 예산의 80% 이상이 정부로부터 나오다 보니,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의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산학연구를 논문연구보다 낮게 평가하는 경향도 여전합니다.




공공 R&D는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를 뒷받침하는 주요 요소입니다. 무엇보다 R&D 인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 열쇠이기도 합니다.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만드는 원동력인 공공 R&D의 효율성을 위해, 모두가 각종 제도와 인식 개선에 힘을 모을 수 있길 바랍니다!

* 본 포스팅은 전경련 미래산업팀 김준연 조사역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