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광명점 오픈, 좋으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이유
말도 말고 탈도 많은 세계적인 공룡 가구업체 이케아가 12월 18일, 광명역 옆에 이케아 광명점을 오픈했습니다.
한창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었다는 논란이 있었는데요. 며칠 전 뉴스를 보니 한국 소비자의 항의에 이케아는 전세계 이케아 매장에서 본 제품을 판매 금지했다고 합니다. 이에 일본 소비자들은 이케아를 반일 기업이라고 성토하고 나섰는데요. 시장도 한국보다 크고 매장도 한국보다 많은 일본임에도 불구하고 이케아가 무리해서 일본해 표기 세계지도를 판매 금지한 사실은 그만큼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케아 광명점은 18일이 정식 오픈일이었지만 16, 17일, 이케아 회원에 한해 사전 오픈을 진행했습니다. 그 현장에 제가 다녀왔는데요.
이케아 광명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장합니다. 레스토랑은 9시 30분부터 오픈하고요. 이케아 광명점을 아시아 최대 규모 매장으로 알고 갔는데 오늘 뉴스를 보니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하더군요. 이케아 매장 중 가장 큰 매장이라고 해요. 그래서 꼼꼼히 살펴보는데 무려 4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축구장 8배 크기라는 소리가 괜한 소리가 아니더군요.
직접 이케아 매장을 보니 이케아의 매력과 아쉬운 점을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이케아 매장의 좋은 점 3가지
1. 마음껏 체험할 수 있는 쇼룸과 이케아 스타일
이케아 광명점은 3개 층을 주차장으로 활용합니다. 총 2,000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다고 하는데 주말에는 주차 공간이 모자랄 것으로 보입니다.
이케아 매장에 들어가면 크게 쇼룸과 레스토랑, 홈퍼니싱 악세사리와 스몰란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쇼룸은 위 사진처럼 하나의 테마를 정해서 이케아의 제품을 전시해 놓은 공간입니다. 예를 들어 힙합을 좋아하는 10대 소녀의 방 콘셉을 잡고 그에 맞게 색과 디자인을 맞춰서 전시하는 방식이죠. 30대 사무직 아버지의 서재와 작업 공간 등 다양한 컨셉 아래 여러 방을 꾸며 놓았습니다.
컨셉에 맞게 이케아 제품을 배치해 놓아 소비자에게 이케아 제품 1개가 아닌 그 방 전체를 구매하라고 재촉하는 모습입니다.
이케아 제품의 가격은 그렇게 싸지도 그렇다고 비싸지도 않습니다. 싼 것은 엄청 싼데 비싼 건 또 엄청 비쌉니다. 가격의 양극화가 심하지요. 따라서 제품을 구매할 때 스마트폰을 이용해 가격을 비교해보고 사야 합니다. 집에서 이케아 홈페이지를 통해 구매리스트를 미리 만들어서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그러나 매장에 오면 이 쇼룸을 보고 세트 같은 이케아 제품에 혹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제품이 어떤 제품과 어울리는지를 쇼룸이 매우 잘 보여주고 있거든요.
사람들이 이케아 제품이 비싸다 싸다 말하지만 이케아의 장점은 가격이 아닌 스타일이 아닐까 합니다. 이케아 제품의 디자인은 미니멀을 넘어서 젠 스타일 디자인이 많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그래서 좀 투박해 보이는 제품이 대부분입니다. 장식 같은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디자인이라고 할까요? 대신 같은 디자인에 다양한 색의 제품을 선보입니다.
쇼파에 다른 색상의 견본을 붙여 놓고 소비자가 직접 체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쇼룸은 소비자가 직접 치수도 재고 앉아보고 눌러보고 열어보면서 제품을 충분히 이리저리 살피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케아에서 전시 제품 만졌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고 오히려 직원에게 부탁하면 사용법 등도 잘 알려줍니다.
이케아 매장 곳곳에는 몽땅 연필과 종이 줄자가 있어 제품의 치수를 직접 잴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을 위한 가구와 장난감도 꽤 많은데 이 역시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 체험! 이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이케아의 매력입니다.
2.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고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는 이케아 제품들
이케아 제품은 배송 및 조립을 소비자가 직접 해야 합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정작 가격이 아주 싸다는 느낌은 많이 들지 않습니다. 일부 제품은 무척 싸긴 한데 배송비나 조립비용 포함하면 국내 제품보다 비싼 제품이 꽤 보입니다. 이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송 및 조립 가격이 4만 원이나 하니 꽤 비싼 편이죠. 하지만 이런 단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무 선반입니다. 색이 칠해져 있지 않아 좀 밋밋합니다. 이 자체로도 디자인이 되긴 하지만 이 원목 나무에 소비자가 직접 색을 칠할 수 있습니다.
페인트붓과 페인트를 사서 소비자가 직접 가구에 칠을 하면 다양한 색을 낼 수 있습니다. 1회 코팅과 2회, 3회 코팅이 색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케아 제품은 이렇게 소비자가 직접 완성해 가는 제품도 있습니다.
여기에 이케아 제품은 다른 제품과 높이나 규격을 공유하기 때문에 레고 블록처럼 소비자가 직접 여러 제품을 조립하듯 조합할 수 있습니다. 3인용 소파를 샀는데 식구가 4명이다 그럼 3인용 소파를 사고 디자인 조합이 좋은 비슷한 제품을 추가해서 배치하면 됩니다
정말 엄청나게 많은 의자, 탁자, 책상, 소파, 커튼 등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가구가 많습니다.
축구장 8배라고 하는 이케아 광명점. 나중에는 다리가 아플 정도로 매장은 크고 총 8,600개의 제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전시 공간만 65개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는 제품이 많습니다. 이것이 이케아의 매력입니다.
3. 가격이 저렴한 이케아 레스토랑
이케아 가구는 호불호가 극명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합니다. 극명하게 갈리는 편이지만 이케아 레스토랑에는 호오가 없을 듯합니다. 왜냐하면 가격이 무척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학교 급식만큼 싸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보통 음식점 보다는 쌉니다. 다만 양이 좀 적다는 게 아쉽습니다.
대신 음료수를 무제한 리필해 마실 수 있고 이케아 회원은 커피를 무료로 그리고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려면 컵이 있어야 하는데 컵은 음식을 주문하면 함께 나옵니다.
식당은 크지만 평일임에도 꽉 찼습니다. 주말에는 사람이 더 넘칠 것 같습니다. 그때는 구름다리로 연결된 광명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5층 식당가에 가셔서 식사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1층 계산대에서 계산하고 나오면 작은 간이 식당이 있는데요. 여기서 핫도그는 꼭 먹어 보세요. 핫도그와 아메리카노 커피가 1천 원 밖에 안 합니다. 단 테이블이 많지 않아 서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이케아 매장의 아쉬운 점 2가지
이케아는 장점도 많지만 단점 역시 분명합니다. 매장을 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딱 눈에 들어옵니다.
1. 픽업과 배송 조립을 소비지가 직접 해야 한다
이케아 제품은 소비자가 직접 차에 싣고 집에서 조립하는 제품입니다. 조립해야 하는 이유는 배송 때문입니다. 가구를 배송하면 한 트럭에 많이 싣지 못합니다. 의자나 책상은 대부분이 빈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이케아는 이런 불합리함을 개선하기 위해 책상 다리와 의자 다리를 조립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조립하면 가구 부피가 줄어 배송이 편해집니다.
배송비와 조립을 소비자에게 맡기고 대신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이케아의 정책이자 정체성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가격이 확 저렴해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대체로 제품 가격이 국내 가구업체 가격과 비슷합니다. 한국 제품은 기사님들이 직접 배송 설치까지 해줍니다.
그러나 이케아 제품은 배송 및 조립을 개당 4만 원씩 받습니다. 배송만 의뢰해도 2만 9천 원이죠. 비쌉니다. 따라서 제품 1개만 배송 의뢰하면 가격에 대한 매리트가 확 떨어집니다. 또한 조립도 쉽지 않습니다. 제품 조립도를 봤는데 소파 하나 조립하는데 3시간 이상 걸리겠더군요. 조립 설명서가 잘 되어 있다고 하지만 상당히 복잡한 제품도 많습니다.
배송 및 조립을 소비자가 직접 해야 하는 불편함을 즐기는 젊은 부부들은 모르겠지만 노년층은 이케아의 이런 정책과 디자인을 크게 반기지 않을 겁니다.
2. 대중 교통편이 너무나도 불편한 이케아 광명점
이케아 광명점은 섬과 같습니다. 자동차를 몰고 오지 않으면 접근하기 아주 힘든 곳에 있습니다. 15분 거리에 KTX 광명역이 있지만 광명역에서 영등포역까지 왔다 갔다 하는 광명 셔틀전철은 오전에 3대 오후에 5~6대 정도밖에 없습니다. 1시간에 1대씩 있는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전철이 다니지 않습니다.
낮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금천구청 역이나 석수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야 합니다. 대중교통편이 엄청나게 불편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려고 하는 분들은 아마 고생 하실 것입니다.
그렇다고 자동차를 몰고 오는 분들에게 좋냐? 그것도 아닙니다. 2천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고 하지만 옆에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길 건너에 코스트코가 있어 주말에는 주차장 들어가는데 1~2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스트코 하나 있을 때도 주말만 되면 미어터졌습니다. 대중교통도 불편. 자가용 이용도 불편. 교통에 대한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이케아가 한국에서 성공할까요? 저는 대박은 아니지만 중박정도는 칠 것같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다양한 제품을 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어 편하니까요. 제품 종류도 많기 때문에 싼 제품도 꽤 많고요. 가구가 아닌 홈인테리어 제품도 많습니다.
따라서 손에 들고 갈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분들은 꽤 될 것 같은데, 정작 가구를 구매하는 분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 같습니다. 가구에 대한 인기보다는 생필품이나 홈인테리어 및 악세사리 제품이 더 인기를 끌 것 같습니다. 또한 신혼부부가 집을 꾸밀 때 이케아 스타일로 꾸미는 것이 유행을 타면 매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각각의 이케아 제품은 싸다고 할 수 없지만 게임 아이템 장비셋처럼 이케아 셋으로 맞추면 이케아의 젠 스타일 디자인이 완성될 것입니다.
따라서 전 이케아를 단 1, 2개의 제품이 아닌 대량으로 구매하는 젊은 부부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가구의 가격은 한국에서 잘 팔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좀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이네요. 뭐 그 성적표는 1년이 지나서 제대로 알 수 있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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