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얼마나 진화했을까?
요즘 지하철 풍경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마침 사람들을 둘러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핸드폰 배터리도 나가고 가진 책도 없어서였죠. 가만히 앉아 사람구경을 하는데, 무척 익숙하면서도 신기한 건 90% 이상의 사람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더라는 겁니다. 예전에는 그래도 신문, 책, 잡지, 또는 음악 듣기, 핸드폰 정도로 다양화되어 있었는데...(내지는 수면-) 이번에는 그냥 자는 사람 아니고는 모두 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어요. 그러나 실상 이들이 하는 건 모두 다르긴 했을 겁니다. 앞에 열거한 신문, 책, 잡지, 음악 듣기, 문자 대화, 게임 기타 등을 스마트폰을 이용해 즐기고 있었겠죠.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모두 작은 컴퓨터를 하나씩 들고 다니는 시대이니까요.
(출처:민중의 소리 http://www.vop.co.kr/A00000819063.html)
얼마 전, “스마트폰이 사라지고 깨달은 것들”이란 제목의 기자 칼럼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미국 유력 잡지 포브스(Forbes)의 칼럼니스트 잰 브루스가 48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고 쓴 글이었는데요. 그가 깨달은 것을 요약하면, 1) 시간의 증가, 2) 설익은 아이디어의 숙성, 3) 고립되지 않음, 4) 중요한 것을 환기, 5) 내 생각을 점검이라고 하더군요.
아마도 지나치게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삶에 대한 성찰 내지 반성 정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갑작스레 퍼진 스마트폰에 대한 적응기 내지는 과도기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까도 싶군요. 어쨌거나,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스마트 기기로 읽는 책’ 즉 ‘전자책’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여전히 책
우리나라 국어교육에서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마 ‘독서’가 아닐까 합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이유도 그래서이죠. 많은 사람이 책을 읽지 않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을 안고 있습니다. 책을 과연 왜 읽어야 하는지, 정말 책이라는 것이 우리 삶에 가치 있는 것인지를 심도있게 고민하기 이전에 말이죠. 일종의 확신이랄까요.
그러나 이런 확실은 사실 삶의 경험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읽기’를 통해 세상의 지식을 습득하고 그 지식으로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니까요.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고, 그래서 잡지식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역시 ‘읽기’를 얼마나 더 가치 있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제되지 않은 글이 많은 인터넷 공간보다 그래도 정련된 과정을 거치는 책의 지식이 더 믿을만하다는 건, 여전히 주효하겠죠. 게다가 이전부터 공인된 지식, 즉 고전 등은 더 말할 것도 없겠고요.
그리고 전자책
서두가 길었습니다. 사실은 책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네, 앞서 말했지만, 오늘의 주제는 전자책입니다. 아마도 약간의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한두 번쯤 경험해 본 분들 역시 있을 거 같네요. 요즘은 전용 단말기와 어플들이 꽤 다양하게 나와 있거든요. 먼저 전용 단말기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볼 수 있겠습니다.
아마존의 킨들(kindle), 에 대해 들어보신 일이 있는지요. 사실 전자책의 붐을 일으킨 일등공신이지요. 물론 영어권 국가가 아니면 활용도가 좀 떨어지긴 합니다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원서를 사보는 분들이라면 이 녀석이 얼마나 유용한 지 충분히 이해하실 겁니다.
(출처: http://www.amazon.com/)
방대한 전자책 자료를 확보한 아마존인데다, 킨들은 가격경쟁력도 있었습니다. 한화로 10만 원 정도면 구입이 가능했고 지금은 더 저렴해졌습니다. 이때부터 킨들이 전자책단말기의 표준이 된 거 같아요.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 서점 알라딘과 예스24의 크레마, 오프라인 서점 교보문고가 미는 샘(sam) 단말기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콘텐츠와 기기의 결합이 원활하기 때문이겠죠.
물론, 태블릿PC로 읽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전용 단말기가 좋은 점은 아무래도 눈에 부담과 피로가 덜하고 배터리 길이, 휴대 무게 등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지요. 독서를 취미로 갖고 계신 분들, 자주 서점을 이용하고 또 집에 책을 보관할 공간이 없는 분들께는 강력히 추천할만합니다. 디자인이나 기능은 킨들, 크레마, 샘이 비슷합니다. 약간의 디테일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요. 기능이나 용도 등을 잘 고려해서 고른다면, 부담 없이 하나 구비해둘만한 기기입죠.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홍홍)
그리고 또 다른 방법
아까 서두에 스마트폰 이야기를 길게 꺼낸 건 또 다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단말기, 태블릿PC 등도 좋긴 합니다만, 사실 우리가 가장 많이 소지하고 다니는 건 스마트폰이니까요.
제가 보유하고 있는 전자책 앱입니다. 사실 이보다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 저는 위 애플에 더해 2개를 더 이용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차례차례 서비스가 정리되었죠. T-T 각각의 서비스를 특징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 어플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 열린책들 세계문학 : 출판사 주도 콘텐츠
열린책들에서 만든 세계문학 전집 어플입니다. 일정 금액을 내고 전집을 구입하면, 신간을 계속 업데이트 해줍니다. 초기 씨앗자본을 모집할 당시 20권 남짓한 규모였는데, 현재 180권을 육박하는 규모가 되었습니다. 200권 이상 출간될 거라고 하더군요. 이런 식의 전집의 경우 독자적인 어플로 발간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어플입니다. 5개의 기기에서 공유할 수 있고, 내 독서 상황도 체크 가능합니다. 전집을 모두 구입하지 않더라도, 이 어플 내에서 낱권으로 구매가 가능하죠.
2. 알라딘 e-book : 온라인 서점 주도 콘텐츠
이건 예스24나 교보문고도 마찬가지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거래 서점이 알라딘이다 보니, 해당 어플을 보유하고 있고요. 사이트에서 구입하고, 이를 ebook 어플에서 다운 받아 읽는 방식입니다. 스마트폰, 태블릿pc와 연동되고, 다양한 베스트셀러와 신간 안내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3. 리디북스 : 우리나라 최대 온라인 e-book 사이트
최근 80억대 투자 유치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온라인 서점입니다. 리디북스가 다른 온라인 서점과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여기는 온라인 책을 주력으로 판매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확실히 이쪽으로 특화된 서비스를 보여주고 있지요. 아이디어가 좋은 상품도 많고, 무엇보다 서비스 상태가 좋습니다. 어플도 매우 직관적이고요. 전용 어플 뿐 아니라 다양한 단말기에서도 구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무엇보다 리디북스는 보유하고 있는 전자책 물량이 풍부합니다. 그 점이 계속 이 전자책 서비스를 찾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4. ibooks : 애플 기본 프로그램, 다양한 뷰여 제공
사실 이건 제가 아이폰 유저이기 때문에 즐겨 사용하는 기본 프로그램입니다. 스마트폰은 실제 핸드폰이라기보다는 작은 컴퓨터에 가깝죠. 그런 이유로 문서 파일을 넣어서 읽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pdf 파일을 이 어플로 보고 있습니다. 책갈피 등을 꽤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영어’이긴 합니다만, 고전 원서를 다양하게 다운로드 받아 읽을 수도 있습니다.
5. 빨간책방 : 팟캐스트와 절묘한 만남, 도서 큐레이션
아마도 많은 이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영화평론가이자 애서가(愛書家)로 유명한 이동진 씨와 소설가 김중혁 씨, 최근 합류한 씨네21의 이다혜 기자가 활약 중인 팟캐스트입니다. 2주에 한 번씩 책을 선정하여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인데요. 여기에서 소개된 책은 급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는 등 ‘빨간책방’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지요.
이 어플은 팟캐스트와 연동된 한편, 출연자들과 제작진이 꾸미는 웹진, 그리고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장치와도 연동됩니다. 여기에선 어플 유료 결재 시스템을 이용하는데요. 선정된 책 가운데 전자책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들과 출연 서적 필자들의 도서 등이 판매됩니다. 이 팟캐스트가 위즈덤하우스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출판사 추천도서들도 같이 소개됩니다. =)
나가며
많은 사람의 걱정은 사실, 우리나라 독서 인구가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전자책이냐, 종이책이냐를 떠나 사람들이 책을 적게 읽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 거죠.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이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여기는데도 말입니다. 그만큼 삶이 빡빡하고 각박해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실제 이때는 들로 산으로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다 보니 실제 도서 판매량이나 열독률은 낮아진다고 해요. 되려 지금 같은 겨울이 더 책을 읽기엔 좋은 계절이지요. 따뜻한 차 한잔 끓여놓고, 조용조용 앉아 읽을 책을 골라 몰입해보는 건 어떨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