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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을 책임진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은?

FKI자유광장 2014. 12. 11. 09:00

 


청출어람(靑出於藍):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더 푸르다는 뜻

 

2014년 TV 예능계의 대표 키워드는 짝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래 예능계는 니 꺼 내 꺼 구분 없이 잘 되는 것이 있으면 안면몰수(?)한 채 막 갖다 쓰는 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유달리 짝퉁의 파워가 막강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짝퉁이 원조보다 잘나가자 오히려 원조가 짝퉁을 따라 하다가 시청률이 바닥까지 추락하여 폐지설이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말이지요. 이 밖에도 지상파의 예능이 케이블과 종편 예능의 짝퉁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시즌제라는 새로운 개념의 짝퉁(?)이 확실히 자리 잡은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자 그럼, 2014년 TV 예능계를 총정리하면서 올해를 대표하는 예능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14년 예능계 총정리(1) 지상파의 몰락

 


KBS 2TV 안녕하세요 시청률 변화 : 12.8% → 7.3% → 5.3%

신동엽에게 10여 년만의 연예대상을 안겨준 KBS 안녕하세요가 지난 2012년 12월 1주차에 기록했던 시청률은 12.8%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10%대 초반의 시청률로 연예대상을 받는 것이 민망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요. 그런데 2013년 12월 1주차 시청률은 무려 7.3%로 떨어지더니, 올해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폐지 이야기가 나올법한 시청률 5.3%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안녕하세요가 올해 내내 이 정도의 시청률로 동 시간대 1위 자리를 꾸준히 유지했다는 겁니다. 최근 들어서야 힐링캠프에 도토리 키 재기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지만요. 안녕하세요-힐링캠프뿐만 아니라 지상파 주중예능의 상황이 대부분 비슷합니다. 심지어 유재석의 해피투게더3-나는 남자다마저도 5~6%대의 시청률에서 좀처럼 벗어나질 못하고 있죠.

 

2014년 예능계 총정리(2) 케이블의 부흥

 

tvN 삼시세끼 시청률 변화 6.9% → 7.2% → 7.8%

 

한편, 지상파 주중 예능의 시청률이 하락세를 타는 와중에 케이블과 종편의 주중 예능은 시청률과 화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승승장구했습니다. 그 선봉장에는 올해에만 꽃보다 할배-꽃보다 청춘-삼시세끼를 연이어 성공시킨 나영석 PD의 예능이 자리 잡고 있지요. 거기에 비록 최근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비정상회담도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이 밖에도 히든싱어3-더 지니어스: 블랙가넷-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등 케이블과 종편 예능이 뜨거운 인기를 끌어모으며 새로운 스타를 연이어 배출해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올해 배출된 예능 스타의 면면을 살펴보면 케이블&종편 예능에서 활약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출연자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2014년 예능계 총정리(3) 진퉁을 넘어선 짝퉁

 

 

MBC 아빠! 어디가? <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2013년 올해의 예능은 5~6년 만에 일밤을 살려냈으며 관찰예능-육아예능의 붐을 일으킨 아빠! 어디가?였습니다. 이에 타 방송사에서 부랴부랴 '아빠! 어디가?'를 본 딴 듯한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동 시간대에 선보일 때만 해도 짝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죠. 그런데 상황은 채 1년이 지나기도 전에 180도 뒤집혀 버렸습니다. '아빠! 어디가?'가 시즌2를 출범하면서 하락세를 타고 만 거죠. 반면 장윤정-송일국 등의 캐스팅으로 상승세를 탄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동 시간대 경쟁에서 역전하고 맙니다. 최근에는 시청률이 두배 혹은 세배 이상이나 차이가 납니다. 동 시간대 경쟁에서 뒤처졌을 뿐만 아니라 시청률이 첫 방을 내보냈을 때보다 더 밑으로 떨어지기까지 한 '아빠! 어디가?'는 작년에 '연예대상'을 탄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폐지설까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2014년 예능계 총정리(4) 나PD의 시즌제 예능

 

꽃보다 할배 in 스페인-8부작, 꽃보다 청춘 in 페루-6부작, 삼시세끼-10부작

 

아마도 2014년은 시즌제 예능의 원년으로 기억될 듯합니다. 비록 지상파와 달리 케이블에서의 시즌제 예능은 오래전부터 시행됐지만, 시청자들로부터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영석 PD가 올해 선보인 3편의 짧은 예능이 모두 성공하면서 시청자들은 비로소 시즌제 예능의 장점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3편의 예능들이 같은 듯 다른 색깔의 재미를 선사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시즌제 예능만의 꿀 재미에 흠뻑 취할 수 있었습니다. 연예대상을 수상한 프로그램이 1년 만에 폐지설이 대두되고, 출연자의 음주운전 등의 사건사고에 휘둘리는 기존 지상파 예능을 보면서 이제 대한민국 방송계에서도 짧게 짧게 끊어가며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는 나영석 PD식 시즌제 예능이 대안으로 자리 잡을 때가 되었음을 예감할 수 있습니다.

 

2014년 예능계 총정리(5) 슈퍼맨이 돌아왔다 vs. 비정상회담 vs. 삼시세끼

 

 

육아 예능 vs 토론 예능 vs 유기농 예능

 

어찌 됐든 2014년에 가장 많은 화제를 뿌리며 시청률 면에서도 성공한 예능을 꼽아보자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비정상회담-꽃보다 청춘-삼시세끼 등인데요. 이 중에서 슈돌은 작년에 죽을 쑨 해피선데이를 부흥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만하나 짝퉁에서 비롯되었다는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입니다. 비정상회담은 외국인 예능이란 새로운 트렌드를 유행시키며 한계에 부딪힌 토크예능에 토론이라는 돌파구를 제시했으나, 최근 들어 물의를 일으키며 스스로 주저앉는 모양새입니다. 따라서 올해의 예능 후보로 남은 것은 나영석 PD의 시즌제 예능인 꽃보다 청춘과 삼시세끼인데요. 무포맷-무경쟁-무감동이라는 역발상으로 새로운 예능 형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삼시세끼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The Winner is... 삼시세끼

 

보기에 따라서 삼시세끼는 1박2일의 짝퉁(?)일 수도 꽃보다 할배의 짝퉁(?)일 수도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나영석 PD에게 1박2일-꽃보다 할배를 만들었던 경험이 없었다면 삼시세끼는 나오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그렇다 해도 나영석 PD는 포맷을 고스란히 따라 하는 대신 발상을 뒤집었습니다. 그 결과 삼시세끼는 기존에 맛볼 수 없던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짝퉁(?)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즌제 예능의 재미를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올해의 예능으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드라마보다 인력유출의 영향이 더 큰 쪽이 지상파 예능입니다. 스타 PD들이 케이블과 종편방송으로 빠져나간 이후로 지상파 예능의 시청률은 매년 하락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예능은 그저 히트한 포맷을 가져다 쓸 생각만 하지 말고, 시즌제 예능처럼 새로운 대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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