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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산악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

FKI자유광장 2014. 6. 10. 10:33

관광에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물좋고 산좋은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여행이었다면, 지금 관광 산업을 이끌고 있는 트렌드는 크게 3가지입니다. 바로 뉴시니어, 창조관광, 트라이투어슈머입니다. 뉴시니어는 은퇴후 남은 시간을 여행을 통해 삶을 향유하려는 경향을 일컫는 말이고, 창조관광은 소비자들이 주도적으로 관광 상품을 만들고 즐기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하나 트라이투어슈머는,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얻기 위해 시도하는 관광 소비 트렌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뉴시니어와 창조관광, 트라이투어슈머들을 만족시키는 관광은 결코 좋은 풍경 같은 말로 정의할 수 없습니다.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국토의 64%가 산지인 우리나라에서는, 단순한 등산을 넘어서 산을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레저스포츠 시설, 산악열차, 숙박시설 등이 필요합니다. 우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독일, 일본, 프랑스 등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런 산악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풍부한 산악 경쟁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로 인해 내국인, 외국인 관광객 모두가 제대로 산을 즐기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 프랑스 샤모니 몽블랑 케이블카, 스키 트래킹

 

A씨는 이번 여름휴가를 프랑스 샤모니 마을에서 보낼 예정입니다. 이곳에는 각종 케이블카가 있어 해발 3,842m 몽블랑을 비롯한 알프스 고봉들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산악열차 빙하투어는 물론 스키장, 패러글라이딩, 트래킹 등 45가지 이상 아웃도어 스포츠도 즐길 수 있는데요. 거기다 저녁마다 몽블랑 산 중턱 숙소에서 차를 마시며 내다보는 산의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과도 같습니다. A씨는 내년에도 꼭 이곳을 다시 찾아 풍경을 즐기자고 다짐합니다.

 

한국 관광을 계획 중인 중국인 B씨는 등산일정은 고려조차 안 하고 있습니다. 한국 산에는 변변한 케이블카가 없어 무조건 걸어 올라가는 식이기 때문에, 짧은 일정으로 온 여행에서 산을 찾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거기다 숙박도 문제입니다. 정부 인증의 친환경 휴양림은 경쟁률이 100대 1이 넘는 데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던 대피소 숙소사진은 도저히 한국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열악합니다. 그래서 중국인 B씨는 한국을 찾아도 기껏 쇼핑과 드라마 촬영지 방문 외에는 할 게 없습니다.

 

굳이 이런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산악관광 현주소는 열악합니다. 이에 전경련에서는 해외에는 활성화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가로막힌 분야를 정리해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를 국회와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그럼 이번 과제의 핵심 내용은 어떤 것일까요? 먼저 산악 관광을 '보전 vs. 파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접근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로 인해 해외에 활성화되어 있는 다양한 친환경 산악관광모델이 국내에는 없습니다.

 

일례로 이웃 나라 일본은 아소산 절경과 고원지대를 활용해 대표적 농축산 복합테마파크(아소팜랜드)를 만들어 연간 440만 명 이상의 이용객을 유치하며 지역 농축산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데요. 이 테마파크 내에는 건강테마호텔, 목욕시설, 식당 및 유기농 축산물 판매 등 다양한 시설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대관령 목장은 초지법•백두대간법•상수원법 등 덩어리 규제로 숙박시설은 커녕 관광객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커피 한 잔 제공도 불법인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 ▲ 스위스 빙하 위 몬테로사 산장, 국내 대피소 현황

 

스위스•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나라에선 산 정상 부근 및 절벽 위에 숙박시설이 있어 일몰•일출을 보거나 종주여행 등으로 산에 1박 이상 머무르는 등산객의 명소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는 자연공원 내 숙박시설을 설립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경사도 기준으로 인해 절벽 위 숙박시설도 불법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등산애호가들은 열악한 시설의 대피소에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예약하거나 새벽•야간 산행을 강행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숙박문제는 특히 여성 및 외국인들이 정상등반을 꺼리는 큰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숲 속에 만들어진 친환경 구연동화숲 독일 메르헨발트, 나무 위에 집을 설치하는 캐나다 트리하우스, 건강보험에 산림•물치유를 적용하여 지역인구 전체를 먹여 살리는 독일 뵈리스호펜 등의 시설도 우리나라에서는 근거법 미비 및 허용행위 열거방식(positive) 규정으로 도입이 어렵습니다.

 

시설에 대한 규제가 이럴 정도니 호주 열대우림 케이블카, 스위스 산악열차, 미국 요세미티 및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 산악승마 같은 산악관광은 우리나라에서 위원회 및 허가절차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꿈도 꿀 수 없는 지경입니다.

 

따라서 전경련에서는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해 3대 과제를 제안했는데요. 그 내용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우리나라 산악관광 수요는 생각보다 높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즐겨하는 운동이자 취미가 등산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산악 애호가들은 이미 충분히 존재합니다. 이에 따라 아웃도어 의류 시장도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한발자국도 더 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산악관광의 개발을 가로막는 규제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때문에 놓치고 있는 기회도 한 둘이 아닙니다. 우리라고 프랑스 샤모니, 스위스 체르마트, 독일 뵈리스호펜 등 인구 2만명 미만의 작은 지역이 산악관광과 산림치유 등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렸던 일들을, 못해낼까요?

 

이에 전경련은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해 산악관광특구 도입과 산 정상부근•절벽의 숙박시설 허용, 산림체험시설 및 친환경 숙박시설 법적근거 마련 등 다양한 제도정비를 건의하는 바입니다.

 

전경련은 산악관광 활성화를 통해 지역 경제뿐 아니라 관련 산업 활성화도 이룰 수 있고, 더불어 그동안 산을 찾기 어려웠던 여성 및 노약자, 외국관광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산을 즐길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종 규제로 얽힌 산, 규제개혁을 통해 우리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 어떨까요?

 

* 본 포스팅은 전경련 미래산업팀 박소연 과장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