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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회사를 그만뒀던 진짜 이유는?

FKI자유광장 2014. 3. 4. 16:58

의외로 자주, 통계는 상식을 배신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행해지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심리학책에선, 인간은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이라고 이야기하죠. 그래도 이런 차이가 드러나는 연구결과를 만나게 될 때는 조금 당혹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여성이 회사를 관두는 이유를 이제까진 '결혼, 출산, 육아'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 중에서도 결혼이 가장 큰 이유였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 같은 것.


예, 전경련에서 3월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동국대 민세진 교수가 20세 이상 여성 5,887명을 조사해 발표한 ‘여성 고용률 제고 방안’계량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여성이 경제활동을 포기하게 되는 주된 위협요인은 결혼, 이혼/사별이라고 합니다. 의외로 자녀 양육은 경제 활동을 그만두게 되는 주요한 요인이 아니었다고 하네요.


 

 

먼저 보고서에 담긴 비경제활동 주요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표를 보면 아시겠지만, 결혼한 여성은 미혼여성에 비해 경제활동을 포기하게 될 확률이 37.8%나 높아진다고 합니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결혼하게 되면 미혼 여성보다 일을 포기할 확률이 58.2%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혼/사별한 여성도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을 확률이 37.3% 높게 나왔는데... 이 부분은 가구주가 되는가 아닌가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여성이 가구주가 될 경우 가구주가 아닌 여성보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 확률이 23.9% 높았거든요.


반면 고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가 없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대일 경우 자녀 문제로 경제활동을 그만둘 확률이 비교적 높지만(7.5%), 전체 여성으로 확대하면 2.9%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또 여성들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경제활동에 참가할 확률이 6.3% 높아졌는데요- 이는 20대에 취업률이 높다가 30대에 줄어들고, 다시 40대부터 늘어나는 전형적인 M자형 한국 여성 취업률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결을 따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20~30대에게 결혼은 곧 출산과 육아로 직결되는 문제니까요. 거기에 아직까지 결혼을 하면 남편 또는 여성 당사자 본인이 전업주부로 살기를 희망하거나, 때론 결혼 때문에 일자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를 담당한 동국대학교 민세진 교수는 “육아보다 결혼이 여성의 경제활동 포기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여성이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이 경제활동을 그만 둘 계기를 제공한다.”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경력단절을 원하지 않는 여성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지원책이죠. 다행히 지난 2월 4일 정부에서는 '여성 경력유지 지원방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방안에는 출산 및 보육으로 인한 퇴직을 막기 위해 육아휴직 혜택을 확대하고 보육부담을 줄이는 제도 역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요- 이 방안에 결혼으로 인해 여성들이 직장을 포기하지 않도록 정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현재 정부의 목표대로 2017년까지 전체 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선 여성 고용률을 61.9%까지 끌어올려야만 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실제 독일에서도 여성고용률을 59.2%에서 64.3%로 높이면서 전체 고용률이 65%에서 70.2%로 늘어난 사례가 있습니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대로 결혼이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를 막는 장애물이 된다면, 결혼이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해야만 합니다. 구체적으로 '가사도우미 비용 소득공제', '여성인력 고용 및 유지에 대한 세제혜택' 등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결혼을 하지 말라고 해야하는데... 그건 국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손실이고요.


또 하나, 여성이 결혼 후에도 일을 하는게 좋다는 인식 변화가 격려되어야만 합니다. 개개인의 생각이 바뀌지 않고선, 정책 변화만으로 여성고용률이 높아지진 않을테니까요. 앞으로는 결혼이 여성의 경제활동에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기혼 여성이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정책적인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 본 포스팅은 전경련 고용노사팀 김민주 연구원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