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지내는 연말, 공연과 함께 더 의미있고 덜 외롭게 넘기는 방법
일단 이 제목으로 글을 쓰려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잠시 눈물 좀 닦고 가십시다. (훌쩍) 지금까지 솔로로 있다면, 이번 연말은 급히 애인을 구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해야 이 연말을 최대한 따뜻하게, 의미 있게 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일 겁니다. 그런 의미로, 이번엔 솔로들이 어떻게 해야 더 따뜻하고 풍성하게 이 시기를 보낼 수 있을 것인가를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말, 콘서트의 성수기
연말이면 가장 생각나는 공연 장르라고 한다면, 단연 ‘콘서트’일 겁니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정말 많은 가수들이 콘서트를 열곤 하지요. 그래서 커플일 경우 진즉 예매를 하지 않으면 인기 가수의 러블리한 콘서트에 가는 건 애저녁에 포기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반면 좋은 시기이다 보니, 평소 보기 힘든 가수들의 공연도 곳곳에서 열립니다. 즉, 레이더망을 조금만 열어두면 인기는 좀 떨어져도 퀄리티 높은 공연을 만날 기회가 많은 것도 바로 이때입니다. 물론, 커플들의 융단 폭격을 받아야 하는 위험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만...막상 한번 시도해 보면 다음부터는 의외로 편해지기 마련입니다.
(사진출처:인터파크 티켓)
11월이 각 기획사들이 도움닫기를 하는 시기라면, 12월에는 대형 공연들이 전면전을 펼치게 됩니다. 일단 연말에 굵직한 모임도 많고, 새해맞이라는 대형 이벤트도 있고요. 공연은 그에 걸맞는 좋은 이벤트이기 때문입니다. 양질의 공연도 많이 있고, 관련한 이벤트도 많습니다. 잘 조사해 보고 참여하시면, 꽤 괜찮은 티켓을 잡을 수 있어요. 특히, 많은 이들이 2장씩 티켓을 예매하기 때문에 의외로 1장 티켓을 구하기에 편한 부분도 있지요. 19년째 성황 중인 컬투 콘서트 같은 경우는 아예 여자 한 명이 앉을 수 있는 특별한 자리를 따로 두곤 합니다. 이 자리는 할인율도 높고요. 특별한 선물을 주기도 합니다. 낯만 조금 두꺼우면 충분히 즐겁게 갈 수 있는 곳이지요.
특성화된 공연 보기
(사진출처:위키드 공식 홈페이지)
물론 우리나라의 공연 문화라는 것이 아직은 일상 취미라기보다는 (일단 영화 관람과 비교해 보시면 편할 거 같습니다.) 특별한 이벤트에 가깝다 보니, 대개 커플 관객 위주의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연말에는 이런 특수가 분명히 있지요. 막상 이런 공연은 단독 관객이 가기엔 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에요. 그렇다면, 다른 식으로 관심을 돌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오픈 런으로 꾸준히 무대에 올라가는 공연이나, 인간의 심연을 다룬 명작들을 이 기회에 보는 것 말이죠. <빨래>나 <맨 오브 라만차>, <위키드> 같은 작품들이 올겨울에도 공연장에 오릅니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품인데요. 가족들과 가도 친구들과 가도 즐겁게 볼 수 있고 또 재미 이상의 감동도 있는 작품들이에요. 이런 작품들은 꾸준하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들입니다. 메시지도 명료하고 감동도 명확하지요. 연말에 ‘나에게 주는 선물’처럼 가기 좋은 공연들입니다.
(사진출처:쓰릴미 공식 홈페이지)
아니면 아예, 특정한 성별이 주로 찾는 공연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나라의 공연 관객은 여성에 집중되어 있는데요. 그런 이유로, 여성 취향에 맞춰진 공연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쓰릴미>나 <풍월주>, <헤드윅> 등은 동성애를 소재로 다루고 있어서인지, 특히 여성 관객이 많기로 유명하죠. 이런 작품들은 1인 관객도 많아요. 그래서 혼자 간다 해도 그렇게 고독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연말, 다양한 패키지를 탐색할 시기
공연장 사이트를 즐겨찾기 해두고 드나들다 보면, 다양한 공연 패키지 티켓이 여럿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일단 할인율이 높고,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개 이런 패키지 티켓은 초연이나 내한 공연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데요. 궁금하긴 하지만 확신하기는 힘들 때, 공연장 별 프로그래머를 믿고 선택하여 보는 맛이 있지요. 운이 좋다면, 자신의 공연 관람사의 새 지평을 열 수도 있습니다. 그럼, 너는 어떤 패키지를 끊어서 보고 있느냐, 라고 물으신다면….
(사진출처:LG아트센터 공식 홈페이지)
저는 개인적으로 엘지아트센터의 연간 패키지는 꼭 체크해서 끊어두는 편이에요. CoMPAS라고 불리는 이 패키지는 매년 1월 첫주에 티켓오픈을 합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신뢰도 있는 패키지이지요. 연극, 무용, 클래식 등 각 분야별 프로그램이 발표되는데 다양한 패키지 세트가 있어 골라보기 편하죠.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1년 치를 끊어두면, 한해가 두둑해집니다. 무엇보다 엘지아트센터 인터넷 티켓 예매 사이트는 개인이 자리나 공연날을 변경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죠. 최근 인터파크에서 관람일 변경을 매우 까다롭게 전환한 후로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서 극렬한 비난을 샀는데요. 이렇게 공연장 사이트에서 다양한 혜택을 주는 걸 보면, 정말 화가 나는 일이었죠. 그런 의미에서도 전 공연장 사이트나 군소 예매 사이트를 두루 보는 편이에요.
또 주의 깊게 보는 건, 두산 아트센터 연극 패키지입니다. SPACE111을 중심으로 공연을 묶어 판매하곤 하는데요. 공연장만 믿고 가는 몇 안 되는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여기는 간헐적으로 패키지 상품이 나와요. 그리고 안내도 상냥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프로그램도 맘에 들어서 저는 매우 애용하고 있습니다. 종종 워크숍 공연도 열리는데, 이런 건 회원들 대상으로 무료로 공개하기도 합니다. 뮤지컬 <심야식당> 리딩 공연도 여기에서 봤어요. 그밖에 명동예술극장도 주의 깊게 보는 곳이죠. 명동 한복판에 위치해서 정말 인파를 뚫고 가는 공연장인데요. 실험적인 공연보다는 고전미 넘치고 기본기가 탄탄한 작품이 올라갑니다. 여기도 역시 꾸준한 관객을 위한 패키지 티켓이 판매됩니다. 미리 구입해 놓으시면, 싸고 편하게 보실 수 있지요.
어쨌거나, 이런 저런 일년 계획을 세우시면서 패키지 티켓 구입 계획도 같이 세우고, 각 공연장의 새해 라인업은 당최 어떻게 되나를 둘러 보다 보면 시간도 잘 가고 뭔가 창고에 도토리 쌓아놓는 느낌이 들어 참 뿌듯해집니다. =)
나가며
요즘은 불경기라 그런지, 연말도 예전보다 더 간소하고 조용하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세상이 팍팍하고 힘들어졌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래도 힘을 내자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잘 되는 게 아닌 것도 맞고요. 하지만 이렇게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맙고 멋진 일이란 생각도 해봅니다. 적어도 연말엔 다가올 한해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어찌 보면 반복되는 계절, 반복되는 일상이기도 하지만 달력의 마지막을 뜯고, 1이란 숫자를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새로운 힘을 얻기도 하니까요.
(사진출처:이미지투데이)
오늘 여전히 외로운 사람들도 있지만 내년엔 보다 더 따뜻해지리라 믿습니다. 모두들 각자 나름의 자리에서 행복한 연말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