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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규제, 경제적 득실 먼저 따져봐야

FKI자유광장 2013. 8. 23. 10:21


  어느 사업을 하는 아버지가 큰 아들이 가게를 여는데 500만 원을 출자해 50% 지분을 가지게 되었고, 아버지는 큰 아들에게 지시해 여동생이 옷가게를 여는데 500만 원을 출자하여 50% 지분을 확보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여동생인 딸은 오빠와 같은 방식으로 500만 원을 아버지 회사에 출자해 50% 지분을 가졌습니다. 이와같이 결과적으로 아버지가 내놓은 출자금 500만 원은 원래대로 아버지에게 돌아갔지만 돈 한푼 안 쓰고 세 회사 모두 지분을 갖게 되는 구조가 됩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A > B > C > A 로 순환꼬리를 늘려가며 수많은 회사를 지배하게 되는 형태로 바로 이것이 순환출자 논리인데요. 이론적으로는 꽤 그럴싸한 '손 안 대고 코 풀기' 같은 출자방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누가봐도 이런 식의 사업확장이라면 규제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이렇듯 흔히들 순환출자를 적은 지분으로 대기업 전체를 지배하는 권한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순환출자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우리나라 경제민주화를 다룰 때만 나오는 논리입니다.


순환출자, 과연 규제해야만 하는 대상일까요? 다른 나라에서는 순환출자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순환출자, 대기업의 지배권 행사를 위한 수단일까요?


순환출자를 기업 지배력 행사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기 위해서 경영자는 적은 지분으로 경영활동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주식회사제도의 기본입니다. 따라서 순환출자는 기업활동에 지극히 기본적인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순환출자가 기업 소유 경영자의 지배권 행사를 위한 중요 수단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있을까요? 이 주장 역시 실제 분석 결과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순환출자가 가공자본에 의한 의결권을 형성해 기업의 소유권과 지배권을 강화시킨다는 주장인데요. 그렇지만 연구 결과 순환출자 여부와 가공자본비율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어떠한 관련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순환출자는 대기업 지배권 행사의 수단이 아닌, 주식회사제도의 기본 뿌리이며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순환출자, 다른 나라는 규제없고 제도화까지


순환출자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발견되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또한 다른 나라 기업에서도 순환출자는 존재하지만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른 나라의 순환출자 구조는 어떨까요?


일본, 프랑스, 인도 등의 대기업 집단은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캐나다 Hees-Edper그룹, 독일의 Deutsche 그룹, 남아프리카 Anglo-American 그룹은 순환출자구조를 비롯해 더 복잡한 출자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도요타 그룹은 도요타자동차를 중심으로 다수의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심지어 우리나라의 현대 기아차 그룹은 허용되지 않는 상호출자까지 허용받고 있습니다.



도요타 자동차의 내부지분율은 9.7%인데 이 중 경영 소유자의 지분은 0.5%, 계열사는 9.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도 없을뿐더러 지배주주의 1주는 일반주주의 10주 또는 그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차등의결권이라고 하는데요. 해외에서는 이 차등의결권의 발행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외에서는 적은 지분으로 기업이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제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순환출자를 규제하게 되면?


해외에서는 순환출자를 비롯해 차등의결권 발행을 제도화함으로써 기업이 경영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기업이 경영권을 방어하고, 경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순환출자가 기업의 지배력 행사 수단이라고만 여기며 규제하려고 나서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처럼 차등의결권 제도도 허용되지 않는 상태에서 기업이 순환출자마저 규제시킨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나라 기업이 순환출자마저 규제받게 된다면 기술개발과 시설투자에 사용해야 할 자원을 경영권 방어에 사용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기술개발과 시설투자를 하기에도 부족한 자금을 경영권 방어에 사용하게 되는 것. 그것이 과연 옳은 방향일까요? 우리 기업의 발전과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을 막는 것은 아닐까요?


대규모기업집단에서 오너가 순환출자를 활용해 적은 지분으로 그 이상의 지배권을 형성해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려는 것이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을 훼손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그 지배권 남용의 위험성이 있어 이를 정책적으로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순환출자, 지배권 남용의 위험성은 정책적 규제에 일임하고 기술개발과 사업투자의 자원확보를 고려한다면 과연 규제해야만 하는 대상인지 진지하고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