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시장, 무엇이 보다 나은 길일까요?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착취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들을 때마다 필자는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왜 계속 착취를 당할까요?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프랜차이즈는 선택 사항일 뿐입니다. 편의점이든 치킨집이든 빵집이든 마찬가지이지요. 어떤 가게를 낼 때도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닌 자기만의 간판을 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영업시간, 인테리어 비용, 식자재의 조달 등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주들의 불만 사항인 폐업에 따른 위약금도 당연히 없습니다.
이처럼 독자적인 창업이 가능한데도 프랜차이즈를 택하는 것은 프랜차이즈의 이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가맹본부의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고, 영업의 노하우를 제공받을 수 있기도 합니다. 공동 구매를 통해서 식자재를 싸게 조달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지요. 가맹본부도 대가를 요구합니다. 인테리어 비용 부담, 식자재 등을 가맹본부에서 조달받기, 영업시간과 제품공급 조건, 폐업 조건, 인테리어 교체 의무 등이 있습니다. 모두가 이익을 제공받는 대가로 가맹점이 치러야할 대가입니다.
(사진출처: 다음)
중요한 건 이런 조건들이 강요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 조건들은 사전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원하지 않으면 계약을 안 하면 그만입니다. 계약을 했다는 것은 대가보다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가맹점들은 스스로 선택한 계약을 부당하다고 따지고 있는 셈입니다.
계약 조건이 가맹본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건 아닐까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가맹본부 사이의 치열한 경쟁 때문입니다. 외식업에만 1,523개, 소매업에는 437개의 가맹본부가 있습니다(2008년 기준, 지식경제부). 이렇게 많으니 독과점과는 거리가 멉니다. 따라서 시장원리에 의해 가맹본부들도 새로운 가맹점주를 받아들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맹점주가 매력적이라고 판단할만한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매출 일정비율을 로열티로 받아가는 프랜차이즈 계약이 별로 없습니다. 상인들이 매출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맹본부에게는 가맹비, 인테리어 대금 같은 것이 중요한 수입원입니다. 한국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끊임없이 새로운 가맹점을 확보하지 않으면 망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가맹본부가 가맹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조건을 제시할 수 없습니다. 가맹점주가 되려는 사람이 그런 프랜차이즈를 선택할 리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조항이 가맹점주의 입맛에 맞기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폐업시 위약금이나 24시간 영업 같은 것은 가맹점주의 마음에 안들 것입니다. 따로 떼어 본다면 그 조항들은 분명 본부에 유리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있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득과 실을 철저히 따져보고 이미 프랜차이즈 선택을 했다는 게 중요합니다.
혹시 가맹점주가 계약 조건을 잘못 알거나 속아서 선택하는 것은 아닐까요? 프랜차이즈라는 것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벌써 생긴 지가 30년도 더 된 방식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는 가맹본부의 웬만한 정보를 상세히 공개해 놓고 있습니다. 이걸 모르고 프랜차이즈에 가입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이런 사정을 생각해 보면 지금의 프랜차이즈 가맹 조건들은 나름대로 시장의 검증을 거쳤습니다. 즉 가맹본부와 가맹점 양쪽 모두가 동의한 조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기대했던 것보다 장사가 잘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약을 해지하고 싶은 것이지요.
그러나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가맹점만 아니라 가맹본부의 입장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가맹본부 입장에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 가맹점은 있겠지만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습니다. 거래에는 항상 불확실성이 따르기 마련이기에 기대와 달리 손해가 날수도 있습니다.
특히 장기계약이 그렇습니다. 생각했던 만큼 돈을 벌지 못했다고 서로 동의한 계약 조건을 파기하거나 거래 관행을 뒤집을 이유는 되지 못합니다. 당사자 사이의 거래를 통해서 만든 자생적 질서는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거래조건에 개입을 하다 보면 거래 자체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만일 본부의 인테리어 비용 부담을 높여 놓으면 그만큼 인테리어 교체 주기가 줄어들어 낡은 상태로 영업하는 가맹점이 늘어날 것입니다. 가맹본부의 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가맹본부를 하려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까요.
만일 위약금을 규제하면 가맹본부는 식자재 등 다른 가격을 올려서 보충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운 없거나 장사 수완 없는 가맹점이 부담해야할 손실을 모든 가맹점이 나누어 짊어지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해로운 결과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사업을 하려는 의욕이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가맹점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보다는 직영점 방식을 택하는 곳이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나홀로 창업자들과 경쟁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맹본부가 강자 같아 보이지만, 정작 시장에서의 슈퍼갑은 소비자입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가맹점도 가맹본부도 모두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기존 프랜차이즈 방식은 최소 비용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효율적인 구조입니다. 경제민주화라는 명목으로 가맹본부를 규제하려다 보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가맹점주나 나홀로 창업자마저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는 아니지 않을까요?
김정호(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