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스토리/칼럼노트
'그리스 국가부도 그 원인과 교훈' 강연회
FKI자유광장
2011. 11. 18. 01:37
Aristides N. Hatzis|그리스 아테네대학교 교수
시장경제 전문 연구기관 자유기업원(www.cfe.org)은 8월 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그리스 아테네대학교의 아리스티데스 하치스(Aristides N. Hatzis) 교수를 초청해‘그리스 국가부도, 그 원인과 교훈’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날 하치스 교수는“그리스 사태는 정책실패 때문이었다”고 지적하고,“ 그리스의 지금과 같은 참담한 상황은 예상 가능한 결과였지만 국민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다른 국가들이 그리스와 비슷한 길을 걷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일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Aristides N. Hatzis 교수의 시각에서 바라본‘그리스 국가부도, 그 원인과 교훈’의 내용을 정리, 소개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EU존의 재정위험에 세계적인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 나라의 재정파탄이 더 이상 일국의 경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영향이 연쇄적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그리스의 위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스의 경제위기는 아테네 올림픽을 개최한 2004년도에 발생했다. 지금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현재 그리스가 처한 위기가 아니라 그리스가 어떻게 이번 사태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리스 사태는 경제적 문제라기보다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들이 현재의 손실을 함께 부담해야 하고 이는 정치적 타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루었던 과거의 그리스
과거 그리스 경제는 매우 성공적인 발전과정을 걸었다. 연평균 실질 1인 국민소득이 50년 넘게(1929~1980) 전 세계 1위였으며, 평균 경제성장률은 5.2%였다. 당시 그리스의 정치적상황을 고려해보았을 때 이러한 수치들은 더욱 흥미로운데,1929~1936년의 그리스는 쿠데타, 격렬한 정치갈등, 그리고 150만 명이 넘는 아시아 이민자 동화정책으로 사회가 매우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1936~1940년에는 우파 독재시기를 겪었고, 제2차 세계대전에 인구 1인당 인명피해에 있어서 구소련 다음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전쟁 후에는 공산당이 이끄는 폭동 후과 극렬한 내전이 발생했으며, 1949~1967년의 그리스 민주주의는 절름발이 민주주의(deficient democracy)의 전형이었다. 1967~1974년에는 군사정권이 그리스를 장악했고 1974년 7월이 되어서야 다른 서방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전쟁과 내전, 독재정권과 같은 비정상적인 정치₩사회적 상황에서 이와 같은 경제발전을 이뤄낸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 PASOK당의 집권으로 시작된 복지 포퓰리즘
그리스는 1981년 1월 EC의 회원국이 되었고, 그해 10월 PASOK(범그리스 사회주의 운동)이라 불리는 사회당의 안드레아 파판드레우(Andreas Papandreou)가 집권한 이후 몇 년도 안 되어 그리스의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이는 PASOK당 정책의 두 가지 측면에서 야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첫째는 PASOK의 거대하지만 비효율적 복지와 과도한 규제로 인한 경제실패이고, 둘째는 PASOK이 남겨놓은 정치적 유산때문이다.
당시 PASOK이 인기를 끌자 보수당인 New Democracy 마저 PASOK당을 따라하는 아류당이 되었으며, 두 당 모두 1981년에서 2009년 사이 복지주의, 족벌주의, 보호주의, 온정주의를 남발했고 현재도 이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즉, PASOK당과 New Democracy당이 복지주의와 경쟁을 하다 오늘날의 위기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공산당이나 극좌파적 당 역시 극도로 부패해 있었고, 그들은 PASOK과 New Democracy를 비난하고 대안책을 제시했으나 이는 더 극심한 복지주의를 표방한 것이었다.
+ 그리스 경제를 파탄으로 이끈 정부지출
정부는 사람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시장실패 시 조심스런 개입을 통해 도움을 줘야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정부는 과도한 규제를 통해 정부의 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충분한 정부지출은 경제를 성장시킨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논리로 이루어진 기록적인 정부지출이 그리스 경제를 파탄으로 이끈 것이다.
그리스는 군사정권의 몰락 이후 은행과 기업을 비롯한 모든 경제활동을 국유화했고, 기업들에게는 지원금을 주며 복지국가를 위해 더욱 박차를 가했다. 1981년 PASOK당의 집권 이후 2009년까지 이러한 상황은 지속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정부지출이 가능했냐는 것이다. 물론 엄청난 규모의 탈세와 비효율적인 세제 시스템으로 인해 정부수입이 있었지만, 2002년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한 이후 대출을 받기가 훨씬 수월해져 그리스는 유럽연합으로부터 많은 차입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연합과 은행에서 들여온 돈은 저축과 투자, 인프라 현대화, 제도발전 등에 쓰이지 않고 바로‘낭비’에 쓰였다.
차입한 돈으로 그리스 인들은 30년 동안‘파티 타임’을 가지며 호황된 삶을 누렸으며, 신고되지 않은 수입은 탈세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손실만 연 200~300억 유로가 되었다. 2009년 40%의 그리스 성인이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결국 2010년 초 그리스 국가부채는 140%에 도달했고, 2011년 현재는 150%를 넘었다. 또한 재정적자는 1980년 3% 이하였던 것이 2010년에 15%를 넘었다. 이 수치들은 2010년이 되어서야 밝혀지는데 이는 그리스 정부가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할 자격에 미달이라는 사실을 시인한 때였다. 나중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그리스는 골드만삭스와 같은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을 고용해 어떻게 이러한 부채상황을 숨길 수 있는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EU는 그리스에 2010년 5월, 그리고 2011년 7월에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그리스의 국가부채는 아르헨티나 부채의 380%를 넘어섰으며, IMF와 EU의 그리스 구제금융액은 인류 역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렇게 유감스러운 그리스 사태의 원인은 두 가지이다. 바로 시장거래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사뮤엘이 말한‘죽음의 구덩이’인‘복지국가’정책 때문이다.
+ 그리스 사태의 원인 두가지, 과도한 시장규제와 복지국가 정책- 1) 과도한 시장규제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 연례 보고서‘두잉 비즈니스 2010’에 따르면 기업 친화적 환경에 있어 그리스는 전세계 183개국 중 109위로 유럽 연합과 OECD 회원국중 최하위 수준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리스의 경제는 노동, 자본의 이동성 부족과 함께 자율경쟁의 기업과 개인의 부의 창출에 적대적이라는 것이다.
그리스에서 새로운 기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1,101유로가 들고 15일이 걸린다(유럽 평균은 417유로가 들고 8일이 걸린다). 또한 그리스의 투자자보호 순위는 154위로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리스는 투자와 기업에 적대적일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거래에 적대적이다.
탈세도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그리스의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용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리스 기업들은 수출 시 세금을 피할 수 없어서 국내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더욱 쉽게 이익을 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창업과 직업 문제에 있어서도 매우 폐쇄적이다. 전형적인 예가 공증인, 택시 운전기사, 변호사, 약사 등인데, 이러한 직업을 갖기 위해 드는 비용이 GDP의 1.5%이다. 악명 높게 비효율적인 관료주의 비용은 GDP의 7%(EU 평균의 2배)로 이러한 직업을 갖는 데 그리스인들은 연간 90억 유로를 지출하는 것이다.
+ 2) 죽음의 구덩이, 복지국가
복지국가 문제는 그리스뿐만 아니라 선진 부유국이 마주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부분의 복지 혜택들이 사회에 이미 자리잡았을 때 그것을 통제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정당이 근로자들과 고령인구에게 엄청난 의료및 퇴직혜택을 약속한 상황에서 복지예산을 줄이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일이며, 이는 수습할 수없는 복지 안정망을 낳게 된다.
바로 그리스가 이러한 이야기의 전형적인 예이다. 그리스의 보험가입자와 고용자가 납부하는 총 급여세는 42% 정도로 정부는 1인당 1만 600유로를 복지를 위해 지출하지만 세수는 1인당8,300유로로 1인당 2,300유로 적자이다. 이를‘도둑정치’라고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공공부문 임금과 연금분야를 살펴보자. 공공부문 임금의 경우 2006년에서 2009년 사이 30% 상승했다(인플레이션3% 이하). 근로자들은 1년에 14번 봉급을 받고 추가적인 보너스(크리스마스 100%, 부활절 50%, 여름휴가 50%)를 받으며 연금 역시 동일하다. 공공부문을 살펴보면 35년 재직한 그리스남성의 경우 58세가 되면 후한 연금을 받고 퇴직할 수 있다. 65세 이상 그리스 인구는 2005년 전체 인구 18%에서 2030년 25%가 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리스가 계속적으로 이러한 길을 간다면 얼마나 위험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 3) 암적인 존재, 압력단체
그리스 정부는 폐쇄된 직업군을 개방시키고 일부 공공부문 조합 복지혜택을 제한하려고 노력했으나 압력단체에 의해 참담하게 실패했다. ‘바이킹족’이라 불리는 이 압력단체들은 국가의 암적인 존재로 자신들의 이익에만 유리한 쪽으로 자기 이외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특정 경제적 지위를 지켜내려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공동이익을 가진 거의 모든 그룹이나 거대 기업은 정부, 의원,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부를 자신들에게 이전되도록 하며, 이 과정에서 시장실패를 고친다든가 사회정의, 애국심 등을 명분으로 이용한다. 이러한 비생산적 이익을 추구하는 활동(DUP : Directly Unproductive Profit-seeking)의 중심에 강력한 연합이 배후에 존재하며, 이들은 정부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리스는 바로 이러한 압력단체의 파라다이스다. 그들의 지대추구 행위로 인해 거대 네트워크가 형성되었으며, 결과적으로 그리스의‘개혁결핍(reform deficit)’을 탄생시켰다. 그리스를 개혁하려는 모든 시도는 압력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의해 무산되고 있다.
+ 4) 긴축재정 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그리스
지금 그리스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긴축재정 정책은 그리스경제위기를 타파할 수 있을까? 그리스 정부는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지출을 무차별적으로 삭감했는데, 이러한 정책은 마치 살을 빼기 위해 지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팔다리를 잘라버리는 행위와 마찬가지이다. 전체의 몸무게가 줄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방은 여전히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리스 정부는 긴축재정을 통한 성장이라는 길을 택했다. 2010년 2월 그 첫 번째 정책을 통해 공공부문 급여를 동결시키고 공무원들에 대한 추가급여를 평균 10% 삭감했고, 2011년 6월 또 다른 긴축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성공한다면 8억 5,000억 유로를 더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그리스 정부는 여전히 성장의 숨통을 막고, 그리스 인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해 매우 질 낮은 시스템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현재 그리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그리스의 위기를 통해 알아야 할 것은 그리스는 규제개혁을 통해서 복지국가, 그리고 부패, 정실주의, 보호주의 방만한지출과 같은 문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민의 혁명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시민의 혁명 없이정부의 정책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장의 자유화와 직업선택에 대한 규제를 풀고 특정한 이익단체를 지지하기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스는 부패를 개혁해 좀 더 예측 가능한 정책을 만들도록 해야 하며, 국가의 경제발전은 차입이나 정부지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자율적인 시장경제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시장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이를 통해 잉여를 발생시키고 가시적인 부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정부는 국민들의 경제활동을 통해서 경제발전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리 : 월간 전경련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