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기업과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우리나라는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습니다. 따라서 세계 경제의 여건이 변화할 때마다 위기와 기회를 맞습니다. 정부와 기업, 국민들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겠지요.
최근 일본 엔화의 약세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는 엔화약세가 주요 산업과 국내 기업에게 어떤 영향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지금부터 많은 설문조사 결과를 하나씩 살펴볼까요?
* 이번 조사는 매출액 기준으로 600대 기업 가운데 제조업을 영위하는 33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했습니다. 엔화환율 손익분기점, 환율 변동 시, 수출액 및 영업이익 감소폭에 대해 질문하였고, 응답 구간별 중간값을 사용해 평균치을 계산하였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사용된 환율 수치는 100엔당 원화가치를 의미합니다.
1. 환율이 얼마가 되어야 기업이 손해를 보지 않을까요?
엔화 환율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기업들이 손해를 보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있을까요? 업종별로 손익분기점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를 한번 보겠습니다.
평균적으로 원/엔 환율의 손익분기점은 1,185.2원입니다. 이보다 엔화 가치가 낮아지면 국내 제조업은 적자구조로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어째서 이렇게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요?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 대부분 일본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엔 환율이 떨어지면 일본 제품에 비해 국내 제품의 가격이 해외에서 비싸지게 됩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 해외시장에서 우리나라 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겠죠? 특히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전자·통신기기 등이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환율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수시로 변화합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나름대로 한 해의 환율을 예상하면서 사업을 합니다. 그 범위에서 기업의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경영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연초에 원/엔 환율이 1,266.9원 정도를 기준치로 잡아놓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환율이 연초 예상치는 물론 손익분기점 이하인 1,160원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더욱 떨어질 전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전체적으로 엔화가치가 10% 하락할 경우 응답기업의 수출액은 2.4%, 영업이익률은 1.1%p 감소할 것으로 나왔습니다. 환율에 따라 산업별로 자세한 수출액과 영업이익률에 대한 영향을 알아볼까요?
수출액 감소폭이 큰 업종은 비금속광물(3.8%), 전자‧통신장비(3.7%), 기계‧전기장비(2.9%), 석유화학(2.7%) 등입니다. 또한 원/엔 환율 하락은 채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률 하락폭이 가장 큰 업종은 식품업(2.6%p), 전자‧통신장비(1.5%p), 펄프‧종이‧가구(1.4%p), 석유화학(1.2%p) 등입니다.
조선업은 일본과 주력으로 삼는 배의 종류가 서로 다르고,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이 많습니다. 따라서 일부 부품 수입단가가 하락하기에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1.3%p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업은 엔화약세에 오히려 수혜를 입는 종목입니다.
자동차는 일본과의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 감소폭이 0.6%p 밖에 되지 않습니다. 다소 의외의 결과 아닌가요? 사실 자동차 업계는 엔화약세에 대비해서 해외생산 확대 및 부품 현지조달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수익성 악화가 다소 제한적인거죠.
2. 적절한 대응책은 무엇일까요?
그렇다면 엔화약세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앞서 자동차 업종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기업들은 이미 환율 변동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원가절감, 환헷지 상품 투자 등 자구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도 상당히 많습니다. 약 26.2% 정도의 기업이 적절한 대비책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자체 대응이 어려운 기업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회사 규모가 작을 수록 위와 같은 자구노력을 취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부차원의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현재의 급격한 엔저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업들은 원/엔 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환율시장 대책 마련을 바라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수출관련 금융/보증 지원과 외환시장 개입 등이 보다 확대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위해 수출을 늘려야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엔화가치 하락 대책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제조업은 첨단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일본에 고전할 수 있습니다. 이대로 원/엔 환율의 하락추세가 지속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 등 확장적 통화정책을 강하게 추진해야합니다. 그렇게 정부와 기업의 조치가 함께 갈 때 엔화약세의 영향력을 줄이면서 올해도 좋은 경제실적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요?
본 포스팅은 전경련 산업정책팀 이재준 조사역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