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일까요?
지난 3월 18일,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국회청문회에서 우리금융지주 조기 민영화 방침을 언급했습니다.
우리 금융지주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해진 금융기관을 통폐합하여 2001년에 탄생한 금융회사입니다. 그 과정에서 약 12조 8천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는데요.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약 56%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2010년부터 세차례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이번에 민영화가 추진된다면 일괄 매각을 통해서 다른 금융지주사와 합병하는 방식이 유력합니다. 금융계에서는 KB금융지주가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11개 계열사를 보유중인 우리금융지주는 자산규모가 400조원대에 육박하는 거대기업입니다.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일괄매각 방식으로는 이를 인수할만한 회사를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현실적으로 천문학적인 인수비용을 감당할만한 자금력을 갖춘 기업을 찾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금산분리 원칙때문에 일반 기업은 금융기관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인수 후보군 자체가 너무 좁아 지난 세차례의 민영화 추진과정에서는 유효경쟁 기준조차 충족시키기 어려웠습니다.
과연 이 금산분리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왜 이것이 결정적인 장애물이 되고 있을까요?
1. 금산분리란 무엇일까?
금산분리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서로 분리해놓는 것을 말합니다. 산업자본이 은행, 증권, 보험회사 등을 소유하거나, 반대로 금융기관이 일반기업을 소유하는 것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법규입니다. 일반기업이 은행 주식 전체의 9%이상을 소유하려면 사전에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또한 소유한 주식에 대해 의결권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이런 금산분리의 목적은 금융기관의 사금고화를 방지하고 다수의 예금고객 피해를 미리 예방하려는 것입니다. 만약 금산분리가 완화되고 기업이 은행을 소유하게 된다면 기업이 금융기관의 예치자산을 기업의 지배권 유지를 위한 용도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보통 일반 기업의 경영상태가 부실해지면, 해당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특정 투자자들에 피해가 한정됩니다. 하지만 금융기관을 보유한 기업의 부실은 다릅니다. 부실이 해당 금융기관에 옮겨갈 경우, 자금을 예치한 불특정 다수의 예금고객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금융산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서 이런 상황을 사전에 막자는 취지입니다.
2. 그렇다면 금산분리의 부작용은 없을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금산분리가 엄격히 운영되면서 상당히 큰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이슈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금융기관의 매각과정에서 뚜렷한 인수주체를 찾기 어려워지다보니, 외국자본에 의한 금융산업 잠식현상이 심각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아래 그림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과거 IMF 당시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금융기관을 인수할 수 있는 국내자본을 찾기 어려웠고, 대부분의 은행이 외국계 자본에 인수되었습니다. 그 결과, 외국계 금융기관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증가한 것입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이렇게 외국계 금융기업 점유율이 높아지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외국계 금융기업은 산업발전에 보탬이 되는 기업대출보다는 안정성이 높은 가계대출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외국계 은행의 가계대출 비율은 거의 60퍼센트에 육박하고 있으며, 보험사의 경우에는 무려 80퍼센트를 넘기도 합니다. 게다가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여 발생한 수익의 대부분을 배당 같은 형태로 본사에 보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국부유출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또한 외국 금융기관의 예대마진은 국내은행보다 높은 편입니다. 예대마진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입니다. 이것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싼 이자로 돈을 조달해서 높은 이자를 받고 빌려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만큼 안전한 금융차익을 추구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우리나라는 금융기관과 일반산업의 결합에 대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금산분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취지와 달리 금산분리 규제로 인한 부작용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특히 외국 금융자본을 견제할 규모의 국내 금융자본이 없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이번 우리은행 민영화를 놓고 금산분리의 부작용이 드러났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무엇인가 대안을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단순히 금산분리를 철저히 지키는 것만이 좋은 길은 아닙니다. 본래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우리 경제를 위한 정책을 세워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