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스토리/칼럼노트

경제정책, 우리가 빠져있는 지나친 환상은?

FKI자유광장 2013. 2. 26. 10:54





요즘 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는 말이 많이 들리고 있지요. 그러다보니 이런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정의로운 생각들이 많습니다. 모두가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고, 바꿀 수 있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세상은 금방 좋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우리에게 많은 약속을 합니다. 밝은 미래를 말하는 그들에게 우리는 희망을 걸어봅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씁쓸하게 퇴장합니다. 약속은 거창한데 성과는 우울합니다. 하이에크의 유명한 말을 한번 인용해보겠습니다.


사람들이 높은 이상에 부합하는 미래를 의식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실제로는 원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것을 창출하고 있다면 이보다 더 큰 비극이 어디 있겠는가? (F.A HAYEK)


얼핏 보면 세상을 움직이는 모든 의도는 선량합니다. 



하지만 선한 의도가 때로는 불행한 결말을 가져옵니다. 우리는 이런 역설을 생각보다 자주 겪게 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그 사람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주변 사람을 챙기겠다고 관심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누군가에게 차별로 비칩니다. 이렇듯 내 행동이 의도하지 않게 전혀 다른 결말을 이끌어냅니다. 나도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내서 익숙치 않은 일을 해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타인의 가능성을 짓밟게 되기도 합니다.


단순한 비약이 아닙니다. 실제 사례를 보아도 이런 경우는 많습니다. 


1. 술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미국의 금주법은 각종 음주사고를 예방하려는 선한 의도에서 시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도리어 술 소비를 증가시키고 불법으로 운영되는 술집이 늘었습니다. 지하경제만 만들어낸 것입니다.


2.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되었던 각종 정책은 고용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일자리에서 내모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3.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 규제는 재래시장을 보호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증대시킨다는 목적으로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재래시장의 매출 증가를 가져다주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시민들이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용을 이용하게 만들어 교통체증을 증가시켰습니다.


4. 고객들의 이자부담을 줄이고자 시행했던 금융 산업의 ‘이자율 인하 조치’는 어떨까요? 오히려 금융산업의 규모가 줄어들었습니다. 이자율 인하로 인해 수익이 줄어든 중소 등록대부업체들은 이자율 제한이 없는 불법사금융인 사채 시장에 눈을 돌렸습니다.


5. 중소 급식 업체를 위하여 공공 기관 구내 식당 운영에서 기존 6개의 대기업을 제외시켰습니다. 그렇지만 그 이후 중견기업으로 분류된 세 개의 기업이 70%이상의 수주를 형성하게 되어 더 큰 시장 지배력을 형성했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기존 6개 대기업에서 3개 중견기업으로 자리만 바꾼 셈입니다. 정책이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씁쓸한 결과입니다.


하이에크의 말 가운데 하나를 더 인용해보겠습니다.


다행히 이런 비극은 영국에서는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가 독일과 유사한 운명을 피할 수 있느냐 여부는, 우리가 그 위험에 맞서 아무리 소중히 여기는 희망과 야망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그런 위험의 원천이라는 것이 판명되면 이를 기꺼이 수정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F.A HAYEK)


다른 명사들은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요? 휄더린(F.Hoelderlin)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가가 지상지옥이 된 것은 항상 국가를 지상천국으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다.” 라고 말입니다. 칼 포퍼(K.Popper)는 “지상에서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의도가 늘 지옥을 만들었다“라고 말을 했지요.


즉, 우리는 화려하게 꾸미는 말 뒤에 위험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점을 용기있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의도와 계획들은 어느 순간 본래 취지와 다르게 바뀌어버립니다. 역사에 비춰볼 때 똑같이 실패할 것이 명확하다면 누군가는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하지만 잃을 것이 많은 사람들은 과감하게 행동하지 못합니다. 잘 모르는 아마추어들의 ‘선량한 사기’는 거짓이란 점이 드러나면 핑계거리를 찾기 바쁩니다. 그렇지만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우리가 틀렸을 수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지적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F.A HAYEK)


환상을 재검토 해보고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수정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용기를 가진 사람들은 부족합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점점 절망하게 됩니다. 지도자들은 종종 이룰 수 없는 정책을 펼치다가 나라를 어렵게 하거나, 표심만 따라가는 숱한 정책을 펼칩니다. 우리의 자유와 선택을 제약하는 정책은 절망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에 무감각한 현실이 무척 걱정스럽습니다. 자칫하면 지도자가 추구하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스스로 혐오하던 독재, 혹은 자유를 제약하는 길로 들어서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 건 불합리합니다.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 행복의 실현을 다른 사람이나 국가가 해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저 환상입니다. 언제부터 우리 행복이 타인에 손에 좌우 되었던가요? 그것이 맞는 것일까요? 오늘도 세상을 제대로 보고 싶은 필자는 이런 의문을 제기합니다.


“선한 의도는 정말로 나에게 선한 결과를 가져다 줄까?” 


혹시 우리는 원치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게 아닐까요? 만일 그렇다면 필자는 모르는체 하지 않겠습니다. 뜨거운 물 속의 개구리는 금방 뛰쳐나옵니다. 하지만 따뜻한 물속의 개구리는 삶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로 최후를 맞이합니다. 우리는 혹시 따뜻한 물속의 개구리는 아닐까요? 만일 그렇다면 이 얼마나 아찔한 일인가요? 


다른 속뜻이 있는 아마추어와 가짜 만병통치약을 팔려는 돌팔이들이 경제 논의를 주도하고 있기에 위험이 너무 많습니다. 필자는 이런 현실에 냉정한 경고를 던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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