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사내유보와 기업투자, 부루마블 게임으로 풀어보자.

FKI자유광장 2012. 12. 14. 10:00


한때 보드게임이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에 너무 찌든 우리에게 종이와 나무조각을 이용해서 사람과 함께 하는 게임은 신선합니다. 뭔가 따스한 정감과 아날로그적인 멋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하기에도 좋은 놀이입니다.


이런 보드게임의 원조로 예전에는 부루마블 게임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구역별 칸이 가득 그려진 말판 위에 자기 말을 놓고는 룰렛를 굴려 나온 숫자에 따라 진행하는 게임이었지요. 외국의 유명한 게임 '모노폴리'에서 따온 부루마블은 세계 각국의 도시를 지역별로 그려넣고는 그 안에서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게임입니다.



다른 참가자가 자기 땅에 머물게 되면 통행료를 받는데 자기가 비싼 건물을 짓게 되면  비싼 숙박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상의 현금으로 종이돈이 사용되며 투자증명서와 주식, 각종 공공시설의 소유권까지 거래할 수 있습니다. 기업가의 투자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면도 많습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높은 가운데 언급되는 기업의 '사내유보'란 개념이 있습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외부에 지출하지 않고 쌓아놓은 자산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사내유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오해가 많습니다. 이런 사내유보를 설명하는 데 있어 이 부루마블 게임이 꽤나 유용할 듯 싶습니다.



1. 사내유보는 이미 투자한 자산도 포함됩니다.


부루마블 게임에서 참가자는 처음에 모두 동등한 액수의 현금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그것으로 도착한 땅의 토지증서를 구입하고 건물을 짓습니다. 세금이나 벌금을 내기도 하고 다른 참가자에게 축하금으로 주기도 합니다. 공공시설에 투자하기도 하고 주식을 구입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처음 가지고 가게 되는 것은 순수한 현금입니다.


그러나 도중에 참가자는 그 현금을 소모하게 됩니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 도착하면 리스본 땅을 삽니다. 그러면 돈은 없어지고 토지소유증서가 들어옵니다. 그 위에 여관이나 호텔을 짓게 되면 마찬가지로 현금이 나가고 건물이 생깁니다. 중간에 황금열쇠가 손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 모든 것들은 현금이 아니니까 사내유보가 아닐까요?


기업의 사내유보는 공장, 기계설비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기업 설립 후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배당 등으로 외부에 나가지 않고 내부에 남아있는 모든 자산이 사내유보입니다. 유무형의 모든 자산이 사내유보에 해당됩니다.



보다 쉽게 개인으로 비유하면 어떨까요? 개인이 취직 이후 번 소득으로 자동차나 집을 사는 것과도 같습니다.



부루마블과 비슷한 보드게임으로 인생게임이란 게 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결혼하는 과정을 재현한 게임입니다. 이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로 번 돈으로 집과 자동차를 사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현금이 바로 집과 자동차로 바뀝니다. 이것 모두가 사내유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에서 사내유보 가운데 어느정도가 이런 투자에 쓰였을까요? 2010년 기준으로 사내유보 가운데 84퍼센트 정도가 이미 유형자산, 재고자산 , 무형자산에 투자되었습니다. 부루마블 게임으로 비유하면 100만원 가운데 84만원이 각 도시의 땅을 산 증서와 건물 비용으로 지출되고 16만원이 남은 것입니다.



2. 우리나라 기업의 사내유보, 현금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사내유보가 곧 현금이라고 생각한 데서 비롯된 말입니다. 정작 우리나라는 사내유보 가운데 현금 비중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세계적 대기업과 비교하게 되면 그런 점은 더욱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사내유보 가운데 설비 등에 투자한 84퍼센트를 제외한 나머지 현금성 자산 16퍼센트 가량은 어디에 쓰는 걸까요? 이들은 그냥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원재료나 부품을 구입하고 빌린 돈을 갚는데 씁니다. 임금 등의 인건비와 생산설비를 운영하는 데도 들어갑니다.




3. 대기업 투자,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요즘 대기업에게 투자가 너무 적은 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합니다. 일부 기자와 언론에서는 오해섞인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사내유보금을 현금으로 엄청나게 쌓아두고는 일부러 쓰지 않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투자한 자산까지도 사내유보에 포함된다는 걸 생각해주십시오. 사내유보 가운데 현금성 자산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또한 대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오해입니다. 30대 그룹은 2009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투자를 늘려왔습니다.


 


이러한 투자는 어디에 주로 사용될까요? 단순히 현재의 운영에만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연구개발 분야에 사용됩니다. 대기업들은 이런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인생게임에서 진행하면서 우리가 미래를 위해 많은 것을 구입하듯이 말이지요.



기업의 사내유보는 바로 이런 투자를 위해 쓰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투자를 배우는 보드게임인 부루마블이나 인생게임과 함께 풀어보았습니다. 보다 이해가 쉽지 않았습니까? 이어지는 글에서는 기업의 투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출처: 게임어바웃)




자유광장 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