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친서민? 사실은 반서민.
- 오정근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정치인은 특히 서민을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나는 보통사람’ 이라는 말도 있었지요. 어기서 말하는 보통사람이란 서민을 말하는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중경제론에서 말하는 대중, 노무현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도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서민입니다. 다소간의 단어 상 표현은 다를 지라도 말이지요, 이명박 대통령 역시 친서민 정책 등 국정 철학에 서민이란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서민을 위하겠다는 정치가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막상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을 유효하게 실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째로 정책이 경제원리에 충실하지 않으면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친서민 정책인줄 알았는데 실행하고 보니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때, 친서민 정책은 오히려 서민을 더 어렵게 만드는 반서민 정책이 되버리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둘째로는 절대로 경제에는 공짜점심이 없다는 진리 때문입니다. 하나가 덕을 보는 것 같으면 반드시 다른 곳에서 문제가 뒤따릅니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친서민 정책을 추진한 결과 기업투자가 위축되었습니다. 그래서 성장률이 낮아지고 일자리가 줄어들어 양극화가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화되고 말았습니다. 1971-97년 평균 12.3퍼센트 였던 투자증가율은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1.3퍼센트로 참여정부 시절에는 3.2 퍼센트로 추락해 버렸지요
부동산 대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집값이 오르자 참여정부는 중소형 아파트 상한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면 서민들이 주로사는 중소형 아파트값이 안정될 거란 생각에서 추진된 정책이었죠.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자재와 인건비는 오르는데 아파트 가격은 제한되어 있으니 건설업체들은 중소형 아파트를 짓기를 주저했습니다. 결국 중소형 아파트 공급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으며, 값싼 자재만을 사용한 저품질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 것이지요.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서민들에게 값싼 주택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보금자리 아파트를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값이 싸진 보금자리 아파트 분양가격으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는 민간 건설업체의 아파트 공급이 거의 중단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공급물량이 달리면서 전세금이 폭등했습니다. 한편에서는 중대형 아파트 공급은 너무 불어나 미분양 사태가 줄을 이었습니다. 중견건설업체까지 부도가 나거나 부도위기에 직면하고 금융기관들은 부실여신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서민금융 규제완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서민금융공급이 서민들을 오히려 빚더미에 올려놓았습니다. 상호신용금고에 대해 지나친 규제완화와 특혜를 주었습니다. 그 결과 저축은행은 서민금융보다 고수익의 부동산 PF대출에 치중하게 되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자 마침내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습니다.
이렇게 친서민정책이 반서민정책이 된 경우는 많습니다. 농어업부문에 대한 과도한 보호와 지원이 도리어 농어업부문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농업부문에 직접융자등 각종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농어업 분야가 발전한 것도 아닙니다. 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계속 보조와 보호만 주장하다보니 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에서도 다른 부문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기본적인 농산물 가격조차 너무 비싸서 소비위축은 물론, 식자재로 사용하는 음식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비정규직 보호법이 오히려 취업을 어렵게 하고, 재래시장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치가 영세입점상인을 어렵게 하는 경우도 있지요.
결국 친서민 정책이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정책이 되려면 경제원리에 충실해야 합니다. 투자환경을 개선하여 서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해주고 부동산 가격결정에 인위적 개입을 자제하고, 거래비용을 낮춰야 합니다. 개방과 경쟁의 원리로 경쟁력을 키워주는 것이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정책이 될 것입니다.
* 본 칼럼은 KERI칼럼의 내용을 토대로 재작성된 글입니다. (원문참조 : 아래 로고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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