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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칼럼노트

이익공유제, 제조업의 자발적 협력모델 되기 어려워 (이선화 한경연 부연구위원)


이익공유제는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발전을 명목으로 동반성장위원회가 제안한 주요 동반성장 정책이다. 대기업 측에 발생한 판매수입이나 손익을 사전에 합의한 규칙에 따라 협력업체와 공유함으로써 협력기업들이 혁신활동과 기술투자에 보다 큰 인센티브를 갖게 하자는 것이 그 기본취지이다. 동반위의 보고서는 상당히 테크니컬한 수준에서 제도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으며 해외 성공사례들도 일견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이익공유제와 같은 메커니즘은 유통이나 플랫폼 사업, 프로젝트 사업 등 특정 사업영역에서 활용될 여지가 있을 뿐, 제조업 일반으로까지 끼워맞추기 식으로 적용되기는 어렵다.
 
우선 협력계약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이익배분을 둘러싼 계약조건에 대한 사전적 규정과 사후적 추정방법이 명확하여야 한다. 이익 및 기여분에 대한 자의적 해석의 여지와 불확실성이 크다면 사후적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에 따라 기업들은 계약에 대한 참가 자체를 꺼릴 수밖에 없다. 유통·플랫폼 사업 등과 달리 제조업에서의 최종 실적은 수백 개 협력업체의 혁신뿐만 아니라 시장환경·위탁기업의 경영능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최종성과에 대한 명확한 기여분 평가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는 대·중소기업간, 협력업체간 갈등과 분쟁을 심화시킬 소지를 안고 있다.
 
특히 목표이익에 대한 사전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목표초과이익공유제의 경우 현실에서의 적용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 보인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을 조사한 결과 최근 6년간 실적치 대비 우리나라 대표증권사들의 추정치의 평균 오차는 각각 50%, 34%에 달하였다. 실적치는 기여도 등을 감안하여 예측가능 범위 내에서 움직여야 계약 당사자들이 쉽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데, 오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이익배분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 및 계약의 거래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제약요인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협력모형이 민간에 의해 자발적으로 추진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이익공유제 제안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개념적으로 문제가 있는 제도를 국책사업 입찰시 우대 등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인위적으로 촉진하려 하기 때문이다.
 
대·중소기업 협력사업의 경우 이익공유제에 대한 소모성 논쟁을 계속하기보다는 이미 여러 사업장에서 실행되고 있는 성과공유제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제조업 전반에 안착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계약서 작성 및 계약이행에서 법적 자문을 제공하는 등 중소기업의 협상력과 대응력을 강화시키는 작업이 보다 시급하다. 어떠한 협력모형이 가장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주체는 민간기업이며 동반성장 정책의 성공여부 역시 민간의 자발성에 달려있다는 기본전제가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선화 /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