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당시 고등학생들의 대부분이 법대 아니면 의대를 가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는 이상하게도 막연하게나마 앞으로 우리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공대를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 같습니다. 조선공학을 선택한 이유는 매우 간단했어요. 제 고향이 어촌이고 집에 어선이 있었기 때문에 배에 대해 친숙한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중학교 3학년 무렵 태풍때문에 울산 앞바다에서 우리 배가 좌초된 기억이 있어요. 그 이후 태풍에도 끄떡없는, 정말 탄탄한 배를 만들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특별히 그랬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라디오, 녹음기 같은 것들을 분해해보기도 했었지만, 한 번도 제 손으로 고쳐본 적은 없거든요. 망가뜨리기만 했지. 허허. 다만 일상생활을 하면서 ‘이게 왜 이렇게 될까?’, ‘이건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지?’라는 질문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과학적 사고는 다른 게 아니라 ‘왜’ 라는 호기심을 갖는 것, 그리고 그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예, 그랬죠. 조선공학과에 들어간 것도 흔치않은 선택이었는데, 서울대 조선공학과에서 석사를 하면서 저는 ‘용접’분야를 전공으로 정했습니다. 이 또한 흔치 않은 분야였는데요. 인기가 없는 분야이긴 했지만 공부를 하다 보니 할 일이 아주 많은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 용접분야의 기술자가 부족하기도 했고요. 제가 만약 남들이 다 하는 인기 분야를 택했다면, 지금과 같이 용접역학과 reliability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가 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렇죠. 전공한 사람이 적다보니 자연히 교수가 되는 길도 빨랐습니다. 남이 쉽게 가지 않은 길을 택한 것이 더욱 더 큰 기회를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이러한 희소가치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생활을 할 때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파괴역학’이라는 희귀전공을 선택한 덕분에 기회가 왔고 그 분야에 길이 열렸던 셈이지요.”
“아닙니다. 지식을 나누고 함께 성장해 나간다는 면에서는 학교와 기업이라는 소속이 다를 뿐, 일을 통해 얻는 기쁨의 크기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008년부터는 카이스트 대우교수로 임명되어 카이스트 전문대학원에 강의를 나가고 있습니다. 첫 강의날 저를 바라보던 젊은 학생들의 눈빛을 기억합니다. 누군가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그를 위해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기꺼이 봉사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죠”
“네,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반드시 인기 있는 종목을 해야만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생소하지만 미래가능성이 있는 특수 분야들이 많습니다. 어떤 분야든지 블루오션을 찾고, 그 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키우면 뜻을 펼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길이 열릴 것입니다. 제 경우가 그랬으니까요.”
이 콘텐츠는 전경련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발간한 대한민국 기술최고경영자 16명의 수기 모음집 ‘과학 기술이 우리의 미래다’를 참조해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자유광장’에서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나가며 대한민국의 성공신화를 이끌어낸 CTO들의 이야기를 16차례 연재할 예정입니다. ‘과학 기술이 우리의 미래다’는 전경련 홈페이지에서 PDF나 EPUB 형태의 EBOOK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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