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독 한미 FTA에 대해서는 비준 이전부터 수많은 소문들이 나돌았다. 미국과 FTA를 맺으면 마치우리나라가 망하기라도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그 중 중요한 몇 가지에 대해서만 무엇이 오해이고 진실은 무엇인지를 밝혀보려 한다.
한우고기가 광우병 발병위험이 없다면 미국 쇠고기도 걱정할 이유 없다
가장 치명적이면서 터무니없던 오해는 광우병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광우병 발병 사례는 3건에 불과했다. 사실 광우병 위험국은 바로 우리 대한민국 자신이었다. 세계동물보건기구는 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무시할 만한 위험국’, ‘위험통제국’, ‘미결정 위험국’으로 나누고 있는데, 미국은 ‘위험통제국’이었지만 한국은 아예 등급조차 인정받지 못한 ‘미결정 위험국’에 속했었다. 다행히 2010년 5월 한국도 위험통제국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한우고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도 걱정할 이유가 없는 수준이다.
공공부문은 한미 FTA를 통해서 개방되는 분야가 아니다
수돗물값과 전기 가스 요금이 오른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은 한미 FTA를 통해서 개방되는 분야가 아니다. 우리 자체의 필요에 의해서 전기, 수도 등 공공요금들이 오를 수는 있겠지만 한미 FTA 때문에 우리의 공공 요금이 오를 이유는 없다. 다만 민간 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가스 기업의 경우 미국 기업이 인수해서 우리 식의 요금규제에 ISD를 통한 이의제기를 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다지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미국 산 쌀이 수입되어 우리 농민들을 다 죽이고, 식량 안보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말들도 많이 오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쌀 개방 일정은 2004년 WTO와의 협상에 따라서 진행되고 있다. 한미 FTA와 무관하다는 말이다. 김종훈 본부장이 미국 측과 밀약을 했다는 내용도 WTO와의 협정이 끝나는 2014년에 다시 논의하자는 당연한 수준의 약속이었다. 2014년 WTO 협상을 해야겠지만 그 협상은 이 다음 정권이 한미 FTA와 무관하게 진행하면 될 일이다.
WTO 분쟁해결절차를 지킨다면 ISD는 걱정할 일이 아니다
투자자 국가 소송(ISD)은 가장 심각하게 문제가 되고 있는 분야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용과 보상 관련 조항이 그렇다. 이것 때문에 한국의 정책 기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외국인의 투자를 몰수하는 정도의 심각한 경우에 해당될 문제다. 그리고 그 정도의 규제라면 우리 스스로도 자세를 해야 할 일이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WTO에 가입되어 있다. 우리가 WTO의 분쟁 해결 절차를 지킨다면 한미 FTA의 ISD를 그다지 걱정할 일이 아니다.
괴담은 인간의 공포를 먹고 산다. 공포는 판단을 마비시키고 이성을 노예로 만든다. 지금의 괴담들도 미국이라는 거대 국가에 대한 공포에 기초해 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말도 안되는 공포임에도 그렇다.
정부가 신뢰를 잃었다는 사실이 괴담의 지속성을 키웠다. 특히 젊은이들은 정부가 하는 말이라면 그것이 뭐든 믿으려 하지 않는다. 사정이 그런 만큼 정부는 더욱 간절히 설득했어야 했다. 대중들이 진실을 알 수 있도록 쉬운 형태로 세상에 알렸어야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노력은 형식적 수준에서 그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FTA를 찬성하는 시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보다 적극적으로, 보다 시민친화적으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지금부터라도 한미 FTA에 관한 진실만이 유통되었으면 좋겠다.
김정호 / 자유기업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