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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4차 산업혁명의 역설, 게으름을 위한 부지런함을 추구하라!

모든 산업혁명은 게으름을 동력으로 완성됩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더 편해지고 싶고, 더 게을러지고 싶고, 더 즐기고 싶은 마음'이 산업혁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는 의미인데요. '덜 귀찮고,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욕망을 실현하고자 산업은 지속적인 발달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생활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젠 단순한 근면·성실함을 뛰어넘어 컴퓨터와 기계를 컨트롤 함으로써 최상의 게으름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인데요. 소셜프렌즈 '김태훈'님이 소개하는 4차 산업혁명과 게으름의 역설을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경쟁력을 잃어가는 한국,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야 할 때

한국 전쟁 이후 우리나라가 세계 최빈국에서 반세기 만에 선진국 반열에 오른 원동력은 바로 부지런히 일하는 근면함과 성실함 덕분이었습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사당오락(四當五落)', ‘티끌모아 태산’ 등을 외치며 우리는 기어코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는데요. 하지만 최근 세계 정상에서 우리나라를 견인해 온 산업들이 최근 급격히 휘청이며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 이미지


지난해 세계적인 기업인과 경제학자, 언론인, 정치인 등이 모였던 다보스포럼에서는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데이터 마이닝, 3D 프린터, O2O, 인공지능 등 어지럽게 떠도는 수많은 기술과 담론들을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하고, 이들이 인간의 생활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특히,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과 국가는 아주 빠르게 경쟁력을 잃어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습니다. 우려되는 점은 현재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국가 경쟁력은 25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많은 4차 산업혁명의 결과와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이젠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 우린 저 정도의 규모도 아니고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인력도 없으니 그냥 사람을 활용하는 게 더 빠를 것 같은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인데요. 게다가 당장 어떤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개발해야 하며, 그것을 기업이나 생활에서 하드웨어에 어떻게 연결을 시킬지 의문입니다. 3D 프린터는 피규어나 모형 만들기 외엔 활용법을 도통 모르겠고, 사물인터넷도 원리는 알겠지만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놀라운 것은 어떤 머릿속 방패가 이들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든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 방패란, 바로 근면·성실함이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근면·성실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사회적 패러다임이 4차 산업혁명의 접근과 이해를 방해하고 있던 것입니다.


게으름을 동력으로 완성되는 산업혁명의 아이러니

1차 산업혁명이 개인의 노동을 증기기관이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라면, 2차 산업혁명은 전기를 통해 인류 전체의 노동을 대량 생산 기계가 대신했습니다. 3차 산업혁명은 육체노동을 넘어 인간의 지식 노동이 컴퓨터로, 4차 산업혁명은 인류 전체의 사고와 지식 노동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었는데요. 전 인류의 노동이 기계로 대체될 수 있었던 것은 전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에서는 통신을 통해 각각 나뉘어 있던 개인 컴퓨터의 지식과 프로세스가 범인류적 인공지능으로 개발되고 연결됩니다. 이것이 완성되면 인류의 뇌인 인공지능과 인류의 육체인 대량 생산이 결합되어 낭비와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주문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측하는데요. 이렇듯 4차 산업혁명은 인류의 뇌를 인공지능이 대신하여 인간과 기계가 완전하게 움직이는 방향성을 가진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게으름 관련 사진


그렇다면, 이러한 산업혁명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인류의 어떤 강렬한 열망이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게으름입니다. '더 편해지고 싶고, 더 게을러지고 싶고, 더 즐기고 싶은 마음'이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수레를 끄는 것을 어떻게 더 편하게 할까 고민하다가 증기기관이 생겨났고, 제품을 더 쉽고 편하게 만들기 위해 고민하다 자동화 기계를 개발하여 대량 생산이 시작됐으며, 머리를 쓰지 않고 어떻게 계산과 기억을 더 쉽고 편하게 할까를 고민하다 컴퓨터가 등장했습니다. 이제는 좀 더 편하게 시스템을 관리하고, 움직이지 않고 물건을 배달받고, 어려운 선택을 하게 만들까 고민하다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등장한 것입니다. '그냥 좀 덜 귀찮아지고 싶고, 최대한 아무것도 안 하고도 잘 굴러갔으면' 하는 강한 염원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효율을 높인 것이죠. 그리고 이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열쇠가 되었습니다. 그럼 사람은 무슨 일을 할까요? 컴퓨터와 기계가 잘 움직이도록 가르치고(데이터마이닝) 만드는(프로그래밍) 일이 바로 사람이 해야 할 일입니다.


근면·성실함이 4차 산업혁명의 걸림돌?

우리나라는 사람의 일을 기계와 컴퓨터가 대신하는 것에 무의식적 거부감과 위화감이 있죠. 부단히 노력하며 성실하게 일하여 달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을 높게 쳐주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생활의 달인'이라는 TV 프로그램에는 각 분야에서 오랜 기간 갈고 닦은 실력을 갖춘 장인들이 등장합니다. 긴 연구와 경험 끝에 독창적인 기술과 레시피를 만들어내고, 수집과 감별 등 소위 덕업일치를 이룬 개성 있는 장인들의 이야기에서 큰 축을 이루는 것은 바로 오랜 기간 업에 종사하며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에 대한 존경입니다. 숙련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노동 기능을 보유한 달인들의 장인정신은 수십 년간 묵묵히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견인했는데요. 남보다 더 많이 일하고 남보다 빠르게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온 부지런함과 근면·성실함이 놀랍게도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지는 원인이 되었다면 의외일까요?



역설적이지만 산업혁명의 정신은 '게으름'입니다. 더 편하게, 더 효율적으로, 더 신경 쓰지 않기 위한 노력이 산업을 발전시킨 것이죠. 4차 산업혁명은 배움과 생각과 판단과 행동까지 인공지능으로 최고의 효율과 정확성을 추구하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자동화 설비, 자율주행 자동차, 3D 프린터를 이용한 주문형 생산 등 산업적인 면에서부터 블루투스로 커튼을 열고, 말 한마디로 불을 켜고, 드론이 배달해주는 상품을 받는 일상생활까지, 생각해 보면 더 편하게 살아가기 위한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면·성실함은 이를 반대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자동화 설비 대신 사람이 더 오래 열심히 일해서 효율을 높이고, 드론 대신 달리는 택배 기사들의 노동 단가를 낮추고, 3D프린터 대신 밤을 새우며 기술을 숙달합니다. 문제는 여기엔 반드시 육체적·정신적 한계가 있고, 그 한계에 다다르면 사회적 이슈가 발생한다는 점인데요. 이들이 자동화 설비나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때문에 한순간에 실업자가 될 수 있으며, 열심히 일한 대가를 외면하는 사회적 분노와 억울함도 발생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이러한 근면·성실함을 다른 방향으로 사용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최상의 게으름을 위하여,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연구는 계속되어야

4차 산업혁명 성공을 위해서는 게으름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 일을 내가 아닌 기계가 하는 방법은 없을까, 컴퓨터가 빠르게 하도록 하려면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까,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볼까, 말만 하면 집까지 총알 배송해주는 시스템은 어디 없을까를 고민해야 하죠. 한 마디로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알아서 다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최상의 게으름을 위해 더욱 성실하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기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컴퓨터와 기계가 자동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상당히 어렵고 많은 연구와 프로그래밍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과 기계가 사람이 할 일을 다 빼앗아 가서 실직자가 넘칠 것이라는 건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사람이 모든 일을 하려고 할 때의 이야기죠. 어느 분야든 더 나은 방법을 새로 만들고 연구하고 컴퓨터를 가르치고 프로그래밍하고 기계를 만들고 내 생각대로 인공지능이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매우 많습니다. 그것이 앞으로 인간이 해야 할 일이고 이를 통해 점점 더 편리한 세상이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4차산업혁명 이미지


깊은 내공을 가진 달인들의 방법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그것을 매뉴얼로 만들어 컴퓨터가 알아서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장인의 노하우에 대한 이익을 배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야 하며, 달인이 직접 컴퓨터를 제자로 두기 어려우니 그 과정을 지원하는 기술자가 필요하겠죠. 그렇게 되면 달인은 그동안 시간과 체력의 한계 때문에 하지 못하던 연구 개발을 더 잘해낼 수 있을 것이고, 그 노하우를 컴퓨터가 배우고 기계가 만들게 하면 되는 것이죠. 이러한 방식이 미국을 다시 3%대의 성장으로 올린 제조업의 4차 산업혁명입니다.


게으름과 기술의 조합, 4차 산업혁명을 성공으로 이끄는 해법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은 결국 알파고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는 이세돌과 알파고 개발진의 대결이었으며 개발자들의 승리인 셈이죠. 마치 몇십 년 전에 사람이 주판으로 계산하는 것과 컴퓨터가 계산하는 것과의 대결이었으니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습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마치 우리나라의 '생활의 달인적 가치관'과 미국의 '4차 산업혁명적 가치관'의 대결로 보였습니다. 사실 개인의 패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넘어갔음을 인식하면 그만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현시대 최고의 인공지능과 맞짱을 뜰 정도로 우수하다는 겁니다. 성실과 부지런함으로 인간의 레벨을 넘어선 장인들처럼 훌륭한 재능을 가진 인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능력을 게으름을 위해 쓸 때입니다. 그저 더 열심히 더 오랫동안 일할 것이 아니라 내 일을 어떻게 컴퓨터가 대신하게 할까를 고민해서 2시간에 할 일을 30분으로 줄이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죠. 내가 한 번 더 열심히 하고, 한 시간 더 일할 것이 아니라 컴퓨터와 기계가 빠르고 정확하게 일할 수 있게 만들면 보다 편하고, 쉽고,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근면·성실함과 실력은 이를 목적으로 사용하면 됩니다. 더 쉽고 게으르고 편하고 싶은 사람이 이기는 4차 산업혁명의 역설, 지금은 '게으름을 위한 부지런함'으로 다시 치고 앞으로 나아갈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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