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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스토리텔링으로 관광산업을 키우다! 핀란드 로바니에미, 산타마을

산타할아버지가 근무하고 있는 건물이다

산타할아버지가 근무하고 있는 건물이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비행기로 3시간 거리에 있는 로바니에미에는 진짜 산타가 살고 있습니다. 울창한 자작나무 숲과 백야, 순록, 눈, 여기에 마을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북극선까지, 구전으로만 전해 오던 산타에 대한 이미지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는 이곳엔 전 세계에서 산타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입니다. 굴뚝 좋아하는 산타를 굴뚝 없는 관광산업에 활용하여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산타마을로 거듭나게 된 것인데요.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관광산업이라는 ‘없는 굴뚝’을 세우며 정통 산타마을로 키워 나간 로바니에미의 성장 비결은 스토리를 산업으로 만드는 힘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산타마을

산타우체국 입구인데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산타우체국 입구인데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로바니에미는 인구 6만여 명의 소도시입니다. 한국의 읍 정도 규모의 이 작은 변두리 마을이 전 세계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모두 산타 덕분입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주소 없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To Santa Claus)’라고 편지를 써 보내면 모두 이곳으로 배달됩니다. 지난해 전 세계 190개 국의 어린이들이 보낸 편지가 100만 통을 넘어섰다고 하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에서 온 많은 편지들은 분류한 후 답장을 쓴다

세계에서 온 많은 편지들을 분류한 후 답장을 쓴다  


산타마을에는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만 배달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몰려드는 사람만큼 호텔은 일년 내내 예약이 넘치고, 수도 헬싱키에서 정기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산타클로스 익스프레스’라고 불리는 2층 야간열차는 늘 만석입니다. 특히, 세계에서 수십만 명이 동시에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관광객을 나르기 위해 일반 여객기뿐 아니라 전세기까지 동원됩니다. 한적한 핀란드 영공에 진입하는 비행기가 1시간에 30대가 넘는다니 그 인기가 정말 대단합니다.


이야기를 현실로 만드는 스토리텔링의 힘

산타마을에서는 모든 안내문이 붉은색이었다

산타마을에선 모든 안내문이 붉은색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한적한 북극 마을에 비행기들이 길게 줄을 서서 찾아오게 만든 것일까요? 그것은 상상력이 돈이 되는 세상에서 신화이든 허구이든 산타를 현실로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의 힘입니다. 로바니에미가 진짜 산타마을로 알려지게 된 것은 핀란드의 한 방송에서 ‘라플란드의 코르바툰두리라는 작은 산에 사는 산타가 로바니에미로 건너왔다’고 소개한 것이 시초였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핀란드의 모든 아이들은 로바니에미에 산타할아버지가 살고 있다고 굳게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로바니에미는 진짜 산타가 살고 있는 산타마을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죠.


산타마을 빌리지에는 버스도 홍보에 동원되고 있다(좌), 산타 홀리데이 빌리지의 주거시설들이 좋았다(우)

산타마을 빌리지엔 버스도 홍보에 동원되고 있다(좌), 산타 홀리데이 빌리지의 주거시설들이 좋았다(우)


허구 속 산타 이야기에 이끌려 사람들은 진짜 산타를 만나기 위해 현실의 이곳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관광객이 밀려들기 시작하자 편의를 위한 영업이 시작되었고 자치정부와 민간의 대규모 투자가 뒤따랐습니다. 서로 자신이 산타의 고향이라고 주장하는 경쟁국가에 대한 기선을 확실하게 제압하고자 중앙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그리고 이제 로바니에미는 누구나 와 보고 싶어하는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습니다.


미워할 수 없는 장사꾼, 산타가 이끄는 관광산업

고깔 모자를 쓴 산타클로스 도우미 엘프가 관광객을 응대하고 있다

고깔 모자를 쓴 산타클로스 도우미 엘프가 관광객을 응대하고 있다


상상 속 산타를 만나는 것에는 돈이 들지 않지만 로바니에미에 살고 있는 산타와 함께 사진을 찍거나 직접 쓴 엽서를 받으려면 사례를 해야 합니다. 산타집무실에서는 풍성한 하얀 수염에 붉은 고깔모자와 붉은 조끼를 입은 눈에 익은 푸근한 모습의 산타가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관광객들과 함께 쉬지 않고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또, 산타우체국에서는 산타가 직접 쓴 엽서를 구매해서 원하는 날짜를 적어내면 각국의 크리스마스에 맞춰 산타의 편지를 보내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산타가 이끄는 이곳의 관광산업은 모두에게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추억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착한 어린이들이 있는 한, 착한 아이들을 고대하는 어른이 있는 한, 산타클로스는 영원할 것이며 산타마을 역시 언제나 분주할 것입니다.

꿈을 필요로 하지만 어떻게 꿈을 꾸는지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언제든지 산타를 만날 수 있는 로바니에미는 꿈을 꾸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꿈을 위해 지갑을 여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잠들어 있는 이야기에 숨을 불어넣는 것, 그들이 거대한 관광자원 하나 없이 관광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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