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스토리/칼럼노트

[일본 유통산업 체험기 ④] 스타벅스 재팬, 츠타야서점과의 콜라보레이션 성공 비결

스타벅스,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집, 학교 다음으로 오래 머무르는 곳이 아닐까 싶다. 조용한 분위기와 편안한 음악, 은은한 커피 향까지, 스타벅스는 모든 것이 바쁘고 삭막하게 돌아가는 도쿄에서 그나마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다.

이곳 일본의 스타벅스 분위기는 한국과 매우 다르다. 일단, 혼자 와서 커피를 즐기는 고객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그래서인지 테이블 양쪽으로 의자가 놓여 있는 우리와는 달리, 테이블당 의자가 하나씩만 배치되어 통로 쪽 공간을 넓게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인데, 거의 우리나라의 북카페만큼이나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시부야, 롯폰기 등 번화가에는 다른 매장에 비해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 밖에 없다. 일본 내에서도 스타벅스는 인기가 많은 편이라, 일부 지역에서는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20~30분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타벅스 재팬과 츠타야 간판


쾌적함과 여유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스타벅스 재팬이 들고나온 전략은 바로 츠타야(Tsutaya)와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츠타야는 일본의 대표적인 서점 브랜드 중 하나인데, 스타벅스와 츠타야는 일본의 주요 번화가 지역에 거대한 공간을 조성하여 카페와 서점을 함께 입점시켜 운영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일행이 주문을 위해 기다리는 동안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심지어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면서도 자유롭게 책을 가져다 볼 수도 있다. 물론 마음에 드는 책이 있다면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타벅스 재팬 내부


콜라보레이션의 장점은 일반 커피숍보다 훨씬 넓은 공간을 활용해 쾌적한 매장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카운터가 위치한 입구 쪽에는 주문을 위해 늘어선 사람들로 인해 혼잡해 보이지만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일본의 다른 스타벅스와 마찬가지로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매장 안에는 거의 2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서점 특유의 여유 있는 공간배치 덕에 북적인다는 느낌을 거의 받을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독서를 즐기다 보니, 다들 대화를 할 때도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았다. 시부야나 롯폰기에 있는 수많은 카페 중에 이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가진 공간을 찾을 수 있을까?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심 속, 파라다이스 같은 공간. 이것이 스타벅스가 츠타야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다.

이러한 스타벅스의 전략은 스타벅스의 분위기는 '제 3의 장소(3rd Place)'라는 스타벅스 본사의 경영철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제 3의 장소'란 스타벅스를 바쁜 현대인들이 일상의 활력을 찾는 공간으로 만들어 집, 회사에 이어 사람들이 3번째로 즐겨 찾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스타벅스만의 경영컨셉이다. 고객들은 스타벅스에서 단순한 커피 넘어, 커피를 마시며 즐기는 휴식과 여유로운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고, 이러한 경험이 축적된다면 그들을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스타벅스가 노리는 부분이다.


츠타야 내부


이처럼 고객들이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스타벅스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일단 경쟁업체와 비교하면 편안한 소파와 다양한 형태의 테이블이 있으며, 좌석 간 거리도 상대적으로 넓다. 심지어 고객들이 더욱 오래 시간 동안 머무르면서 따뜻한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컵 뚜껑의 구멍조차 작게 만들어 놓았다. 지금은 환경보호 이슈 때문에 대부분 매장에서 머그잔을 사용하긴 하지만, 초창기에는 머그잔을 씻는 소리가 고객들에게 방해될 것을 우려해서 매장 내에서도 일회용 컵만 사용했다고 한다.

사실, 스타벅스의 이러한 경영전략은 일반적인 커피전문점들이 취하는 전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일단 너무 큰 비용이 소요된다. 더욱 좋은 소파와 테이블을 갖추고, 단위 면적당 테이블 수를 줄이는 것은 사실 그 행동 자체만으로 엄청난 초기 투자비용을 불러오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매장에 오래 머무른다는 것은 그만큼 테이블 회전율이 떨어진다는 것으로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스타벅스는 단기적으로 고비용-저효율의 비합리적인 전략을 취하는 대신, 장기적으로 스타벅스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심을 끌어냄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향상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일본 스타벅스 매장의 모습


그런데 만약 충성고객의 증가로 스타벅스의 핵심가치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가 훼손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장 서울 한복판의 스타벅스는 어떤 매장도 더는 조용하고 편안한 공간이 아니다. 항상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높은 인구밀도(?)와 소란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휴식을 즐기기 어려워졌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매장 크기와 비교하면 과도하게 많은 고객이 몰려들면서, 스타벅스가 추구하는 ‘제 3의 장소‘라는 가치가 위협받게 되자, 스타벅스는 어떻게 매장 안에 여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가 내놓은 첫 번째 해결책은 과잉 공급전략이다. 상권의 크기에 비해 많은 수의 매장을 오픈해서 운영한다면, 매장당 약 20% 정도의 여유 좌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안락한 분위기 조성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일본 스타벅스 매장의 모습


하지만 일부 핵심 상권에 신규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큰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본의 스타벅스가 들고나온 전략이 바로 ‘콜라보레이션’이다. 상대적으로 고객들이 점유하는 공간의 비율이 높지 않은 서점 업종과의 협업을 통해, 매장의 높은 고객 밀도를 완화하는 한편, 커피 외에도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휴식아이템을 제공하는 것이 ‘콜라보레이션’의 목적이다. 정확한 비율을 알 수는 없지만, 핵심 상권에서 매장은 운영하는 비용을 서로 분담함으로써, 비용관리에도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경쟁자들이 어떻게 하면 테이블 회전수를 높일지 고민하는 순간에도 스타벅스는 고객들이 더욱 여유롭게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편안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집중했고, 심지어 매장 내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 서점과의 콜라보레이션까지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이러한 자세가 바로 스타벅스를 커피가 아닌 문화와 경험을 파는 세계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시킨 동력이 아닐까?


임직원 칼럼, 안창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