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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2014년 한국 영화계를 정리할 4대 키워드

 

 

경전하사(鯨戰蝦死):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뜻

 

올해 한국 영화계는 변호인이 한국영화 역사상 아홉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이미 유료관객수가 2012년에 1억 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13년에는 2억 명을 돌파하는 등 거침 없는 상승세와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기에, 2014년이 시작되자마자 9번째 천만 영화를 배출해낸 한국 영화계로서는 한해가 장밋빛으로 물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변호인에 이어 수상한 그녀가 860만을 끌어모으자 영화계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12월 중순경인 현재 영화진흥위의 공식자료에 따르면 48.5% vs 51.5%로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3년 만에 외국영화 점유율에 뒤진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뭘까요? 지난 1년 영화계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모습이었습니다.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시죠.

 

2014년 영화계 키워드① 디즈니와 마블의 대박

 

디즈니, 마블

 

디즈니 공주와 마블 히어로의 엄청난 흥행

 

올해 영화계를 뒤흔든 결정적인 사건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겨울왕국의 천만 돌파와 어벤져스2의 한국 로케이션 촬영. 외국영화 사상 두 번째고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첫 번째인 겨울왕국 신드롬은 영화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습니다. 덕분에 국내 관객의 외국 영화에 대한 접근성과 친밀도도 확 높아졌죠. 이 상태에서 마블의 어벤져스2의 촬영이 한국에서 있었습니다. 약 보름간 서울 등지에서 각종 화제를 일으키며 진행되었죠. 그러다 보니 헐리우드 영화를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태도 자체가 달라져 버렸습니다. 국내 관객이 기존에는 같은 값이면 한국영화부터 봐주었지만, 올해는 그런 현상이 사라져 버린 겁니다. 실제로 월별 관객점유율을 살펴보면 무려 7개월 동안 외국영화 점유율이 더 높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캡틴 아메리카:윈터솔져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가 박스오피스를 휩쓴 3~4월과 인터스텔라가 대박친 11~12월의 외국영화 점유율은 무려 70%대에 달했습니다. 

 

2014년 영화계 키워드② 미남 배우의 부진

 

미남배우, 강동원, 장동건, 현빈

 

역린-380만 명, 우는 남자-60만 명, 군도-470만 명

 

작년 대한민국 영화흥행을 좌지우지한 사람은 송강호였습니다. 설국열차-관상-변호인이 트리플 히트를 치며 무려 3,0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끌어모았죠. 올해는 비록 명량의 최민식이 1,700만이라는 단일영화로서 역대 최다관객수를 기록했지만, 홀로 고군분투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는 흥행이 보장된 것으로 예상했던 현빈의 역린, 장동건의 우는 남자, 하정우-강동원의 군도가 손익분기점을 못 넘겼거나 혹은 가까스로 넘긴 덕분입니다. (참고로 역린-군도의 손익분기점은 개봉 전과 개봉 후가 100만 이상 차이 납니다.) 올해 최민식을 제외하고 남자 배우들의 부진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는 명량의 뒤를 잇는 한국영화 흥행 2위와 3위의 영화들이 여성 원톱 영화인 해적:바다로 간 산적-수상한 그녀라는 사실만 봐도 여실히 알 수 있습니다.

 

2014년 영화계 키워드③ 빅5의 제살깎아먹기 경쟁

 

군도, 해적, 명량, 해무

 

군도 vs 명량 vs 해적 vs 해무

 

100억대의 거대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영화들이 올여름 1주일 간격으로 연이어 개봉했습니다. 한정된 스크린 수를 놓고 대작들이 뒤엉켜 경쟁하다 보니 서로 물고 물리는 형세가 되었습니다. 그중 두 번째로 개봉한 명량이 국민적인 열풍을 일으키며 스크린 수를 거의 휩쓸자 이른바 강한 놈만 살아남는 서바이벌 경쟁이 되어 버린 겁니다. 실제로 개봉 첫 주차에 잘나갔던 군도는 명량이 개봉하자 흥행동력을 잃은 채 추락했고, 이미 명량-해적이 자리 잡은 상태에서 맨 마지막으로 개봉한 해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상영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비록 결과론이지만 만약 군도-해무가 11월~12월에 개봉했다면 천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인터스텔라와 충분히 경쟁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매년 스크린 수 독과점 문제가 제기되는 대한민국 영화시장에서 도대체 뭘 믿고 빅4가 동시기에 서바이벌 경쟁을 벌였는지는 정말 모를 일입니다. 

 

2014년 영화계 키워드④ 교육영화시장의 대두

 

인터스텔라, 흥행, 천만관객

 

겨울왕국-1,000만, 명량-1,700만, 인터스텔라-970만

 

올해 대한민국 영화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TOP3를 보면 모두 개봉 전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흥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겨울왕국의 전작인 라푼젤이 국내에서 관객을 100만밖에 동원하지 못했고, 인터스텔라는 대한민국에서만 유독 잘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명량이 아무리 대박을 친다 해도 무려 1,700만이란 수치를 기록할 거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이처럼 당초의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은 TOP3 영화들에는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그건 바로 부모가 자식의 손을 이끌고 영화관을 찾도록 만든다는 겁니다. 겨울왕국은 워낙 아이들에게 인기였기에 따로 설명할 필요 없고, 명량은 이순신의 리더십 때문에 부모가 자식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했고, 인터스텔라 덕분에 우주&과학 장난감이 잘 팔린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과 올해 최고 인기 TV프로그램이 육아 예능인 것을 보면 부모의 교육열을 자극하면 예능도 영화도 대박으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흥행기록을 모두 새로 쓰며 1,700만을 기록한 명량, 지난 몇 년 동안 찬밥 취급을 받던 여성 원톱 영화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수상한 그녀와 해적, 그리고 아홉 번째와 열 번째의 천만 영화 탄생 등 올해 한국영화계는 알찬 성과를 거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 점유율이 3년 만에 외국 영화에 뒤집혀버린 현상이 안타까운데요. 내년에도 계속될 마블 히어로 영화의 융단폭격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찔해지는 듯합니다. 영화제작 규모에서 헐리우드와는 상대가 안 되는 한국영화계가 점유율까지 뒤지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답이 안 나오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한국 영화는 더욱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같은 값이면 한국영화부터 선택하도록 관객을 유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디 내년에는 스크린 수 독과점 문제와 대작 한국영화끼리의 과도한 경쟁은 지양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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