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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창조경제 1년, 자동차튜닝 활성화 시대 열리나?

 

창조경제 1년, 자동차 튜닝, 자동차

 

7월 10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2014 서울오토살롱이 개최됐습니다. 해외 튜닝카 전시회에 비하면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매해 늘씬한 레이싱 모델부터 갖가지 튜닝카들에 이르기까지 서울오토살롱은 내실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마침내 명실상부 국내 최대 자동차 애프터마켓 전시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회를 기회 삼아 동시 개최된 세미나 역시 매해 참가자가 늘면서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이번 세미나는 ‘자동차 튜닝 활성화 시대를 대비한다’를 주제로 개최되었는데, 창조경제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자동차 튜닝산업의 현주소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튜닝규제, 튜닝, 자동차 산업

 

자동차튜닝, 음지를 벗어나라

 

지금까지 자동차 튜닝은 대부분 불법적인 일이었습니다. 자동차 튜닝을 합법적으로 하려면 너무 많은 서류준비와 각종 제한에 막혀 사실상 튜닝을 한다는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튜닝이라는 말 자체가 ‘조율’이라는 긍정적인 뜻을 가진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라는 말이 튜닝 앞에 붙는 순간 부정적인 단어가 되었던 겁니다. 자동차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이동수단이나 자기과시 수단 정도였기 때문에 자동차 튜닝은 철부지 단속대상 영역으로 치부된 것입니다.

 

이동훈 교수, 자동차 튜닝

 

레이싱아카데미 이동훈 교수는 이렇게 자동차 튜닝이 음지의 영역으로 남게 된 원인을 정부의 자동차 산업 육성 정책과 이를 이용해 한쪽으로 치우친 경영전략을 펼친 자동차 회사의 이해관계가 잘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기업과 정부가 다양한 경영전략을 세워 자동차 기술의 충실한 개발이나 산업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데, 성장일변도 전략으로 자동차 튜닝 문화나 모터스포츠 활성화 같은 자동차 문화의 근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동훈, 유재욱, 서성은(왼쪽부터) 서성은 사무국장, 이동훈 대표, 유재욱 부장

 

자동차 튜닝 활성화는 산업적 측면에서도 매우 긍정적이지만, 자동차를 단순히 이동수단으로만 여기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대중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창조경제를 시작한 지 한해가 더 지난 지금,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주목받은 자동차 튜닝 분야는 이제 걸음마를 뗀 정도입니다. 2012년 8월에 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 제조업 연계 8대 신서비스 활성화방안 기획으로 자동차 튜닝이 포함된 이래 2014년 6월 17일 관계부처 합동 ‘자동차튜닝산업진흥대책’ 발표가 나오기까지 정책 추진은 꽤나 활발하게 추진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고 있는 자동차 튜닝 관계자들은 지쳐가고 있습니다.

 

갈 길 먼 자동차 튜닝산업 활성화

 

구조변경이라는 용어는 이제 자동차 튜닝이라는 말로 정부공식문서에 기재됩니다. 2013년 12월 국토교통부 자동차관리법(이하 자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모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인데요. 정부는 5천억 규모(국토교통부 추정치)의 국내 튜닝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인식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어 보입니다.

 

게다가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여전히 서로가 주무부처라고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에 무게가 실리고 있긴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협조 없이는 정책 추진이 원활할 수 없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환경부마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등 자동차가 기후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근거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자동차 튜닝 산업 관련 규제가 과연 완화될 수 있을까 의문이 남는 상황입니다.

 

자동차 튜닝, 국토교통부, 자동차관리법

 

이에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서성은 사무국장은 “국민들의 튜닝에 대한 기대치는 높은데, 관련 산업의 발전 속도가 더뎌 보인다. 하지만 올해 9월이 협회 출범 1주년이므로 향후 활동에 더 주목하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현재 자동차튜닝제도의 개선은 본격적인 활성화 단계라고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교통안전공단 검사기준처의 유재욱 부장은 향후 튜닝제도운영계획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우선적으로 승합자동차의 캠핑카 구조변경이나 푸드트럭, 도로작업용 자동차의 튜닝 규정을 더욱 완화한다는 내용인데요. 튜닝자동차의 중량증가분도 중형자동차 기준 이전 100kg에서 200kg으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는 CNG나 연료탱크 추가설치로 인한 구조변경차들을 위한 것이지 양산 자동차들의 퍼포먼스 튜닝을 위한 제도개혁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퍼포먼스 튜닝, 제도개혁, 규제개혁

 

자동차튜닝, 시너지 창출의 기폭제 역할 기대

 

자동차 튜닝은 자동차 회사로부터 똑같이 만들어져 나온 ‘제품’에 오너의 취향을 담아 방향을 돌리고 개선을 거듭하면서 ‘작품’을 만들어 내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쉽게 말하면 바꾸고 더 좋게 만들어서 운전자에게 편하고 좋은, 최적화된 차로 바꾸는 행위이죠.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이라고 일컫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독일은 이런 자동차 튜닝 산업의 규모가 상당한 수준입니다. 자국의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한 해외진출도 활발하고요.

 

자동차 튜닝, 제품, 튜닝, 튜닝산업화

 

유재욱 부장은 "자동차 튜닝의 안전성에 관한 우려도 정부가 철저한 기준을 먼저 마련해 적용하면 될 뿐, 원천봉쇄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현재 푸드트럭과 같이 승합차의 용도자체를 바꾸는 빌드업 튜닝이나 자동차의 퍼포먼스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튜닝, 그리고 개성있는 디자인으로 꾸미는 드레스업 튜닝 모두 다양한 튜닝의 범주 안에 속해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제도적인 보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측에 따르면 5천억 원이라고 하는 국내튜닝산업규모는 향후 4조 원 내지 5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단순히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것뿐만 아니라 시장의 영역도 확장되는 것을 포함합니다. 

 

쉐보래, 자동차 튜닝산업 규모

 

그래도 약 100조 원에 육박하는 세계 자동차 튜닝산업 규모에 비하면 5천억의 국내 튜닝산업 시장규모는 매우 협소합니다. 한국은 자동차 생산 5위 국가이고, 수출량으로만 따지면 이보다 한 계단 높은 4위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튜닝산업규모는 이런 순위와는 동떨어져 세계 시장과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레이싱아카데미 이동훈 교수는 “국내 제조업 기술 수준으로 튜닝산업에 뛰어든다면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새로운 신규 산업분야를 창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자동차 튜닝산업 활성화를 위한 과제

 

(사)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서성은 사무국장은 자동차 튜닝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크게 4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선 정부의 튜닝자동차 안전기준과 같은 모호한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 첫째입니다. 그리고 튜닝카의 보증과 관련된 부분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또 소비자 보호 장치로 튜닝자동차 보험 상품을 개발해야 하고, 마지막으로는 튜닝업계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튜닝협회 통합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레이싱아카데미, 자동차, 튜닝 팁

 

레이싱아카데미 이동훈 교수는 자동차 제작사들이 순정품 사용을 강조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동차 회사가 모든 부품을 다 생산하는 것도 아니면서 자사의 제품 사용만을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대체부품 역시 말 자체가 역설적이라며 자동차 부품수준이 곧 자동차 튜닝 수준을을 뜻하는데, 독일처럼 자동차 부품을 제작하는 강소기업이 생겨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동훈 교수는 이어 국내 모터스포츠와 튜닝의 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얼리어답터들은 자동차 경주에서 얻은 지식을 자신의 자동차에 먼저 적용하길 원하는데 여기서 튜닝이 연계된다. 현재도 튜닝관련 부품을 비롯해 타이어, 오일 제품 등이 모터스포츠의 가장 큰 마케팅 수단이다. 이처럼 모터스포츠의 발전은 관련 산업, 특히 튜닝의 발전을 가져온다”며 모터스포츠의 발전이 곧 튜닝산업 발전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자동차 산업, 튜닝산업, 독일정부, 튜닝시장

 

산업의 발전은 산업 주체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는 분명한 법칙이 있습니다. 압트와 슈니처, 브라부스 등 독일 굴지의 튜너 브랜드를 한국에 수입하는 아승오토모티브그룹 차지원 대표는 1980년대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독일의 튜닝시장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차대표는 독일이 이 분야에서 성공한 핵심비결로 정부와 양산차 회사, 튜너, 소비자가 튜닝문화를 위한 통일된 합의점을 찾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또 독일정부가 튜닝시장을 양적으로 급하게 늘리기보다는 협회에 가입절차를 까다롭게 해 튜닝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는 점도 설명했습니다. 이어 아우디와 압트의 관계를 예로 들며, 튜너가 활동하는 영역과 양산차 회사가 활동하는 영역을 분리하면서 유기적인 협업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창조경제, 세미나, 자동차, 튜닝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창조경제 1년의 성과로 자동차 튜닝 산업을 조명하면 이제 겨우 걸음마를 떼고 문제를 확인했을 뿐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또한 말뿐인 자동차 튜닝 산업 활성화라는 굴레를 벗으려면 정부가 산업 주체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완성차 업체는 튜닝카의 보증거부 관행을 개선하는 등 동반성장의 의지를 좀 더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