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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선결 과제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선결 과제, 만평



해외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한국 입국 시 면세 범위는 $400 라는 것을. 옆나라 일본의 입국 면세 범위가 20만엔, 한국 돈으로 약 200만 원인 것과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조금 너무 짜다-라고 느끼신 분들, 많이 계시죠? 그도 그럴 것이, 이 규정이 만들어진 때가 1996년입니다. 그때 물가를 반영해서 만들어진 규제가 아직까지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죠.


2013년 내국인 출국자수가 1484만여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덕분에 본의 아니게 범법 ... 그러니까 개인밀수를 저지르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장인 어른이 부탁하신 양주 한 병 샀다가, 예쁜 가방이 보여 하나 샀다가, 특별히 걸리지만 않으면 대부분 그냥 들어오면 되니까. 분명히 존재하지만 현실과 맞지 않아 자꾸 어기게 되는 것들.


이런 불합리하거나 낡은 규제, 이제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규제는 콜레스테롤과 같아서, 좋은 콜레스테롤(HDL)이 적당히 있다면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나쁜 콜레스테롤(LDL)은 혈관에 동맥 경화를 일으켜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박근혜 대통령도 연일 규제는 암덩어리라고, 규제 개혁을 위해 사생결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소리 높여 하고 있습니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도 불합리하거나 낡은 규제, 융합 저해 규제등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한 94개의 규제 개선 과제를 관계부처에 건의했습니다. 94개, 꼭 필요한 것만 골랐는데도 이 정도입니다. 참 많죠?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 몇 가지를 골라 소개하겠습니다.


 

서비스산업 규제, 규제개선과제

 

 

각광 받는 크라우드 펀딩, 아직 법적 근거도 없어..

 

 

먼저 새로운 사업을 방해하는 규제들입니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것. 스타트업 기업들을 비롯해 신생 벤처 기업의 활성화는 21세기 창조 경제 시대에 우리 경제가 신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인데요- 이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망치는 규제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스타트업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수단인데요- 아직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즉 제가 참여했던 크라우드 펀딩이 혹시 먹튀를 한다고 해도, 피해 구제를 받을 길이 미비합니다.


현재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보다 빨리 크라우드 펀딩이 자리 잡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자'의 지위 및 법적 근거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이와 비슷한 신사업 창출 저해 규제 개선 과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서비스 산업 활성화, 신사업 창출저해 규제개선 과제

 

 

승객도 없는데 승객안전 때문에 불법으로 분류된 랩핑버스

 

 

앞서 이야기했던 면세 범위처럼, 오래 전에 만들어져 이제는 현실화하거나 바꿔야 할 규제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많이들 보시는 "랩핑" 버스, 기억나시죠? 버스 전체를 광고 이미지로 씌워서 높은 광고 효과도 올리고, 시민들에게 구경하는 즐거움을 보여주는 버스이기도 한데요- 이런 버스가 실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교통수단에 광고물을 표시할 때는 창문에 광고물 표시가 금지되고, 광고물 표시 면적이 각 면의 면적의 1/2이내여야 한다는 '옥외광고물등 관리법 시행령 제19조'때문인데요- 승객이 탑승하지 않는 경우, 창문에 광고를 붙여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승객이 없는데 승객의 안전 때문에 광고물 표시를 못한다는 것, 이상하지 않나요?


또 하나, 고속버스도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원래 대중교통은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있지만 고속버스만 예외를 두고 있는데요. 이게 실은...법이 제정될 당시인 1977년에는, 고속버스가 최고급 교통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속버스는 이제 KTX보다 저렴한 그리고 출퇴근용으로도 많이 이용되는 수단인데요. 아직까지 고속버스를 최고급 교통수단으로 인식해 부가가치세를 매기고 있는 것은 조금 억울하지 않을까요?


 

서비스 산업 활성화, 불합리, 낡은 규제개선 과제

 

 

이 법에선 되는데 저 법에선 안 된다?

 

 

맞은 데 또 맞으면 두 배로 아픈 것처럼, 법률간 서로 다르게 규제하거나, 중복해서 규제하는 문제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금 수납 문제입니다. 은행에서 많이 수납들 하시죠? 이런 세금을 근처 가까운 증권사에서도 납부할 수가 있습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만 보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국고금 관리법 시행령'과 '지방재정법 시행령'에서는 이런 금융 투자회사들이 국세 및 지방세 수납 기관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납을 하지 못합니다.


법적으로 할 수 있는데 법 때문에 할 수 없는 것,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정말 하루라도 빨리 국세 및 지방세 수납 금융기관의 범위에 금융투자회사가 포함되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서비스 산업 활성화, 법률간 상충, 중복 규제개선 과제

 

 

 

의료기기로 분류될 처지에 놓인 기어핏

 

 

마지막으로, 서비스 산업과 다른 산업의 융합을 저해하는 규제들도 있습니다. 이런 낡은 규제로 인해 혁신이 가로막히는 것을 '그리드 락'이라고 부르는데요-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해도 실행할 수가 없는 사회적 환경을 말합니다. 일본이 휴대폰 갈라파고스가 된 것도 바로 이런 그리드 락 때문이었고, 미국이 한국보다 인터넷 발전이 늦었던 것도 바로 그리드락 때문이었는데요- 우리나라에도 그리드 락이 꽤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발표된 삼성의 '기어 핏' 같은 피트니스 제품이나 LG의 '하트 레이트 이어폰' 같은 경우 심박수와 운동량을 체크해주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제품에 '심박 센서'가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로 분류되어야 하는지 논의되고 있습니다.


만약 의료기기로 분류되면, 식약처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통상 반 년 가까이 걸립니다. 다른 나라에선 이미 출시된 신제품을 한국에선 의료법 때문에 6개월간 사용할 수가 없게 되는 거죠. 실제로 2004년 당뇨 측정 기능이 있는 당뇨폰이 개발되었지만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바람에 사업을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어야만 하는 걸까요?

 


서비스 산업 활성화, 융합 저해 규제개선 과제

지금까지 전경련에서 제출한 94개 규제개선 과제를, 4가지로 나눠서 조금 살펴보았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계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기업들은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요- 혁신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을까요?

 

서비스 산업 활성화, 규제, 규제개선 과제


정부가 제시한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서비스 산업 활성화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조 경제 시대에 부응하도록 현실과 맞지 않는 낡은 규제들, 서비스 산업의 새로운 기회를 저해하는 규제들, 타 산업과의 융합을 가로막는 규제들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 본 포스팅은 전경련 규제개혁팀 김지원 연구원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