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연속토론 그 4번째! <순환출자의 세계적 현황과 시사점>에 자소서가 다녀왔습니다.
11월 8일,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주최한 <경제민주화를 말하다> 제4차 연속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순환출자의 세계적 현황과 시사점’이었습니다. 최근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각 후보들이 순환출자를 금지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용어인 ‘순환출자’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처음 토론회가 개최되는 매화홀에 들어갔을 때, 생각보다 많은 좌석이 있어 사람들이 과연 이렇게 많이 참석할것이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토론회가 시작될 무렵에는 앉을 자리 조차 없었습니다. 최근 경제민주화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의 진행은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님이자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이신 김종석 교수님이 맡아주셨습니다. 그리고 김정호 교수님(연세대 경제대학원), 김이석 부소장님(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우성 교수님(한국기술교육대 MOT대학원), 조성봉 교수님(숭실대 경제학과), 최준선 교수님(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상 다섯 분이 토론에 참여하시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순환출자란 세 개 이상의 기업이 순차적으로 다른 기업에 출자를 해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그룹의 경우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에 출자했고, 기아자동차는 현대모비스에 출자했으며, 현대모비스는 다시 현대자동차에 다시 출자를 해서 순환 고리가 만들어 지는 것이 순환출자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 대중이 받아들이는 인식과는 다르게, 순환출자란 기업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지 대기업에서만 발생하는 부도덕한 현상이 아닌 것임을 토론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다음 세 가지의 논리를 들어 순환출자를 막아야 된다고 주장합니다.
1. 가공자본이 생겨난다?
2. 순환출자 때문에 중소기업이 어려워진다?
3. 순환출자로 인해 1%의 재벌총수들이 99%를 지배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토론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1. 가공자본이 생겨난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가공자본이 무엇인지 조차 알지 못한 채 가공(架空)이라는 것만 듣고 잘못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공자본이라는 것은 한 회사가 자신의 계열사에 투자를 할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입니다. A라는 회사가 자회사인 B 회사에 2억 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면 B회사의 경우는 2억 원이라는 돈이 생겨납니다. A회사의 입장에서도 빌려준 것이 아니고 투자를 한 것이기에 A회사의 회계명부에도 이 2억 원은 그대로 유지가 됩니다. 결국, 계열사 전체로 보면 늘어난 돈은 없는데 B 회사는 2억 원이라는 돈이 더 생겼고 이 2억 원이 가공자본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실제로 B라는 자회사에서 A회사가 투자해 준 자본금으로 경영을 잘해 이익을 낸다면 그것은 A회사에게도 B회사에게도 좋은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김정호교수님께서는 우리나라의 착한 기업으로 대표되는 안철수 연구소도 ㈜노리타운스튜디오라는 자회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22억 5천만 원의 가공자본이 생겨났다는 것을 예로 드시면서, 가공자본은 하나의 현상일 뿐 선이나 악이라는 가치판단의 개념이 아님을 역설하셨습니다.
게다가 순환출자가 가공자본의 비율을 늘이는 것도 큰 착각의 하나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업 중 순환출자 그룹의 가공자본비율은 37.7%, 순환출자가 아닌 그룹의 가공자본비율은 37.6%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자료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최근 정부에서 권장하는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기업집단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납니다. 지주회사 형태 기업집단의 가공자본 비율은 41.9%인 반면, 지주회사가 아닌 기업집단의 경우 오히려 그보다 낮은 35.9%입니다. 즉, 순환출자가 있든 없든, 지주회사든 아니든 가공자본은 기업환경에서 필수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2. 순환출자 때문에 중소기업이 어려워진다?
순환출자와 중소기업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토론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갈등으로 대표되는 것은 대형마트나 파리바게트와 같은 프랜차이즈 빵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은 순환출자가 시행되고 있는 사업입니다.
순환출자의 큰 메리트는 외부투자자에게 많은 돈을 투자받지 않아도 쉽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협력업체인 중소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게 되며, 이것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동반성장의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3. 1%가 99%를 지배하게 된다?
순환출자를 통해 재벌총수가 적은 지분율로 높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4%정도의 재벌총수일가들이 계열사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지분율은 56%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것은 창업자가 자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정당한 방법이라는 것이 토론자분들의 의견이었습니다. 만약 총수들이 자신의 기업에 4%밖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와 같은 개방경제 하에서는 외국기업들의 적대적인 인수합병에 노출되어 창업자와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기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창업자들이 자신의 경영권을 보호하여 회사를 이끌어 나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지적되었던 점은 1%로 100%를 지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익처분비율이 중요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받는 느낌은 재벌이 소수의 지분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면서 지분이상의 이익을 챙겨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오너가 배당받을 수 있는 지분은 오너의 소유분일뿐입니다. 그리고 경영권이라는 것은 누가 가지든 항상 100%를 행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전문경영인을 쓸 경우 경영권은 당연히 전문경영인이 100%를 담당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이익을 전부 전문경영인이 챙기는 것은 아닙니다.
토론회의 과정에서 이렇게 1%가 99%를 지배하는 구조가 99%, 즉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의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조성봉 교수님과 김정호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순환출자의 구조는 이미 모든 주식투자자들에게 알려져 있음을 이야기하시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음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실제로 위와 같은 구조는 주식시장에 공개된 정보들이며 투자자들도 그것을 염두에 두고 주식을 매수하게 됩니다. 만약 지분율이 높은 경영자가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다고 판단이 되면 그 주식을 사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창업자가 경영권을 가지는 구조가 다른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것입니다. 또한 조성봉 교수님은 여기에 대해 재밌는 말을 남겼는데요. 국민의 40%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대통령은 그렇다면 국가의 40%만 이끌어 나가야 하겠는가라는 촌철살인의 말을 해주셨습니다.
이렇게 창업자가 자신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일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벌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 게 되었습니다. 구글(Google)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들은-세르베이 브린,(Sergey Brin), 래리 페이지(Larry Page), 에릭 슈미트(Eric Shmidt)- 한 자리수의 지분을 가지고 2/3이상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일반 주식의 10배가 되는 의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구글의 주식을 사는 사람들도 이것을 인지하고 구매를 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제도가 차등의결권 제도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금지되어 있으나 외국에서는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도라고 합니다.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더욱 놀랐던 점은 순환출자에 대한 논의가 해묵은 이슈라는 것 이었습니다. 2002년 김대중 대통령 당시에도 논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정부에서 이것이 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출자총액제한제도만 만들었지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렇게 10년 전에 검토가 다 끝났던 사항이 또 정치권에서 이슈가 되는 것을 보니 선거의 계절이 돌아온 것 같습니다.
12월 5일, 드디어 대선후보들의 첫 TV 합동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세계경제침체에 따른 방안, 對미국, 對중국 전략, 새로운 성장 동력 등에 대한 언급조차 없이 네거티브만 남발하는 실망스런 모습들을 보였습니다. 핵심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것은 대선후보들이 내세우는 주요 공약들이 언급할 수준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순환출자제한, 금산분리강화 공약들은 과거에 실효성 없음이 증명된 것이 대부분이고, 반값등록금, 무상의료와 같은 선심성 공약들은 재원마련이 요원함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국민들의 주요한 관심사인 일자리 창출 같은 부분에서는 '단순히 여론을 종합한 것 같은' 방법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결국 후보들이 집중하는 것이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방안이 아닌 서로를 깎아내리고 국민을 현혹시키는 수준에 머무는 것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존의 관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주요공약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상 자유광장 소셜네트워킹 서포터즈의 순환출자에 관한 경제민주화 토론회 취재기이였습니다. ^^
- 자소서 2기 민병철, 장지웅 -
? 본 게시물은 자유광장 소셜네트워킹 서포터즈 학생들의 제작물로 전경련의 공식입장과는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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